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한미FTA 협상시 '갑자기' 추가된 문건 공개하라' 판결

한미 FTA협상 타결 때 협정문에는 없던 ‘미국에서의 한국 투자자 대우 조항’ 등장

서울의소리 | 입력 : 2016/01/22 [00:33]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과정에서 추가된 ‘미국에서의 한국 투자자 대우 조항’을 공개하라며 정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법원이 민변의 손을 들어줬다.

 

민변이 요구한 것은 2007년 6월 21일~22일과 25일~26일 2회에 걸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관한 재협상을 해 6월 30일 협정문에 정식 서명을 하기까지 그 협정문 서문 중 아래 문장(한국인 투자자 보호와 관련된 문장)을 추가하기 위해 한국과 미국 양측이 교환한 문서다. ©로이슈

 

법률전문신문 로이슈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제13부(재판장 반정우 부장판사)는 21일 민변이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거부처분취소 청구소송(2015구합66936)에서 “피고의 이 사건 정보에 관한 비공개 결정을 취소한다”며 민변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피고는 이 정보가 공개되는 경우 다른 나라들의 교섭 정보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아 국익을 해한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이 사건 정보에 한국과 미국의 입장과 협상 전략이 포함돼 있다’는 원론적이고 추상적인 내용만 되풀이해 주장하고 있을 뿐, 근거가 될 만한 구체적인 사유를 전혀 주장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즉 이 정보에 어떠한 성격과 차원의 협상 전략이 포함돼 있는지, 그 협상 전략이 공개되는 경우 다른 나라들이 이를 어떠한 방식으로 교섭 정보로 활용할 수 있는지, 다른 나라들이 이를 교섭 정보로 활용할 경우 한국의 교섭 진행에 어떠한 불이익을 주는지 등을 전혀 구체적으로 주장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한 법원이 비공개로 이 정보를 열람ㆍ심사한 결과, ‘한미 자유무역협정’은 서문을 포함해 총 25개의 항목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 정보는 그중 서문에 포함돼 있는 특정 문장에 대한 한국과 미국의 협상 과정에서 작성된 문서들이며, 따라서 특정 문장을 제외한 나머지 서문이나 다른 24개 항목에 관한 내용은 거의 포함돼 있지 않으며, 이 정보에 담긴 특정 문장이나 이와 관련한 내용은 다른 24개 항목과는 크게 연관성이 없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설령 이 정보가 공개된다고 하더라도, ‘한미 자유무역협정’ 가운데 극히 일부분에 불과한 특정 문장에 국한해 그 문장에 관한 한국과 미국의 입장이나 협상 전략이 외부에 알려질 여지가 있음에 그칠 뿐이고, 자유무역협정 전반에 관한 한국 정부의 기본적인 입장이나 핵심적인 협상 전략 등이 외부에 알려질 위험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그리고 특정 문장에 관한 협상 전략 등이 알려지는 것만으로는 한국 정부가 다른 나라들과 자유무역협정 체결 협상을 할 때 직접적으로 불이익이나 방해를 받는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피고가 주장하는 사정과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정보가 공개될 경우 다른 나라들의 교섭 정보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아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피고가 주장하는 사정과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정보가 공개될 경우 한국과 미국 사이에 외교ㆍ통상 관계에 마찰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정부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한국과 미국 정부가 ‘한미 FTA’ 협상을 하는 과정에서 생성된 문서를 협상이 발효된 후 3년 동안 비공개하기로 합의했고 그 합의된 비공개 기간이 2015년 3월 14일로 종료했음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며 “그렇다면 합의된 비공개 기간이 지난 이 정보를 공개한다고 해서 합의의 한쪽 당사자인 미국이 공개에 반대하거나 이의를 제기할 여지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따라서 이 정보가 정보공개법에서 정한 정보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며 “그러므로 이 정보를 비공개한다고 결정한 피고의 결정은 위법해 취소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 사건은, 2007년 5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타결을 선언할 당시에 발표한 협정문에는 없던, ‘미국에서의 한국 투자자 대우 조항’이 그해 7월 서명본에 갑자기 등장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정부는 이러한 심각한 조항이 삽입된 사실을 알리지도 설명하지도 않았다. 민변(회장 한택근)은 이 조항이 미국에서 한미 FTA가 제공할 한국 투자자 보호 수준을 중대하게 침해한 조항으로 인식했다.

 

이에 민변 국제통상위원회(위원장 송기호 변호사)는 이 문구가 갑자기 등장한 배경과 이 문구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2015년 3월 11일 이 조항을 넣은 협상 과정의 문서를 공개할 것을 산업자원통상부에 청구했다.

그러나 산업자원통상부는 2015년 3월 31일 ‘공개될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에 해당한다며 비공개 처분을 했고, 민변은 그해 6월 산업자원통상부 장관을 상대로 정보공개 소송을 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 정보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기록한 투자자 보호 방침에 관한 문서로 미국 정부가 제시한 안과 한국 정부가 제시한 안의 비교 내용과 의견을 기재한 문서”라며 “이 정보가 공개될 경우 문제점이 있다”며 거부했다.

 

산자부는 “한국과 미국 사이에 외교ㆍ통상관계에 마찰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그러므로 이 사건 정보는 정보공개법에서 정한 ‘외교 관계 등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에 해당한다”며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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