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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영소설-조작(趙作)씨의 안경(3)

서울의소리 | 기사입력 2015/06/29 [09:14]

김제영소설-조작(趙作)씨의 안경(3)

서울의소리 | 입력 : 2015/06/29 [09:14]

일방적인 돌격의 성과로 S의원의 지문을 얻어낸 고문전 국장이 새로 꾸민 조서는 부장을 만족시켰다. 조서를 한 장 한 장 넘기며 ‘없다’를 ‘있다’로 번복한 S의원의 심기의 변화를 확인한 그는 싱글벙글.

 

“됐소. 아주 훌륭하오. 고 국장. 수고했소.”

 

동녘에 떠오르는 아침 해와 같은 얼굴을 했다. 부장의 기쁨은 곧 자신의 기쁨이고 자신의 기쁨은 대공수사국의 기쁨이다. 부장의 얼굴이 함박꽃처럼 피었으면 최소한 자신의 얼굴은 과꽃 정도는 되어야 하겠는데 꽃은 고사하고 어린 시절 돼지우리를 청소하다가 돼지 똥 오줌으로 질척한 그 오물이 튀어 얼굴을 덮은 기분이다.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는 부장의 즐거움 앞에서 꺼져버리고 싶었다. 봉두난발(蓬頭亂髮)로 피투성이가 된 S의원의 얼굴이 시야에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그럼, 나가 보겠심니더.”

 

절을 하고 그가 문쪽으로 걸어가는데,

 

“고문전 국장!”

 

부장이 등뒤에서 부른다. 그가 뒤돌아보자.

 

“하하하…하하!”

 

다짜고짜 박장대소를 한다. 고문전이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하자 부장은 고문전에게 손가락질까지 하며 점점 크게 웃으며 마침내는 웃음을 견딜 수 없다는 듯 머리통을 사타구니께로 처박는다.

 

한참만에야 부장은.

 

“고 국장. 당신은 내가 왜 웃는지 모르시오? 하하.”

 

웃음을 참느라고 연방 몸을 뒤튼다.

 

“모르겠십니더.”

 

“고국장 천재라더니 다 헛소리구만. 그렇게 둔해서야. 하하하. 정말 모르겠소. 내가 왜 웃음을 못 참는지. 감도 잡히지 않소? 하하!”

 

고문전은 촌닭 관청에 간 얼굴이다.

 

“고문(拷問) 전문인이라 아주 근사하오. 고 국장 직업과는 천생연분인 이름이오. 과장, 계장의 고문으로도 S의원의 진술을 번복시키지 못하지 않았소? 고 국장의 성공은 그 이름 때문이었다고 생각지 않소? 고문(拷問)전문인(專門人)이라. 누가 지었소? 부친이요? 선견지명에 도가 트시었소. 하하하…하하!”

 

고문전 국장은 부르르 치를 떨며 방을 뛰쳐 나왔다. 부장의 볼륨이 높은 가가대소(呵呵大笑)가 뒤를 쫓는 듯 했다.

 

고문전은 높을 고(高), 글 문(文), 오로지 전(專)이다. 오직 학문에 몰두하여 높은 덕을 쌓으라는 은유적 의미의 이름이다. 고문전은 학창 시절 궁핍으로 좌절이 앞을 막을 때도, 사회인으로 성공의 성취감에 도취되어 오만으로 치닫기 십상일 때도 고문전이라는 이름 석 자는 그 자신을 제어, 인생을 바르게 인도해 주는 부친의 사랑과 고귀한 뜻이 담긴 길잡이로서 자랑스럽게 간직된 이름이었다.

 

거기에 우스꽝스러운 해석을 하여 희화화(戲畫化)하다니….

 

피의자의 진실을 묵살하고 집권자의 욕구에 부응한 진술을얻어내려면 인간이 인간임을 포기한 수사관의 고문(拷問)에 의한 조작(造作)을 필요로 했다. S의원의 ‘주지 않았다’가 ‘줬다’로 번복된 과정이 그랬다. 고문전 국장에게 조작(造作)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니게 된 계기였다. 만들 조(造), 지을 작(作)의 직접적인 표현은 보기에 민망스럽다고 여겨졌던지 대학가에서는 그의 성 고(高)를 조나라 조(趙)로 대체 조작(造作)을 조 작(趙作)으로 발음해서 그의 캐릭터(Character)를 찾아내어 공기돌 놀리듯했다.

 

안기부 내에서는 쉬쉬했으나 정보통인 그가 바깥 세상에 떠도는 자신의 별명을 모를 리가 없다. 대선에서 집권당이 승리를 한 직후였다.

 

“와. 쉬쉬하노. 조작(造作)이던 조작(趙作)이던 내래 억울할 기 없다. 보소. 조 작은 내 훈장이 된기라. 부장님. 안 그렇십니겨. 내 훈장은 곧 안기부 대공수사국의 훈장인기라예. 훈장의 이름으로 개명하겠십니더. 고문(拷問) 전문인이라고 오늘 이후부터는 골리지 마시소. 호적으 조 작으로 뜯어고치고 싶지만도 아버님께서 지어주신 이름인 기라예. 우예 버릴 수 있노. 보소. 앞으로는 내 이름은 조 작이라고 부르거래이. 알았는교?”

 

“알았습니다.”

 

수사 요원들은 기활 좋게 제창을 했다. 조작(趙作)씨는 흘낏 부장을 바라본다.

 

“보래. 오늘 보수당(保守黨)이 재 집권에 성공한 기라. 평화당 총재가 간첩에게 공작금으 받고 신고 안했다. 우리 안기부가 평화당으 용공으로 도색 발표하는데 성공한 기 집권당으 승리를 갖고 온기라. S의원의 입북이 보수당 재 집권으 가능케 한 기라. 명심하래이. 안기부의 조작(造作)은 공산주의자로부터 이 나라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인 기라. 위축되지 말거래이. 당당히 내를 조 작 국장이라코 부르거래이. 사명감과 명예의 훈장인 기라. 오늘부로 내이름은 조 작(趙作)인 기라. 알겠는교?”

 

“알겠습니다.”

 

국가가 보장해 주는 고문 조작의 장려에 어찌 그들의 기세가 적진으로 돌진하는 찬군만마의 펄럭이는 기치 같지 않겠는가. 조작을 종용했던 부장의 얼굴만이 배추벌레 씹은 얼굴이다.

 

그때가 황금기였다. 안기부의 대공수사국 시절을 떠올리면 조작씨의 어깨는 절로 떡 벌어진다. 충직한 안기부가 민족입네 통일입네 하며 남북 화해를 시도하는 귀찮은 존재들을 간첩으로 만들어 갈무리하였기 망정이지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역대 정권은 벌써 분단의 벽이 헐리는 위기를 맞아 통일을 원하지 않는 세력들의 발붙일 곳을 잃게 했을 것이다. 그 공을 알고 있기에 그들은 조 작씨를 융숭하게 대접해 왔다.

 

두나라당의 당무위원으로 기획위원장의 요직에 앉혀졌음도 안기부에서의 혁혁한 공을 감안했기 때문이다.

 

부러울 게 없다. 안기부 공안부 고위직에서 지역구 의원으로 당선. 일약 제1 야당의 핵심 당원으로 당을 리드하고 있다. 작년 겨울 <월간 정치>라는 잡지에서 수차 인터뷰 신청이 왔다.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취재는 두나라당 당사 조 작씨의 기획위원장실에서 이루어졌다. 아니나 다를까 기자의 궁금증은 S의원에 대한 안기부의 고문 사실 여부이다.

 

“…평화당 총재의 $10,000 수수설이 현재 사실이 아님이 밝혀지기는 했습니다마는 당시 안기부 대공수사국 고문전 국장님의 고문에 의해 조작되었다고 S의원은 주장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고문한 사실이 없습니다. 그들의 상투적 수단 아닙니까?”

 

-답변은 간단 명료하게, 그래야 진실성이 보이니까.-

 

조 작씨는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그들의 상투적 수단- 이 한 마디는 참으로 그 누구도 대적할 수 없는 다목적 고성능 무기이다. 당사 밖에서는 조 작씨를 성토하는 시위 군중의 분노의 함성이 취재 중인 공간에까지 올라왔지만 조 작씨는 태연자약. 기자의 여러 항목의 질문에 청산유수로 답변. 오히려 다음 총선의 발판을 다지는데 성공했다. 조 작씨는 흡족했다. 다음 선거에서 선거 비용의 절감은 월간 정치지(政治誌)에서 해결해 준 셈이다.

 

국회의사당과 두나라당 당사의 주변에서는 연일 고문 국회의원 고문전을 축출하라. 조작(造作)의 명수 고문전을 단죄하라. 심판하라 등의 피켓과 프랭카드와 전단이 난무했지만 조 작씨는 코방귀도 뀌지 않았다. 조 작씨의 두뇌는 명석하다. 두나라당의 향방을 지시하고 있는 정세분석 위원장이 아닌가. 50여 년간 칼자루를 쥔 한국의 정치인들은 땅 짚고 헤엄치기였다. 집권자들의 실수나 과오. 범죄 등은 북에서 쳐내려온다. 간첩이다. 용공이다의 공포 분위기 조성으로 감쪽같이 덮어버렸기 때문이다.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따르게 되어 있는 반공 이데올로기가 각질화한 국민의 몽매가 그것을 허용한 것이다. 보수진영을 떠괴어주고 있는 ‘몽매’라는 국민의 거대한 힘이 작용하고 있다. 무엇이 걱정이란 말인가. 조 작씨는 두나라당 집권 시절보다 더 느긋한 기분으로 정세를 관망하고 있다.

 

당원 개개인의 이익과 운명은 정당이라는 같은 탯줄에 메어달려 있다. 당직 생활이란 그러한 기본 이념을 전제로 하고 있다. 조 작씨가 집권당을 겨냥한 총잡이로 무차별 가격을 가하고 있음도 그러한 맥락에서 이기는 하지만 요즈음 실권을 하고 몽니를 부리는 두나라당의 히스테리를 보고 있노라면 접시 바닥보다 얕은 정치인의 속내가 들여다보여 몸둥이가 근지러워진다. 평화당 집권 초기 불거진 고관 부인들의 밍크코트 로비사건만 해도 과거의 정권에서는 표면으로 떠오르기는커녕 당연시 되었을 새발의 피 한 방울도 되지 않았을 사건이다. 걸핏하면 두나라당이 사사건건 특검제니, 국정조사권이니, 목청을 돋구어 정치검사니, 편파수사니 하여 검찰탄핵소추안 상정을 놓고 밀고 밀치고 하는 국회의 소동에 덩달아 북을 치며 휘말리다보면 조 작씨는 봉복절도(捧服絶倒)를 할 지경이다.

 

과거에 어느 정권이 검찰의 중립을 보장했던가. 사법부가 이 검찰의 중립을 보장했던가. 마치 평화당 정부에 와서 사법부의 권위와 정의와 독립성이 훼손되고 무너지기라도 한 듯 길길이 뛰는 동료 의원들을 보고 있노라면 풋하고 웃음이 터져나와 그들에게 눈치 채일까봐 화장실로 뛰어들곤 한다. 소변기 앞에서 오줌 한 줄기를 깔기고는 그것을 내놓은 채 낄낄 웃음을 쏟아놓고야 본 회의장으로 들어간다.

 

행정부(대통령, 총리, 장관 등)의 시녀가 되어 부복(俯伏)했던 과거의 그들의 골샌님 같았던 모습과 새로운 세기의 민주투사로 변모한 오늘의 그들의 양상이 세계 제일의 코메디언을 연상케 했기 때문이다. 두나라당 출신 국회 정보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정치인의 생태와 심리를 분석, 관찰하는 재미는 안기부에서 공안사범을 유별(類別)하던 흥미와 비슷하다. 고문실을 거치면서 그들의 급수는 매겨지기 마련이다. 죽을 각오로 연루자를 보호하는 의인(義人)형은 A급, 고문을 이기지 못하고 수사관의 요구대로 허위 자백을 하는 보통 인간형은 B급, 밥먹듯 쉽게 전향해 버리는 유다형은 C급이다. 고문전 국장은 간첩이 잡혀오면 우선 관상부터 보는 버릇이 붙었다. C, B, A 어느 급에 해당되는 얼굴일까. 눈의 크기, 코 높이, 인중, 귀의 크기와 위치 등을 세밀하게 뜯어보는 재미는 솔솔했다. 두나라당 의원들의 속내를 관찰함이 마치 안기부 시절의 관상으로 그들의 급수를 점치던 때의 취미와 일맥상통한 데가 있었다.

 

정계에 입문한 탓일까. 요즈음 조 작씨는 스스로 변하고 있는 자신을 관망한다. 비록 두나라당의 악역을 맡아 그들의 이익을 충족시켜 주고는 있지만 과연 이들이 정치가일 수 있을까 –고문 국회의원 고문전을 구속하라- 펄럭이는 현수막 때문은 아니다. 그 정도에 기가 죽을 조 작씨가 아니다. 아직 일격에 퇴치할 수 있는 고성능 무기는 녹이 슬지 않았다. 이북 공산주의를 송충이 대하듯 기휘하는 국민의 심리를 적절히 충동질 할 약발의 약방문은 풍부하다. 초선의원이었을 때만 해도 조 작씨는 고위급 탈북 인사의 신변을 보호하듯 각별히 자신에게 신경을 써주는 총재의 배려에 우쭐했었다. 그것이 부담으로 느껴지게 되었음은 재선 의원이라는 정치적 경륜에서가 아님은 조 작씨는 거울 속을 보듯 자신의 모습을 인지하고 있다.

 

안기부의 수사 과정에서 만나게 된 A급 공안사범들, 그들의 상이 조 작씨도 모르는 사이에 그의 가슴에 자리하고 있음을 요즈음에야 발견하게 된 것이다. 안기부 대공수사국의 고문전 국장의 수사를 거쳐간 남파 간첩들이 사형 언도를 받고 삶을 허락하는 전향의 유혹을 거절, 의연하게 교수대로 걸어갔다는 뒷얘기를 들을 때마다 조 작씨는 가슴에 흥건히 고이는 출혈의 통증과 뭉클한 감동을 동시에 부여안고 그들의 명복을 빌어 합장을 한다. 확신범에 대한 사형은 폐지되어야 함을 아울러 빈다.

 

(다음주에 계속 이어집니다)

 

중편소설-조작(趙作)씨의 안경(2)

중편소설-조작(趙作)씨의 안경(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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