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숙주 병원장 "정부가 감염 차단 기회를 막았다" 폭로

"규정에 없다", "3차 감염은 없다"며 격리 요구 일축

서울의소리 | 입력 : 2015/06/23 [10:48]

메르스 '1차 진원지'인 평택성모병원의 이기병 원장이 메르스 발발시 정부에 먼저 집단(코호트) 격리를 제안했지만 '규정에 없다'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폭로해 충격을 주고 있다.

 

이기병 원장은 22일 의료전문지 메디칼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5월 20일. 맨 처음 역학조사관이 찾아온 그 순간으로 되돌리고 싶다"며 첫번째 확진환자 발생 당시를 회상하면서 "삼성서울병원에서 메르스 확진을 받은 직후 병원에 투입된 1차 역학조사팀은 3명. 그들은 1번 환자와 밀접접촉한 의사, 간호사 등 10여명을 격리조치하고 돌아갔다"고 밝혔다.

 

▲ 평택성모병원의 이기병 원장  © 메디칼타임즈

 

이 원장은 "당시만 해도 신종 감영병인 메르스에 대해 생소했다. 급히 인터넷 서핑을 통해 실체를 알고 나니 덜컥 겁이 났다"면서 "방역당국에 물었다. 어떻게 하면 되겠느냐고. 이대로 병원을 운영해도 괜찮겠느냐고. 그들의 답변은 명쾌했다. 세계적으로 3차 감염은 없으니 안심하고 일단 환자와 밀접 접촉한 의료진 등 10여명만 격리조치 하면 된다고"라며 당시 보건당국의 반응을 전했다.

 

그는 "정부 당국에서 혹여 메르스에 감염됐더라도 3차 감염은 없다고 하니 더 이상의 감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으니 안심했다"면서 "그때 정부가 3차 감염 가능성을 열어뒀더라면 지금의 혼란은 막을 수 있었을지 모른다"고 탄식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메르스 확진 환자는 걷잡을 수 번졌다. (1번 환자에게 감염된) 14번 환자가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입원하면서 또 다시 역학조사단이 병원을 찾았을 땐 뭔가 크게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 역학조사단은 1차 때와는 달리 격리대상을 50여명으로 확대했다"면서 "결단이 필요했다. 방역 당국에 코호트 격리를 제안했다. 더 이상의 감염은 차단하려면 모든 것을 우리 병원 안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자신이 먼저 코호트 격리를 제안했음을 밝혔다.

 

그는 그러나  "돌아온 답변은 '코호트 격리는 규정에 없다. 환자를 전원 조치하라'는 것이었다. 지금은 무조건 코호트 격리를 하지만 당시만 해도 정부에선 생소했던 것 같다"며 정부가 '규정'에 없다는 이유로 묵살했음을 밝혔다.

 

그는 "그때부터 긴박하게 돌아갔다. 코호트가 아니라면 병원 폐쇄가 답이었다. 가능한 빨리 환자를 전원해야했다. 문제는 '메르스'가 금기어라는 사실이다. 정부는 메르스라는 단어를 쓰지 못하게 했다. 이미 언론을 통해서 메르스가 퍼져나가고 있었지만 병원은 비공개인 상황이라니"라고 개탄했다.

 

이 원장은 "그렇게 우리 병원은 29일 자진 폐쇄조치했다. 정부 지침은 없었다. 정부는 오히려 코호트 격리는 지침에 없다며 감염 차단 기회를 막았다"며 "더 이상의 감염을 차단하기 위해 몸부림쳤지만 지금 남은 것은 메르스 숙주병원, 메르스 1차 진원지라는 낙인 뿐"이라며 울분을 토했다.

 

이후 박근혜 정부는 지난 2일에야 대전 건양대병원에 최초로 코호트 격리 조치를 내렸다.

 

그는  "사태가 확산되는 것을 볼 때마다 되새김질 한다. 1차 역학조사팀이 나왔을 때 코호트 격리를 했더라면 어땠을까. 병원 내 환자 그리고 일부 퇴원한 환자, 그리고 문병했던 가족까지 감염 가능성을 열어뒀더라면 지금의 사태를 막을 수 있었을 텐데…"라고 탄식했다.

 

그는 "일부에선 병원을 아예 폐업하고 이름을 바꿔서 개원하라는 얘기도 있지만 그럴 생각은 없다"면서 "우리병원 스스로 정부 지침에 따라 메르스 사태를 최소화하기 위해 적극 대처에 나섰고 그 과정에서 의학적으로 결격사유가 될 만한 잘못을 하지 않았다고 자신한다. 그런데 왜 이름을 바꾸겠나"라고 반문했다.


끝으로 이 원장은 "마지막으로 평택시민과 동료의사들에게 평택성모병원을 너무 미워하지 말라고 얘기하고 싶다. 우린 환자를 진료한 것 밖에 없지 않은가. 이 병원에는 전 직원의 생계가 달려있고 평택 시민들의 건강이 달려있기 때문이다."고 호소했다.

이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의견쓰기 전체의견보기
사랑 15/06/24 [11:27]
병원장님 힘 내세요 ~♡~ 수정 삭제
민중 15/06/24 [22:02]
힘내시기 바랍니다 수정 삭제
진실 15/06/25 [07:23]
정부는 국민을 안심시킨다는 명목으로 쉬쉬했지만 안일하고 진지하지 못했기 때문에 온 국민을 메르스에 노출시켰다. 병원장님과 같은 분들이 얼마나 많을까. 힘내십시오. 수정 삭제
해찬들산 15/06/25 [16:25]
진실의 힘을 믿습니다..힘내십시요....^^♡ 수정 삭제
세월호 15/06/26 [22:59]
침몰하는 세월호안에 있는 학생들에게 탈출을 막았던 놈들과 우리 정부가 어쩌면 그렇게 똑같을까? 수정 삭제
ㅜㅜ 15/08/17 [17:58]
하.. 새정치 참 좋게 봤는데 ㅜㅜ 1600000분의 1명이 죽어나갔는데 참 답답합니다 수정 삭제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 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