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소문] '탄광 소음성 난청 산업재해'로 인해 평생 고통속에 살아온 광부들이 고용노동부에 호소합니다

서울의소리 | 입력 : 2015/12/11 [12:12]

우리는 오랜 동안 귀가 먹어서 평생 고통을 겪어왔던 사람들입니다. 배운 것 없고 기술도 없어 선택한 막장생활, 지하 수백미터 밑으로 들어가 굴속에서 탄을 캐내는 일을 수십년하면서 몸은 병들어 갔습니다.

 

탄광 현장에서 사용하는 착암기, 드릴, 콜픽, 발파, 기계음(콤푸, 대형선풍기, 광차, 찜뿌라, 콘베아 소리 등)은 엄청난 소음으로 작업시간 내내 귓전을 떠나지 않는 환경에서 귀마개도 제대로 지급받지 못해 그대로 노출되기도 하였고, 어쩌다 귀마개를 주는 경우에도 엄청난 소음을 차단하지 못하여 어쩔 수 없이 노출되었습니다. 집에 오면 귀에서 매미소리가 나기도 하고 웅하는 소리가 나기도 합니다. 너무도 피곤한 나머지 잠에 골아 떨어지므로 다음날 아침이면 그 소리가 사라지곤 했답니다.

 

   1976년 삼척탄광 광부들이 귀마개도 없이 착암기로 석탄을 캐고 있다

 

그러나 일을 그만 둔 후 피곤함이 덜한 상태에서 하루 종일 매미소리와 웅소리는 귀를 떠나지 않았고 오랫동안 이명으로 고생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나서 몇 년이 지나면 거의 남과의 대화소리를 들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몇 년이 흐른 뒤 귀가 잘 안들려 하도 이상해서 이때부터 이비인후과도 다녀보고 약도 먹어보고 하지만 이미 난청이 되어버린 뒤에는 나아지지를 않았고 세월이 지나면서 점점 더 악화되어 이제는 다른 사람들의 대화를 들을 수가 없고, 상대방과의 대화도 들리지 않아 목소리는 점점 더 커졌고 거의 싸우다 시피 소리를 질러 주변사람들에게 이상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심어 주곤 했습니다. 취업에도 지장이 많아 왔고 일상생활에서도 오랜 세월 고통을 겪어 오면서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여기며 살아 왔습니다.   

 

피해자들 중 일부는 이것이 탄광생활에서 오는 소음성 난청이라는 사실을 알고 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에 찾아가 산재신청이 되는지 상담을 하러 갔었는데 탄광일을 그만둔 지 3년이 넘었다고 안된다는 답변을 듣고 발길을 돌리기도 하였습니다. 지난 수 십년간 억울해도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작년 대법원에서 소음성 난청은 소음작업부서를 떠난 뒤 3년 이내에 청구해야 한다는 규정이 무효라는 판결이 내려졌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래 이제라도 평생 고통을 겪어 왔는데 그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받는구나 하고 기대를 하고 이비인후과에서 탄광생활에서 오는 ‘소음성 난청’이라는 진단을 받아서 산재신청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고용노동부가 해당 시행규칙을 변경한다면서 부칙으로 2016. 1. 1. 이후로 소음성 난청 ‘증상’을 확진받은 사람들만 구제를 해 주겠다고 해서 그 동안 피해자들은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의아했습니다.  그래서 전문가에게 물었더니 2016. 1. 1. 이라고 정해 놨지만 대법원 판결 이후 소음성 난청 확진을 받은 사람들은 고용노동부에서 구제해 주기로 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근로복지공단이 또 다른 바리케이트를 치고 있습니다. 대법원 판결 이후로 “소음성 난청” 진단을 받아서 산재신청을 하였더라도 과거에 청력저하(소음성인지 여부와 관계없이) 진단을 받은 지  3년이 넘은 사람들의 경우는 보상에서 제외된다는 어이없는 판단을 근로복지공단이 내렸습니다.

 

그 내막은 시행규칙이 개정된다고 하면서 부칙 조항에 “소음성 난청 ‘증상’이 진단된 날”을 기준으로 한다며 ‘증상’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어서 발생하고 있는 문제라 생각합니다. ‘증상’이 뭔가요? 소음성 난청이던 청력저하에 의한 난청이던 ‘소리가 잘 안들린다’는 것이 증상이기 때문에 ‘소리가 잘 안들려서’ 이비인후과에서 청력저하 진단을 받는 사람들이 모두 증상을 확진받은 사람으로 보아 그 시점으로부터 3년이 넘은 사람들 모두를 보상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냈습니다.  

 

실제로 최근에 오랫동안 탄광생활을 했던 사람이 2015년 소음성 난청 진단을 받아 산재신청을 했는데 근로복지공단에서는 14년 전에 화순군청에 청력저하(양쪽 귀)로 장애인등록을 하였다는 이유로 ‘증상’이 확진된 시점을 14년 전으로 보아 보상을 거절하였습니다.

 

어떻게 소음성 난청인지 다른 난청인지 알지도 못하고 있다가 2015년에 비로소 소음성 난청이라는 진단(확진)이 내려진 것인데 과거 장애인등록을 위한 진단에서 청력저하가 확인되었다고 보상을 거절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결국 소음성 난청 ‘증상’이라는 ‘증상’ 이라는 단어가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귀가 잘 안들린다”는 증상을 확진받은 날로 하면 그 시점으로부터 3년이 넘은 피해자들은 모두 보상에서 거부됩니다.

 

심지어 더 기가 막인 일은 2015년 ‘소음성 난청’ 확진을 받아서 냈는데 근로복지공단은 과거 청력저하 진단을 받은 적이 없어 ‘서서히 나빠졌다’는 근거가 없으므로 탄광생활로 귀가 먹는 것이 아니라고  자문의 의견만 받아서 일방적으로 판단, 보상을 거부했습니다. 

 

과거에는 소음작업부서를 떠난 지 3년이 넘었다고 보상을 거부하더니 이제 와서는 청력저하 진단일로부터 3년이 넘었다고 보상을 거절하는 상황이 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청력저하 진단을 받은 적이 없었다’는 이유로 거절하고 있습니다.

 

해서 우리는 우선 부칙 조항에서 ‘증상’이라는 단어가 빠져야 한다고 강력하게 요구합니다. 소음성 난청이 확진된 날이 아니라 모호하게 ‘증상’이 확진된 날을 기준으로 하는 것을 반대합니다. “소음성 난청이 확진된 날”이어야 합니다. 더불어 과거 오랜 탄광생활로 인해 소음성 난청 진단을 받았었는데도 잘못된 시행규칙으로 인해 평생 고통에 시달리면서도 보상이 거부되었던 분들도 구제되어야 한다고 요구합니다. 

 

그동안 귀가 먹고도 누구에게 하소연 해봐도 소용없었고 직장 구하기도 어려웠고, 큰 소리를 지르면서 오해도 많이 받아온 설움을 생각하면 지금도 너무도 고통스럽고 공단이 마치 준다고 해 놓고 다시 빼앗는 것과 같은 태도를 보여 너무 답답합니다. 이 규정은 반드시 시정되어야 합니다. 아니 세상에 무효인 규정으로 보상을 거절하여 온 것도 모자라, 이를 바로잡는다고 해 놓고 다시 족쇄를 채우는 짓을 당하고 가만히 있을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고 했습니다. 제발 난청으로 인해 많게는 수십년을 고생해온 수많은 재해자들을 보아 증상이라는 이 잘못된 단어를 삭제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탄광 소음성 난청 산업재해 피해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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