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괴물.
사람은 살아서 괴물이고, 죽어야 아니구나.
김대영 | 입력 : 2015/07/16 [12:13]
[괴물]
暻井.
수백 칸 집에 살아도 죽어서 왜 한 평 묘지 한 짝 관 안에 들어가 있는 지 알겠다.
소나기 내리면 애꿎은 풀잎 꺽이는 것을
삶의 중간쯤 오니 내 모든 게 모든 존재들에 소나기임을 알겠다.
부르르 몸서리 쳐진다. 얼마나 상처 주고 그 얼마나 소나기 같았던가?
희노애락 뿜어낼 때 남을 위해서는 그 얼마나 기쁘고 노하고 사랑하고 즐거웠는가?
결국 사람은 괴물이다.
그래서 살아서 구중궁궐에 살아도 죽어지면 포승 묶여진 체로 한 평 방에 한 짝 자리에 가는구나.
살아서 괴물은 죽어야 괴물 아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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