원희룡 제주도지사 예비후보 출마선언에 부쳐

어머니는 아들의 귀향을 반기지 않을 뿐 아니라 발도 들여놓지 말라고

서울의소리 | 입력 : 2014/03/22 [03:17]
 
이성준 시인․문학박사․제주대 강사
“어머니, 원희룡입니다. 제 전부를 바치겠습니다.”
지난 16일 오후, 원희룡 새누리당 도지사 예비후보가 관덕정 앞에서 출마선언을 하면서 내건 구호다.

이제 제주에서도 대통령이 나오겠구나 싶자 가슴이 벅차올랐다. 아니, 바늘로 콕콕 가슴을 찌르는 듯 아프기까지 했다. 눈물이 다 났다. 역시 큰 인물은 다르구나 싶었다.

그런데, 원 예비후보가 지칭하는 ‘어머니’는 과연 누구일까? 의문스러웠다. 원 예비후보가 내세운 어머니는 물론 ‘박 대통령’이 아닐 것이다. 자신을 낳고 길러준 ‘제주’일 것이다. 그런데도 자꾸만 그 뜻이 의문스러운 것은 관덕정이란 장소 때문이다. 관덕정 앞은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의미심장한 장소이기에.

제주 역사에서 관덕정은 상징적인 장소다. 중앙 관리인 목사들이 부임하여 지배자 내지는 통치자로서 첫 업무를 시작하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제주에 부임한 목사들―대부분 탐관오리들―이 자신의 막강한 권력을 과시하며, 제주민들에게 자신의 뜻에 따르라고 명령하던 곳이다. 자신의 뜻에 따르지 않으면 죽음밖에 남아있지 않다는 사실을 공표하는 장소다.

원 예비후보도 그런 의미를 모르지 않을 것이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원 예비후보는 제주가 낳은 수재 중에 수재니까. 그런데도, 그곳에서, 많은 사람들을 모아놓고, 출마의 변을 했다. 왜 그랬을까? 중앙의 막강한 힘을 등에 업고 있으니 제주도민은 자신의 뜻에 따라야 한다는, 자신을 뽑아주지 않으면 모두 목숨을 내놓으라는 뜻?

관덕정 앞에서 많은 사람들이 죽어갔다. 불의와 폭정에 항거했던 제주민, 우리들이 의사(義士)라고 부르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관덕정 앞에서 죽어갔다. 그곳은 제주성(濟州城)의 중심부로 중앙 정부의 힘을 과시하던 장소요, 고분고분 중앙 정부의 말을 듣지 않는, 무지랭이(?) 제주민들을 처단하던 곳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곳에서 “어머니, 원희룡입니다. 제 전부를 바치겠습니다.”라는 구호를 내거니 그 뜻이 어찌 헷갈리지 않겠는가?

차라리 연북정(戀北亭)이 있는 조천포구에서 출마선언을 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  연북정은 북(서울)에 계신 임에 대한 충성을 되새기는 곳이요, 뭍을 떠나 제주로 온 이의 분을 삭이는 곳이요, 뭍으로의 염원을 뼈에 새기는 곳이니까. 그런데 아직 도지사가 되지도 않은, 경선도 치르지 않은 예비후보 신분인 원 예비후보가 관덕정 앞에서 출마선언이라니……. 그래서 ‘어머니’란 단어도 ‘제 전부를 바치겠습니다’란 다짐도 다른 말로만 들린다.

“쉬이, 물렀거라! 원 사또님 납신다! 고개를 드는 자는 살아남지 못하리라!”란 말로.
소설을 전공한 사람이라 내가 소설을 쓴 것일까. 그러나 나만의 생각이 아니라는 데 심각성이 있다. 어느 자리에서 나의 느낌을 말했더니 동석했던 많은 이들이 동조를 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시작이 이러니 그 끝은 안 봐도 알 만하지 않은가. 출마선언 직후, 강정 문제로 때 아닌 홍역을 치르는 것부터가 그렇다. 강정은 다른 곳이 아닌, 원 예비후보의 고향마을이다. ‘어머니’를 부르며 달려왔는데 정작 어머니는 아들의 귀향을 반기지 않을 뿐 아니라 발도 들여놓지 말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으니……

 [기고] 이성준 시인․문학박사․제주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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