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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잔치로 끝난 장애인의 날 정부 행사, 고작 ‘바른 말 쓰기’ 캠페인 뿐

낮은 소득,학력에 열악한 현실, 차별 없는 ‘장애인 교육권’ 갈 길 멀다

서울의소리 | 기사입력 2015/04/21 [22:24]

말 잔치로 끝난 장애인의 날 정부 행사, 고작 ‘바른 말 쓰기’ 캠페인 뿐

낮은 소득,학력에 열악한 현실, 차별 없는 ‘장애인 교육권’ 갈 길 멀다

서울의소리 | 입력 : 2015/04/21 [22:24]

장애인의 날’(4월20일)이 제정된 지 35년이 됐다. 지방자치단체들은 20일부터 1주일을 ‘장애인 주간’으로 정하고 여러 가지 행사를 열고 있다.

 

하지만 2015년 장애인의 날 서울 도심 한복판 보신각에 모인 장애인들은 빗속을 뚫고 생존권 쟁취를 위한 목소리를 높였다. “장애등급제 폐지하라”, “중증장애인에게 활동보조 24시간 지원하라”, “부양의무제 폐지하라”. 이들 중 몇몇은 도로로 뛰어나와 기습시위를 벌이기도 했으나, 경찰에 의해 즉각 제압되었다.

▲20일 오전 9시경, 서울 동대문 앞 횡단보도에서 목에 사다리를 걸고 '장애등급제 폐지'를 요구하는 활동가들. @장애인의 주홍글씨

 

장애인의 주홍글씨(http://beminor.com/main/index.html)에 따르면 비슷한 시각인 이날 오전 11시, 여의도 63빌딩 그랜드볼룸홀에서는 정부의 공식 장애인의 날 행사가 열렸다. 보건복지부와 장애인의날행사추진협의회가 공동 주최하고 한국장애인개발원이 주관한 이 행사에는 이완구 국무총리, 문형표 복지부 장관 등 정부 고위급 인사와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국회의원 다수, 장애인 단체 임직원 등이 참여했다.

 

이 자리에서는 장애인복지 유공자 16명에게 각각 국민훈장, 국민포장, 대통령표창, 국무총리표창이 수여되었으며, 정부가 ‘장애를 훌륭하게 극복한’ 장애인 3명을 발굴해 ‘올해의 장애인상’을 시상하기도 했다. 정부 공식행사는 이처럼 성대하게 치러졌지만, 정작 거리에서 장애인들이 처절하게 요구하는 생존권의 목소리는 찾기 어려웠다.

 

정부가 이날 행사에서 천명한 메시지는 ‘더불어 행복한 사회, 바른 말 쓰기부터’라는 선언 아래 제시된 “장애우·장애자는 장애인으로, 일반인·정상인은 비장애인으로”라는 켐페인 뿐이었다. 거리에서 터져 나온 장애인 당사자들의 절박한 요구를 담기에는 너무나 부족해 보였다.

 

낮은 소득·학력에 열악한 현실

 

경향신문에 따르면 2007년 ‘장애인 차별 금지 및 권리 구제 등에 관한 법률’(장애인차별금지법)과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장교법)이 만들어져 장애인 인권과 교육권 향상의 전기가 마련됐다. 하지만 장애인들이 차별없이 교육받을 수 있는 여건은 여전히 미비하다. 장애인들의 온전한 교육권 확보를 위해 정부와 시민사회, 교육계가 갈 길도 먼 셈이다.


지난 19일 발표된 ‘2014 장애인 실태조사’를 보면 한국의 장애인 수는 273만명으로 추정됐다. 2005년보다 59만명 증가했다. 장애인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223만5000원으로 전국 가구 월평균 소득(415만2000원)의 절반을 조금 넘는다. 취업률 역시 36.6%로 평균치의 절반 수준이다. 장애인 학력은 초등학교 졸업 이하가 41.4%에 이르러 90% 이상이 고졸인 한국인 속에서 저학력군에 속한다. 학교를 다니지 않았거나 중도에 그만둔 큰 이유는 ‘경제적 어려움’(70.3%)인 것으로 나타났다.


2007년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이 제정돼 장애인 특수교육을 위한 제도적 기반은 마련돼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를 뒷받침할 예산 지원이 불충분하다고 지적한다. 유은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낸 자료를 보면, 2013년 9838억여원이던 특수교육 예산은 2014년 8871억여원으로 1000억원 가까이 감소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때 특수교육 교사 법정 확보율을 100%로 끌어올리겠다고 공약했지만 학생 4명에 1명씩 배치하도록 돼 있는 특수교육 담당교사 확보율은 전국 평균 61.1%에 불과하다. 80~90%에 이르는 일반 교사 확보율에도 못 미친다.


국내에선 일반 학교에 특수학급을 설치해 장애-비장애 학생들이 한 교실에서 어울리도록 하는 통합교육을 장애 학생 교육의 기본 방향으로 설정하고 있다. 2014년 기준으로 특수교육 대상자 8만2535명 중 6만1334명(74.3%)이 일반 학교 특수학급이나 일반학급에 재학 중이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장애학 전문가인 김도현 노들장애인야학 교사는 “물리적 통합은 이뤄져 있지만 실질적 통합까지는 갈 길이 멀다”며 “우리나라 교육 자체가 입시 교육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학년이 올라갈수록 장애 학생이 비장애 학생들과 분리돼 통합교육이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발달장애 자녀를 두고 있는 이진섭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이사는 “우리 아이는 중학교까지는 일반학교 특수반에 다녔지만 다른 아이들 공부에 지장 주는 게 부담스러워 고등학교는 특수학교로 보냈다”고 말했다.

‘노들야학’ 영어수업 장면. @경향신문

 

 평생교육 기반 마련해야

 

초등학교 졸업 이하가 40%를 넘는다는 통계가 보여주듯 장애인들은 학령기에 적절한 학교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학령기를 지난 이후에라도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평생교육의 중요성이 장애인단체를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됐다. 정부는 2010년 ‘장애 성인 평생교육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장애인 평생교육을 맡고 있는 장애인야학 관련 예산은 각 시·도교육청에 넘겼다. 김도현 교사는 “장애인야학 등 평생교육 시설을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있지만 법적 요건을 갖추기 어려워 예산 지원을 받는 곳이 거의 없다”며 “서울에서 지원을 받는 곳은 노들야학이 거의 유일하다”고 말했다.


최근 발달장애인에 대한 각별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는 장애인의 날인 20일 성명을 내고 “한국의 장애인 복지는 신체적 장애인 중심으로 설계돼 있다”며 “정신적 장애인에 대한 지원을 대폭 늘려야 한다”고 밝혔다. 신체적 장애인에 비해 자립능력과 자기결정능력이 떨어지는 정신장애·자폐성장애·지적장애 등 발달장애인들에 대한 복지를 강화해줄 것을 요구한 것이다.

 

김도현 교사는 “우리나라 장애인 복지가 느린 대로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데 여전히 발달장애인을 충분히 포괄하지 못하고 있다”며 “발달장애인은 장애 중에서도 사회적 배제가 가장 심한 집단”이라고 말했다. 이진섭 이사는 “발달장애인은 말이 잘 통하지 않고 손이 많이 가 보호센터에서도 꺼린다. 학령기를 지나 학교를 졸업하게 되면 갈 곳이 없다”며 “정부든 지자체든 성인 장애인 평생교육 시스템이 빨리 자리를 잡지 않으면 답이 없다”고 말했다.


법의 틀은 갖춰지기 시작했다. 지난해 4월29일 국회를 통과한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발달장애인법)은 오는 11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법은 발달장애인이 신체와 재산에 관한 사항을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할 권리인 자기결정권을 담고 있다. 그러나 법이 통과된 지 1년이 다 돼가는 시점에서도 시행령조차 마련되지 않았다. 발달장애 자녀를 둔 부모들은 평생교육센터를 조속히 설치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9일 서울시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관련 법령에 따라 발달장애인을 위한 평생교육기관을 설치하고 예산을 확보해줄 것”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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