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민변 때리기'...밑장빼기 속내는 따로 있다?

[변상욱의 기자수첩] 국민이 넘어지면 국가가 밟는다?

서울의소리 | 입력 : 2015/01/18 [13:07]

"검찰 '민변 때리기'… 밑장빼기 속내는 따로 있다?"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모임’(이하 민주변호사모임)은 소외된 사람들을 법적으로 지원하고, 사회의 모순을 바로 잡기 위해 활동해 온 기구이다. 그런데 검찰이 민주변호사모임에 대해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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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변호사모임과 검찰은 최근 공안 사건에서 여러 차례 맞대결을 벌였다.


지난해 유우성씨 간첩조작 사건을 비롯한 일련의 공안 사건에서 변호인 측의 증거와 변론들이 무죄를 이끌어 내며 검찰 공안수사가 타격을 입었다. 이 밖에도 민주변호사 모임은 우리 사회의 정치적 이슈였던 세월호 참사, 사이버 검열 논란에서도 국민의 권리를 앞세워 정부와 검찰을 압박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그러자 검찰은 변호사들을 집회시위 참여나 피의자의 진술거부권 행사,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행사 등에서 문제가 있다며 따지기 시작했다. 민변 소속 변호사를 재판에 넘기기도 했고, 무더기로 변호사협회에 징계를 신청했다.

 
수세에 몰린 검찰이 민변 길들이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곧 세월호 특별조사가 시작되면 검찰과 민변의 갈등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민변 소속 변호사들이 특별조사위원회의 검사역을 맡게 될 가능성이 크고 검찰 수사의 미진한 점을 파고들 것이기 때문이다. 

 

변호사가 변호인 구하러 다녀야 하다니

 

이런 저런 이유로 검찰의 수사권이 자꾸 약화되고 재야 법조계의 힘이 커진다. 이런 점을 우려한 나머지 검찰이 장기적 포석으로 민주변호사모임을 압박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주 국회에서도 이 문제를 놓고 변호사 출신 송호창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황교안 법무부장관이 날카롭게 대립하기도 했다. 


검찰과 민주변호사모임이 충돌한 또 다른 사건으로 구로동 농지 강탈 사건이 있다. (변상욱의 기자수첩 “구로동 농지강탈 50년, 참회와 사죄 없인 나라도 아니다” 참조). 사건의 배경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서울 구로동 지역 농민 200여명은 일제 치하에서 농사짓던 땅을 해방 후 농지개혁에 의해 불하 받아 내 나라 내 땅의 소중함을 감격스러이 새기며 가꾸어 왔다. 그런데 6.25 전쟁 직후 국방부가 일본 육군이 사용했던 땅이니 땅을 국방부에 내놓으라 요구했다. 그러나 서울시와 영등포구청의 서류가 증거가 되고, 공무원들이 농민 땅이라고 진술하면서 법원은 농민의 땅임을 인정했다.

  
5.16 군사쿠데타가 터진 뒤 이번엔 군사정권이 ''구로공단(구로수출산업공업단지)''을 짓겠다며 농민들을 강제로 쫓아냈다. 깡패들이 동원돼 농민들을 강제로 내쫓고 논을 흙과 폐기물로 메워 버렸다. 

 

농민들은 1964년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벌였고 법원은 다시 농민들의 땅임을 확인해 줬다. 이때부터 국가의 폭력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먼저 진실을 증언한 공무원들이 끌려 가 구타를 당하고 돌아 온 뒤 진술을 뒤집었다. 그래도 법원은 농민 땅으로 인정한 정부의 각종 서류들을 재확인하고 거푸 농민 땅이 맞다고 판결했다.

 
군사정부는 드디어 농민들을 잡아들였다. 서류를 위조해 소송사기극을 벌였다는 혐의였다. 그래도 법원은 농민들이 죄가 없다고 판결했다. 번번이 실패를 거듭하자 대통령 특명으로 독이 오른 국가권력은 농민들에게 가혹행위를 가하고, 소송사기 자백서와 땅 포기각서를 받아냈다. 농민들은 그렇게 땅을 빼앗기고 감옥으로 갔다. 농민들은 그 뒤 화병으로 자살로 한을 품은 채 다들 나라를 원망하며 떠났다. 


오늘의 문제는 몇 안 남은 농민들과 그 자식들이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50년 만에 결백을 입증하고 국가의 배상책임을 이끌어 낸 데서 비롯된다. 법원의 판결로 국가 배상 책임이 확인되고 방법과 절차만 남은 시점에서 농민들은 다시 끌려갔다. 


2014년 2월부터 주민들이 함께 마련한 사무실이 압수수색을 당했고, 피해 주민 모임의 임원들 집도 압수수색을 당했다. 국가를 상대로 소송하는 과정에서 사기 혐의가 있다는 것이었다. 검찰은 수사를 꼼꼼히 해보겠다며 8개월 간 주민 대표를 맡고 있는 70대 노인을 17번이나 검찰로 불렀다. 


실무를 맡은 60대 나이의 간사도 17번 검찰에 불려갔다. 한 번 불려 가면 조사 받는 시간은 평균 12시간. 이 두 사람에게 다시 구속영장이 청구됐지만 법원은 이유가 없다며 기각시켰다.

 
그러자 이번에는 변호사들의 변호인 수임료 문제를 들먹이더니 변호사들까지 재판에 붙였다. 그리고 국가가 농민에게 물어 줄 배상금에 대한 민사재판은 해당주민과 변호사가 불법행위로 수사를 받고 있으니 중단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소송을 진행할 주민 대표와 담당 변호사들이 검찰에 끌려 다니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재판은 중단됐다. 

 
국민이 넘어지면 국가가 밟는다?


검찰에게 이런 수사행위가 과연 법에 명시한 정치적 중립의 자리에서 공공의 가치와 인권을 위해 벌이는 것인지 물어야겠다. 만약 50년 전에도 공무원과 피해농민을 범죄자로 몰아붙이고 표적수사하더니 50년 뒤에도 피해주민을 사기범으로 변호사를 브로커로 몰며 다그치는 것이라면...? 


요즘 우리 사회는 커다란 참사와 비리들이 터져 나오는 것도 문제지만 그 피해자들이 배려받기는커녕 한 번 더 밟힌다. 양심으로 고발하면 찍혀 나간다. 그런 세상을 우리는 목격하고 있다. 구로동 피해자들뿐이 아니다. 


세월호 유가족들도 걸핏하면 경찰 수사, 검찰 조사를 받는다고 불려 다닌다. 세월호 진상에 대한 문제제기도 필요 이상 철저히 규제 받는다. 재산을 빼앗기고 가족을 잃어 원통하고 제정신일 수 없는 사람들에게, 그리고 그들 편에 서려는 사람들에게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며 옭아매는 것이 민주국가, 문민정부, 정의검찰이 매달려야 할 일일까?

 

위기극복을 이끌어야 할 국가 공공의 힘이 위기를 감추고, 죄와 모순을 두둔하는 일에 매달린다면 우리가 의지해 설 곳은 어딜까? 우리 사회는 위기의 극점에 다다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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