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성과주의 채택하면...어떤 조직보다 폐해가 심각할 것

전직 경찰, "실적 달성 위해 논 물대기로 다투는 농민을 폭력배로 몰기도...

서울의소리 | 입력 : 2016/02/19 [01:59]

박근혜 정부가 ‘저성과자 퇴출’이라는 이름으로 공직사회에 추진하고 있는 성과주의 확대 정책에서 경찰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 2010년 당시 서울경찰청장 조현오가 추진했던 성과주의는 경찰공무원들로 하여금 특진을 위한 한건주의, 범죄예방활동 등 배점이 낮은 분야 소홀, 무리한 입건(구속영장 기각률 하락), 인권침해 등의 부작용을 낳게 했다.

 

급기야 서울 양천경찰서 경찰관들이 자백을 받기 위해 피의자를 고문하는 사건까지 발생하며 결국 조 경찰청장은 1년 만에 “실적위주 관리가 편법을 낳고 국민을 경찰의 주인이 아닌 대상으로 전락시키고 있다”, “우리끼리만 바쁠 뿐인 계량적 실적주의는 과감히 버리겠다”고 직원들에게 공개 메일을 보내 성과주의 포기 선언을 한다.

 

공무원U신문에 따르면 16오후, 전현직 경찰관 모임인 경찰무궁화클럽과 희망시민연대 주최로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 ‘저성과자 퇴출제와 노동현장 위험성’ 토론회에서는 이미 성과주의의 폐단을 경험했던 경찰 내부에서 박근혜 정부의 성과주의 확대에 대한 상당한 우려와 이에 대한 불만이 팽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전현직 경찰관들의 모임인 '경찰무궁화클럽'이 박근혜 정부의 성과주의 확대를 비판하는 토론회를 주최했다. 토론회는 '저성과자 퇴출제와 노동현장 위험성' 이라는 이름으로 16일 오후 2시,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됐다. 공무원U신문

 

토론회가 시작되기 전, 2010년 조현오 당시 서울경찰청장의 무리한 성과주의를 비판하며 조 청장의 퇴진을 요구하다 징계까지 받았던 전 서울강북경찰서장 채수창 무궁화클럽 공동대표는 “오늘 토론회에 대해 10만 경찰들이 다 알고 있다. 하지만 이 자리에 감히 올 수 없었을 것이다. 경찰과 소방이 유일하게 노조도 직장협의회도 없는 조직이다. 10여 년 전 온라인 클럽으로 시작된 무궁화클럽이 여전히 온라인 활동만 하고 있다. 무궁화클럽 소속이라는 사실조차 드러내기 어려운 것, 그것이 지금 경찰이 처한 현실”이라고 밝혔다.

 

무궁화클럽의 조규수 공동대표는 더큰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조 대표는 “한국도 OECD 가입 국가인데 같은 OECD 국가인 영국 경찰은 절대 시위자들에게 물대포를 쏘지 않는다. 경찰의 민주성과 중립성을 위해 경찰 중간 계급을 임용하지 않고 모두 순경으로 임용한다. 또 국민들이 불안해할 수 있기 때문에 제복을 입고 국민들 앞에서 뛰지 않는다. 경찰은 국민 전면에 서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뒤에서 살피고 범죄를 은밀히 단속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1990년대에 뉴욕 시경이 살인 사건과 마약 사범의 검거를 높이기 위해 시행했던 성과주의 확대 정책으로 인해 과장·허위보고 발생,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적 단속 등의 폐해와 삼청교육대와 범죄와의 전쟁 선포로 인해 각 파출소마다 할당량을 정해놓고 그것을 채우지 않으면 문책을 당했던 시기, 엄한 국민을 폭력배로 몰아 실적올리기에 급급했던 한국의 80~90년대 사례를 예로 들며 성과주의 확대 정책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제기했다.

 

또 조 대표는 “그 어떤 조직보다 경찰 조직에 성과주의를 도입하면 그 폐해는 심각하다. 여기 계신 분들부터 경찰의 성과주의 채택을 적극 반대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토론의 발제를 맡은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정책연구원의 이희우 부원장은 ‘저성과자 퇴출제는 해고의 자유’라는 발제를 통해 박근혜 정권의 노동시장 개편과 저성과자 퇴출관련 경과, 공직사회 퇴출제 사례와 문제점 등을 발표했다.

 

▲토론의 주요 발제를 맡은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이희우 부원장은 "공무원 퇴출제의 본질은 공무원들을 독재시절처럼 정권의 시녀로 길들이기 위한 것이므로 여기에 단호히 대항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무원U신문

 

이 부원장은 “실제로 물의를 일으키거나 비리를 저지르거나 남의 인권을 침해하는 사람은 퇴출제를 시행하지 않아도 현행의 징계제도로도 해고가 가능한데 왜 쇼케이스에 넣어 동물원의 원숭이로 만들어 인권모욕을 해가면서 퇴출제를 운영하는 것일까?”라고 질문했다.

 

2006년 부천시, 2007년 울산광역시, 서울시청 등에서 추진했던 퇴출제에서 저성과자에 대해 ‘역량강화 프로그램’이라는 이름으로 운영하는 ‘교육과정’이 사실상 대상자들에게 ‘반성문 쓰기, 강변 풀뽑기와 쓰레기 줍기, 국토도보순례’ 등 업무 능력 향상과는 상관없는, 인간적 모멸감을 줘 자발적으로 그만두게 만드는 과정이었기 때문에 이 부원장은 ‘동물원의 원숭이’ 비유까지 썼다.

 

이 부원장은 질문에 대해 “이는 자발적으로 사람들을 나가게 하여 인원감축을 수월하게 할 수 있고, 줄서기를 강요하여 정권의 하수인을 만들 수 있으며, 퇴출제가 한번 시행되면 노동조합을 무력화할 수 있는 등의 숨어있는 의도가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자답했다.

 

이 부원장은 “공무원퇴출제의 본질은 공무원들을 독재시절처럼 정권의 시녀로 길들이는 것이고, 공직사회가 어떻게 망가지는지는 관심이 없이 정권의 야욕을 관철시키려는 것이므로 이에  단호하게 대항해야 한다”며 공무원들의 적극적 대응을 요청했다.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제목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