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에 흐르는 눈물

개성공단에 눈물이 흐르고 안타까운 민족의 역사에도 눈물이 흐른다.

서울의소리 | 입력 : 2016/02/19 [01:24]

개성공단이 대통령의 임의에 의하여 전격 폐쇄되고 대통령은 국회에 나와 그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그 설명에 기꺼이 동의하는 국민은 많지 않은 것 같다. 개성공단을 통해 지급되는 근로자들의 임금이 결과적으로 북한의 핵 개발에 쓰이는 것 아니냐는 의혹은 개성공단이 가동되고 나서 몇 년 뒤부터 조금씩 나오던 말이다. 그러나 대부분은 보수주의자들 중에서도 생각이 단순한 사람들의 가십성 이야기에 불과했다. 그것이 세월이 지나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 대통령의 입을 통해 듣게 될 줄은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개성공단은 남북이 경제 분야에서 서로 협력하고 군사 충돌을 방지할 완충장치의 역할을 하면서 장차 화해와 협력의 시대를 본격적으로 열어 갈 계기로 삼기 위해 설치한 것이었다. 남북 간 합의가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는 이 공단은 그것이 성사되기까지 수많은 고려사항이 있었고 만만치 않은 논점들을 극복하면서 이루어졌다. 바둑으로 치면 이 한 수를 두기까지 거의 열 수를 헤아렸던 셈이다. 그러니 일부 생각이 짧은 사람들의 거의 두 수 차원도 못되는 자금제공설이야 이미 그 초보적 단계에서 극복된 문제였던 것이다.

 

따라서 그 문제를 생각할 때 과연 개성공단 근로자의 임금이 북한 정권 차원으로 흘러들었는가? 그 금액이 핵 개발에 사용되었는가? 사용되었다면 그 금액의 존재 유무가 과연 핵 개발을 좌우할 만한 것이었는가 하는 것을 따진다는 것은 어쩌면 유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흘러들었다고 말하는 것도 대통령과 통일부 장관의 말이 서로 다른 것처럼 불확실한 것이고 또 정보의 성격상 어차피 정확히 알기도 어려운 일이다.

 

중요한 것은 개성공단은 남과 북의 꿈이 실려 있는 역사적 사업이었다는 것이다. 그 꿈은 우리가 일본의 지배 36년, 미국과 소련의 지배 3년을 거치고 다시 끝 모를 분단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는 치욕적인 역사 인식에서 피어난 것이었다. 그 꿈의 궁극에 분단을 극복하고 우리 민족이 다시 하나의 국가로 통일되는 것이 담겨 있다는 것은 말할 나위도 없는 일이다.

 

▲ 사진 가운데 건물이 모여 있는 곳이 개성공단.(사진 출처 = www.flickr.com)

 

분단의 상태로 있는 한 우리는 그 어떤 영역에 걸친 그 어떤 성취도 절반의 성취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는 경제력 규모가 세계 몇 위니 어떤 영역에 있어 OECD 몇 위를 달성하였느니 자랑을 하지만 국제 사회에서 우리를 보는 눈은 항상 못난 반쪼가리 나라에 불과하다. 그렇지 않다면 왜 우리가 분단을 치욕이라고 하겠는가? 그런데 우리는 그 치욕을 자주 잊는다. 우리는 우리가 사우스 코리아라는 냉엄한 현실을 잊고 우리를 대한민국이라고 부르고 있다.

 

대한민국? 아니다. 반(半)한민국이다. 대통령? 아니다. 반통령이다. 국제 무대에 화려한 한복을 입고 각광을 받아가며 여러 국자 지도자들과 웃음을 나누는 대통령이 온전한 대통령으로 보이는가? 외국인들의 시각으로 보면 그냥 반토막짜리 못난 대통령에 불과하다. 이 치욕을 넘어서기 위한 수많은 노력과 시행착오를 거치고 개성공단은 탄생했던 것이다.

 

그러나 보수정권이 들어선 뒤 개성공단은 콩쥐 신세가 되고 말았다. 내가 낳은 자식이 아니라는 이유에서, 전처 소생이라는 이유만으로 찬밥 신세가 된 지 이미 오래 됐다. 많은 사람들은 그 배경에서 또 다시 이명박 정권이 빠져 있었던 북한 정권 붕괴 임박설을 보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논어”에도 나오는 이야기처럼 이 세상에는 부의 상대적 불평등으로 망한 나라는 있어도 절대적 빈궁만으로 망한 나라는 없다. 만약 그런 붕괴를 기대해서 북한을 고사시키려는 것이 진짜 의도였다면 그것은 어리석은 판단이다.

 

그런 의도였든 아니면 명시적으로 설명한 것처럼 핵 개발 비용을 대어 줄 수 없다는 논리에서였든 모든 적용 논리는 결코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라 개성공단의 설치에 이르는 극히 초보적 단계에서 다 거쳤던 논리들이다. 경제적 손실액이 우리가 열 배 정도나 더 크지만 전체 경제 규모에서 차지하는 비중으로 볼 때 우리는 살을 베이는 셈이지만 북한은 뼈가 잘리는 셈인 것은 맞다. 그렇게라도 고통을 주어 핵 개발이 저지된다면 모르겠지만 대부분의 전문가가 보듯 그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 고통은 고스란히 남북의 죄 없는 기업인, 근로자에게 돌아가고 그만큼 원한만 쌓일 것이다.

 

남북 문제는 민족 최고의 과제다. 그것은 고도의 지성과 진지함, 무한에 가까운 인내를 필요로 한다. 무엇보다 감정적으로 대응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처음도 아니고 네 번째인 핵 실험, 역시 처음이 아닌 로켓 발사를 이유로 이런 극단적 조치를 취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핵 개발의 초점이 아무래도 우리보다는 미국을 겨냥한 것이 분명하고 실제 발을 동동거려도 미국이 동동거렸던 것이 사실인데 미국도 어쩌지 못하고 고민하고 있는 일을 무엇 때문에 우리가 단칼에 해결이라도 할 듯이 이런 무리한 조치를 취했는가? 납득할 수가 없다.

 

미국의 사주가 있었다든가 사드 배치를 강행하기 위한 수순이라든가 총선을 집권 측에 유리하게 몰고 가려는 의도라든가 하는 것을 덮어 놓고 지나친 해석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은 이처럼 다수의 국민이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명분이 엿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어쨌든 물은 이미 엎질러졌다. 국보급 자기는 한 순간의 분노 앞에 내던져져 박살이 났다. 설움 받던 콩쥐는 못 바닥의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심히 애통스럽지 않은가! 개성공단에 눈물이 흐르고 안타까운 민족의 역사에도 눈물이 흐른다. 나라의 독립을 위해 한 목숨을 바쳤던 안중근 의사도, 이봉창 의사도 이 처참한 개성공단을 내려다보고 계신다면 아마 똑같이 눈물을 흘리실 것이다.

 

 
 

이수태 저술가,

칼럼니스트,

전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행정부원장.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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