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과 뉴타운의 추억

철 지난 개발 포퓰리즘으로 사람들을 현혹하지 말기 바란다

서울의소리 | 입력 : 2014/04/10 [21:17]
▲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장 
"내가 말만 살짝 다르게 해도 의원직 날아갈 사람이 뭘 믿고 저러는지 모르겠다.” 

2008년 4월 총선 직후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정몽준 의원에 대해 나를 포함한 보좌진 앞에서 한 말이다. 그해 수도권에서는 뉴타운 공약을 내건 한나라당의 ‘뉴타운돌이’들이 대거 당선됐다. 정 의원도 “오세훈 시장이 뉴타운개발에 흔쾌히 동의했다”며 뉴타운 공약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당선된 인물 중 한 명이었다.

그런데 오 전 시장은 총선이 끝난 며칠 뒤 ‘뉴타운 추가 지정은 사실상 없다’고 못 박았다. 그러자 야당에서는 ‘뉴타운 공약이 대국민 사기극이었음이 드러났다’며 검찰 고발을 추진했다. 이에 한나라당 의원들은 자신들의 공약이 헛공약이 아니라며 오 전 시장에게 뉴타운을 추가 지정하라고 압박했다. 그중에서 정 의원의 압박 수위가 특히 높았는데, 오 전 시장 발언은 이런 정 의원을 겨냥한 것이었다.

잊고 싶은 지난 얘기를 꺼내는 게 썩 유쾌할 리 없다. 그래도 할 말은 해야겠다.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의 개발 헛공약 병이 다시 도졌기 때문이다. 

그는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을 재추진하는 등 서울시내 30개 지역에서 대형 개발사업을 벌이겠다고 말했다. 오 전 시장의 한강르네상스 공약의 핵심인 서해뱃길사업도 사실상 다시 추진하겠다고 했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 개관식에 가서는 “오세훈 전 시장이 해놨으니까 박 시장은 가서 테이프 커팅이라도 하고 폼을 잡는데 나는 박원순 시장이 해놓은 것이 없어서 텃밭에서 일만 하게 생겼다”고 조롱했다.

적반하장도 유분수다. 용산개발사업의 핵심 기관은 땅주인인 코레일이다. 코레일은 용산사업 추진 등의 여파로 지난 6년간 부채가 7조원에서 18조원으로 2.5배나 늘었다. 박근혜 정부의 ‘공공기관 개혁’에서 부채 감축 압박을 가장 많이 받고 있는 공기업 중 하나다. 이런 코레일이 어떻게 대규모 사업을 다시 추진한단 말인가무리하게 재추진한다면 코레일의 부채만 다시 잔뜩 늘어날 공산이 크다. 

애초부터 이 사업은 계획이 수립된 2000년대 중반처럼 부동산가격이 폭등해주지 않으면 성립될 수 없는 사업이었다. 장밋빛 환상이 깨지면서 무산된 이 사업은 대규모 소송전이 진행중이고, 주민들의 상처는 아물지도 않았다.

다른 사업들도 마찬가지다. 서해뱃길사업은 오 전 시장이 추진한 한강르네상스 사업의 핵심이었다. 한강르네상스 사업에는 7000억원 넘는 예산이 투입됐다. 하지만 이후 감사원 감사에서 투입 비용 대비 발생하는 편익이 절반도 안 되는 낭비성 사업이라고 지적받았다. 

애초 900억원 정도의 예산으로 시작했던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사업은 최종 사업비가 4800억원을 넘어서게 됐다. 오 전 시장 시절 구현하기 어려운 국적불명의 디자인을 채택한 결과 설계비와 공사비가 계속 늘어난 탓이다. ‘디자인 메카’를 만들겠다며 엄청난 혈세가 여기에 투입되는 동안 주변 동대문패션상가는 변변한 지원 없이 죽어가고 있었다.

이런 식으로 ‘오세훈 판타지’를 구현하느라 오 전 시장이 취임했던 2006년 8조5000억원가량이었던 서울시와 산하기관 부채는 임기 말에는 20조원에 이르렀다. 박 시장은 취임 이후 설거지를 실컷 했고, 부채를 3조2000억원 넘게 줄였다. 그런데 정 의원은 또다시 주민들의 욕망을 자극하며 낭비성 개발사업 공약을 무더기로 쏟아내고 있다. 그러면서 실컷 설거지한 사람에게 ‘한 게 없다’며 윽박지르고 있다. 사고 친 세력들이 반성은커녕 열심히 사고 수습한 사람 다그치는 게 도리인가

정 의원은 철 지난 개발 포퓰리즘으로 사람들을 현혹하지 말기 바란다. 오세훈식 낭비성 막개발의 재탕이요, 시민들의 빚 부담만 산더미처럼 부풀리는 악성 포퓰리즘이기 때문이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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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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