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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 옆에 7성급 호텔이 생긴다고??

여우고개 출판사가 이번엔 책이 아닌 신문 광고로 알리고자 하니...

서울의소리 | 기사입력 2015/10/24 [23:21]

경복궁 옆에 7성급 호텔이 생긴다고??

여우고개 출판사가 이번엔 책이 아닌 신문 광고로 알리고자 하니...

서울의소리 | 입력 : 2015/10/24 [23:21]

 

 

 

안녕하세요, 여우고개 출판사의 편집자 도은숙이라고 합니다.

내일 날짜로 한겨레에 다음과 같은 내용의 전면 광고가 실립니다. 
장기간 이어진 출판 불경기로 최근 사무실 규모를 절반으로 축소해 이전했는데요.
축소한 보람도 없이 카드빚을 내 한겨레에 이런 광고를 내게 되었습니다.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이 광고비면 축소 이전한 사무실 임대료를 석 달간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체 저희가 왜 이렇게까지 해서 많은 사람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싶어 하는지 한번 들어보시겠어요?

 

서울에 센트럴 파크 저리 가라 할 만큼 울창하고 아름다운 숲이 있었습니다. 바로 서울 송현동 땅에요. 송현동이 어디냐고요? 그 옛날에는 궁궐 옆이라 조선 왕조 때는 외척과 세도가 들이 살던 땅입니다. 그런데 이 땅을 일제 강점기 때는 조선식산은행이, 해방 후에는 주한 미국 대사관이 차지해 직원 숙소로 썼습니다. 그 이후 주변에 건물이 높게 들어서자 미국 대사관은 보안 문제로 직원 숙소를 이전했지요. 이 땅은 2000년에 삼성그룹이 1,400억 원에 매입해 리움박물관과 같은 ‘복합 문화 시설’을 지으려다 포기하고, 2008년에 대한항공이 속한 한진그룹에 매입가의 곱절쯤 되는 가격으로 넘겼습니다. 그러니 송현동 이 땅은 일제 강점기부터 지금까지 거의 100년 가까이 우리나라 사람은 발도 딛지 못한 굴곡의 땅이기도 하지요. 

 

더욱 안타까운 것은 지금 이 숲은 이제 있지도 않다는 것입니다. 

 

이 땅을 사들인 대한항공은 세계 최고급인 7성급 호텔을 세운다고 합니다. 시민의 삶과는 무관한 외국 귀빈과 국내 VVIP만 사용하는 초호화 숙박업소입니다. 그런데 100년 만에 우리에게 돌아온 이곳은 어떤 땅인가요? 조선 시대부터 근대에 걸친 유적지일 뿐 아니라 주변에 덕성여자중학교, 덕성여자고등학교, 풍문여자고등학교가 둘러싸고 있어서 현행법에 따라 호텔을 지을 수 없는 땅입니다. 오래도록 보존해야 하는 이 아름다 운 숲의 존재가 불편했을까요? 대한항공은 이 울창한 숲을 베어냈습니다. 


학교보건법에 따르면 호텔 건축은 학교 경계선 200미터 이내에 허가할 수 없으며, 더욱이 50미터 이내에는 절대로 지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웃 세 학교 가운데 덕성여자중학교는 송현동 빈터와 아예 담장을 같이 쓰고 있으며, 풍문여자고등학교와 덕성여자고등학교는 단지 골목길만 사이에 두고 있지요. 대한항공은 호텔 건축을 강행하고자 중부교육지원청을 상대로 행정 소송을 냈습니다. 적반하장격인 이 소송을 대법원까지 밀어붙였지만 2013년 6월, 당연히 패소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대한항공은 재판 결과엔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 호텔 건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10대 재벌 중 하나인 한진그룹은 이제 교육법까지 바꿔 호텔을 짓겠다는 것입니다. 중부교육지원청, 대법원, 종로구청, 서울시는 학교보건법을 방패로 경제 활성화, 고용 창출이라는 명분을 내세운 대기업의 압박으로부터 이 땅을 지켜냈습니다. 그런데 경제 권력이 자신들의 이권에 맞춰 학생들의 학습권마저 결정하려고 합니다. 

 

대한항공에 묻습니다.
대한항공은 숙박 시설을 짓는 게 아니라 숙박 시설이 있는 복합 문화 시설을 세우는 것이라고 합니다. 복합 문화 시설이라고 한다면 왜 호텔이어야 하나요? 송현동의 문화와 역사를 지키기 위해선 7성급 호텔보다 박물관과 공원이 더 필요하지 않나요? 

 

송현동 숲 다시 살려낸다면, VVIP만을 위한 화려한 건물과 비싼 정원수 대신 소박하지만 무성한 숲이 있는 공원이 생깁니다. 소위 귀빈들이 쓰고 가는 돈보다 돈으로는 헤아릴 수 없는 시민의 행복을 지키는 것이 온 국민에게 남는 장사가 아닐까요?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주말에 고궁 나들이를 나갔다가 송현동 공원에 들러 잠시 쉬고 싶지 않으세요?

 

대한항공은 이 땅에 호텔을 지을 것이 아니라, 역사 -자연 공원을 만들어 시민에게 돌려주어야 합니다. 서울시와 정부는 이 땅을 매입해 환경 친화적이면서도 문화를 지키는 공원과 박물관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 모두 힘을 모아 송현동 숲을 다시 살려냅시다. 숲이 살아나면 특정 기업의 이익이 아니라 모든 국민과 후손에게 혜택이 돌아옵니다. 


여우고개는 책을 만들어 파는 일이 우선인 회사입니다. 최근에는 교과서에 저희 그림책이 수록되고, 수년간에 걸쳐 겨우 출간한 인문 교양 만화가 나름 큰 반향을 얻어 이제는 무명 설음에서 벗어나나 하는 희망을 품게 된 소박한 회사이지요.

 

그러나 저희가 저희 배 하나 불리자는 생각이었다면 여우고개 자체가 설립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만들어서 파는 일이 우선이지만 어떤 책을 만들어야 하느냐가 가장 큰 관건이니까요. 많은 사람의 관심 밖에 있지만 그 무엇보다 소중한 진실, 그 진실을 이번에는 책이 아닌 신문 광고로 알리고자 하니 많은 분의 시선과 생각이 모이면 좋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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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dmin 2015/10/25 [03:01] 수정 | 삭제
  • 양해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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