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광복절을 지켜내기 위해 싸워야 할지도 모르겠다"

광복 70주년 부정하는 KBS 이사장 ‘이인호 할애비는 일왕을 위해 나가 싸우다 죽으라고 선동했던 인물

서울의소리 | 입력 : 2015/08/14 [15:56]

내일은 일제로부터 독립한지 70주년이 되는 광복절이다. 이에 정부는 광복절 전날인 오늘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하는 한편 다양한 문화 행사를 통해 광복 70주년의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려 하고 있다. 숫자에 매몰 될 필요는 없겠지만 '70'은 특별함을 지니기에 부족함이 없는 숫자다. 이를 반영하듯 거리 곳곳에는 애국심의 상징인 태극기가 나부끼고 있고, 정부는 지자체와 더불어 역대 최대규모의 대대적인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

 

어디 이뿐이랴. 박근혜 대통령은 "올해는 광복 7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라며 경제사범이 포함된 특별사면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대선공약까지 뒤엎으며 광복절 특사를 단행했다. 광복 70주년은 이처럼 대통령의 대선공약까지 뒤집는 각별한 의미가 있다.

 

그런데 대통령과 정부, 일반 시민들에 이르기까지 나라를 되찾은 광복 70주년의 의미를 되돌아보고 있는 이 뜻깊은 시기에 대한민국의 광복이 1945년이 아니라 1948년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정부 주도로 대대적인 광복 70주년 행사가 치러지고 있고, 최고 존엄인 대통령까지 나서 광복 70주년의 역사적 의미를 고취시키고 있는 순간에 그들은 일제로부터 독립한 날이 아닌 이승만 정부가 수립된 1948년 8월15일을 광복절로 불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통령과 정부 입장에서 보자면 정성껏 차려놓은 밥상에 재를 뿌리고 있으니 참으로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중앙일보>는 어제(13일) '광복절은 대한민국을 기념하는 날이다'라는 이인호 KBS 이사장의 시론을 실었다. 그녀는 시론에서 "...언제부터인가 광복절의 기년을 1948년 대신 1945년에 맞춤으로써 광복이라는 말이 가지고 있는 참뜻이 상실되고 역사적 기억에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70년 전 8월15일은 36년간의 일제 식민지배로부터 우리가 해방되는 날이었다.

 

그러나 불행히도 해방은 우리가 그날까지 고대했던 광복, 곧 독립의 회복이 아니었고 미군과 소련군에 의한 남북한 분할 주둔이었다"며 1945년 8월15일이 광복이 아니며 광복절의 기점은 이승만 정부가 수립된 1948년 8월15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인호 KBS 이사장의 인식은 광복절을 이승만 정부가 대한민국을 수립한 날인 1948년 8월15일 건국절로 바꾸자고 주장하고 있는 뉴라이트의 인식과 정확하게 맥이 닿아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지난 2008년 뉴라이트를 중심으로 건국절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펼쳐진 이후 이 흐름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에 정치권도 적극적으로 가세하고 있다.

 

2008년 당시 정갑윤 한나라당 의원을 중심으로 13명의 같은 당 의원들이 광복절을 건국절로 바꾸어야 한다는 법안을 제출하면서 뉴라이트의 주장에 동조했고, 2014년에도 새누리당 나경원, 윤상현, 심재철 의원 등 62명의 소속 의원들이 광복절을 건국절로 바꾸자는 입법안에 서명했다. 그들은 대한민국이 1948년 8월15일을 기점으로 영토와 주권을 갖춘 국가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될 경우 해방 이후 건국까지 3년의 시간이 역사 속에서 사라져 버리게 된다. 건국절이 인정될 경우 대한민국은 1948년 8월15일 탄생한, 건국된 지 불과 67년 밖에 안되는 신생독립국으로 전락하게 되고 만다. 또한, 이는 일본의 독도 야욕을 정당화하는 합법적 근거를 제공할 수 있다는 문제점도 있다. 문제는 또 있다.

 

건국절은 대한민국이 38선 이남지역만으로 이루어진 국가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되기 때문에 대한민국헌법에 명시된 영토조항을 부정하는 심각한 오류에 빠질 수밖에 없다. 결국, 건국절을 인정하는 순간 그전의 역사를 잃어버리게 됨은 물론이고 지역적으로도 북한과 단절되기 때문에 분단체제를 극복할 수 없는 딜레마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뉴라이트들은 왜 광복절을 부정하고 건국절을 제정하기 위해 목을 매는 것일까. 이에 대해서는 한홍구 교수(성공회대 교양학부)의 주장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그는 그 이유를 뉴라이트들의 역사적·태생적 위치에서 찾고 있다. 그는 "우리 민족 대다수에게 건국과 광복은 대립하는 개념일 수가 없지만, 몇몇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생물학적 또는 정치적 후예들에게는 해방이나 광복의 의미가 전혀 다르게 다가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며 그들이 "친일파이기 때문에 그렇다."라고 단언하고 있다. 친일파와 그 후예들이 자신들의 친일경력을 정당화하고 합리화시키기 위해 건국절의 제정에 목을 매고 있다는 뜻이다.

 

광복 70주년을 부정하고 있는 이인호 KBS 이사장의 가계를 보면 한홍구 교수의 진단이 설득력을 얻는다. 그녀의 조부인 이명세는 친일 기업으로 부를 축적했고 1939년 11월1일 조선총독부가 친일 유학자들을 동원해 만든 조선유도연합회 상임참사를 지내며 조선 유림을 친 일화 시켰던 장본인이었다.

 

특히 그는 1941년 조선임전보국단 발기인으로 참여해 조선의 젊은이들은 일왕을 위해 태평양전쟁에 나가 싸우다 죽으라고 선동까지 했던 반민족적 친일 인사였다. 이런 경력으로 그는 대통령 직속기구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지난 2009년 발표한 친일반민족행위 704인 명단에 포함됐으며, 민족문제연구소의 친일인명사전에도 이름이 올라 있다.

 

친일파였던 이명세의 손녀인 이인호 KBS 이사장은 뉴라이트 교과서포럼의 '한국 근현대사'와 뉴라이트 한국현대사학회의 고문을 역임하고 있다. 우리 사회 곳곳에 퍼져있는 뉴라이트들의 가계를 살펴보면 대부분이 '친일파'이거나 그들의 후손들이다. 그녀가 '친일파'의 후손으로서 일본제국주의 식민지 근대화론을 옹호하고 나아가 '건국절' 제정을 통해 자신들의 친일행적을 영구히 삭제하려는 뉴라이트의 목적에 부합하는 삶을 사는 것은 그래서 절대로 우연이 아니다.

 

같은 이유로 뉴라이트에게 조국의 독립에 앞장섰던 독립운동가들이 조명받는 광복절이 불편한 것은 당연한 일일 지도 모른다. 친일의 원죄가 있는 자들에게 광복절은 제거해야 할 눈엣가시나 다름없는 것이다.

 

 

광복 70주년인가, 아니면 광복 67년인가. 독립운동가들이 일본제국주의의 침략과 수탈에 맞서 조국의 독립을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웠던 것처럼 어쩌면 우리는 이제 광복절을 지켜내기 위해 싸워야 할지도 모르겠다.

 

언제 독립했느냐를 두고 벌어지는 이 대결은 마치 당시의 그 모습을 고스란히 재연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일본제국주의에 부역한 친일파들과 그 후손들이 여전히 득세하고 있는 나라, 대한민국의 완전한 독립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바람부는 언덕 http://windyhill73.tistory.com/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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