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의 이빨과 고슴도치의 가시

대미종속외교에 매몰되어 민족적 재앙을 자초한 정권이란 역사의 평가를 받지 않기를 바란다.

서울의소리 | 입력 : 2016/02/23 [00:30]

 

 김원웅 항일독립운동가단체연합회 회장

인류 역사상 어떤 시대든, 어떤 국가든 외국의 침략 위협에 맞서 자위적 국방력을 키우지 않고 존립한 국가는 없다. ‘바지를 전당포에 잡혀서라도 기어이 원자폭탄을 만들어야 한다.’ 한국전쟁에서 미국의 핵 위협에 노출되자, 중국의 천이 외교부장이 한 말이다. 중국은 1967년 수소폭탄 실험 성공, 1981년 다탄두대륙간탄도미사일 배치로 핵억지력을 확보하여 냉전시대의 전쟁을 피할 수 있었다.

 

미국은 북한에 대해 핵 선제사용 위협을 공개적·노골적으로 해왔다. 데니스 블레어 전 미 국가정보국장은 상원 정보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평양이 핵무기를 전쟁용보다는 (미국의 위협에 대한) 억지력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중국의 관영 <신화통신>도 ‘북한 핵개발은 미국이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없애려 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북-미 관계의 본질은 미국의 갑을관계 강요에 대한 북한의 저항이다.

 

2003년 2월 노무현 당선자 시절, 나는 평양을 방문했다. 당시 제네바 합의는 휴지가 되었다. 미국 부시 정부의 강경 네오콘에 의해 영변 경수로 건설사업이 중단되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북-미 간 협상 테이블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었다. 북한의 북-미 양자회담 주장과 미국의 6자회담 주장이 팽팽히 맞섰다. 그 뒤로 나는 평양을 여러 번 방문해 6자회담의 수용을 타진했다. 중국이 북한을 지원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도 들었다. 그러나 북한의 입장은 분명했다. “북핵 문제는 북한의 주권 문제다. 왜 북한의 주권 문제에 중국이 개입해야 하는가? 당사자인 미국과의 담판이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한국의 일부 전문가가 중국한테 북한에 압력을 가해 달라는 주문을 한다. 이명박 정부도 중국에 그런 요구를 했으나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박근혜 정부도 지금 중국에 그런 요구를 한다. 그러나 대미종속외교에 찌들어 있는 남한의 시각으로 북한을 보기 때문에 이런 착시가 생긴다.

 

미국이 늑대라면 북한은 고슴도치다. 지금의 한반도 형국은 늑대가 이빨을 드러내고 위협하자, 고슴도치가 가시를 세우고 방어하는 모습이다. 포악한 늑대 편에 서서, 힘 약한 고슴도치에게 가시를 제거하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비겁한 짓이다. 미국은 북한을 핵무기로 공격하겠다고 위협해도 되고, 북한은 미국의 핵공격 위협에 맞서 핵억지력을 갖는 것은 안 된다는 주장이 어떻게 설득력을 가질 수 있는가?

 

미국이 국제사회의 지도적 국가로서의 도덕성을 포기하는 태도는 실망스럽다. 미국이 아시아에서 일본의 재무장을 부추기고, 한국 정부에 위안부 문제 등 전범행위에 대하여 일본에 면죄부를 주도록 압력을 가하는 행위는, 유럽에서 독일의 나치즘 부활과 유태인 학살을 비호하는 것과 진배없다. 이미 동북아 평화이니셔티브가 중국으로 넘어가자, 미국 정부는 ‘전략적 인내’라는 이름으로 6자회담을 무용지물로 만들고 사드를 남한에 배치하려고 한다. 이는 분단을 고착화하고 동북아 평화질서를 흔드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북핵·미사일 문제에 대해 대화와 협상을 외면하고 제재와 봉쇄를 내세우는 것은 미국의 강권외교에 대한 맹목적 추종일 뿐이다. 진정으로 평화를 위한다면 간명하다.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의 폐기와 한반도 비핵화를 동시에 실현하는 것이다. 남과 북이 함께 통일에 대한 자주적 입장을 국제사회에 명확하게 표방하고, 통일한국의 실현이 동북아 평화와 번영에 기여할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해야 한다. 남과 북은 무력이 아닌, 평화적 방법으로 어떤 체제를 선택하든 주변 국가들이 이를 존중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는 한반도를 강대국의 전쟁 놀이터로 만들고, 국민을 핵전쟁의 공포로 몰아넣어 떨게 하고 있다. 친일에 뿌리를 둔 박근혜 정부는 대미종속외교에 매몰되어 민족적 재앙을 자초한 정권이란 역사의 평가를 받지 않기를 바란다.

 

김원웅 항일독립운동가단체연합회 회장

이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의견쓰기 전체의견보기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 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