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만원짜리 엉터리 ARS 여론조사에 휘둘린 '총선 민심'

집전화 조사, 새누리 5%P 높게 더민주는 15%P 낮게 나와

서울의소리 | 입력 : 2016/05/06 [08:43]

지난해 10월 7일. 세계 최대 여론조사기관인 갤럽은 2016년 미국 대선에서 1, 2위 후보에 대한 여론조사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2012년 대선 때 밋 롬니 공화당 후보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이길 것이라고 잘못 예측한 데 대한 반성이었다.


4·13 총선 결과는 한국 여론조사업체들엔 ‘대재앙’이었다.  2014년 지방선거 때에 비해 횟수는 두 배 이상 늘었지만 품질은 바닥이었다. 선거 이틀 전 한국갤럽·코리아리서치·미디어리서치 등은 새누리당 의석을 155~169석으로 예측했으나 실제 결과는 122석이었다.
 
 5일 중앙일보에 따르면  공표된 여론조사는 2년 전 지방선거(816건)에 비해 113.7% 늘어난 1744건이었다. 정당·후보자 등이 실시한 비공개 조사(3630건)를 포함하면 모두 5374건으로 선거구(253개)당 21번꼴로 여론조사가 이뤄졌다. 조사기관 수도 지방선거(114개)에 비해 72개(63.2%) 늘어난 186개였다. 이 중 자동응답(ARS) 업체가 132개(71%)였다.

반면 여론조사 신뢰도와 품질을 결정하는 평균 응답률은 8.9%로 10%에도 못 미쳤다. 통계학자들이 권장하는 20%의 절반에도 못 미친 수치다. 여론조사 전화를 유권자 100명이 받았는데 8.9명만 조사에 응했다는 뜻이다. 2014년 지방선거 응답률(11.0%)보다도 2.1%포인트 낮다. 특히 ARS 조사의 경우 응답률이 4.2%에 불과했다.
 
한국리서치의 김춘석 이사는 “19대 총선과 비교해 우리 조사도 평균 응답률은 떨어지고(11.6%→9.3%), 20대의 가중값(1.55→1.62)과 30대의 가중값(1.16→1.98)이 한층 커졌다”며 “조사의 품질과 신뢰도에 문제가 많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류정호 여심위 팀장은 “현행 여론조사는 신고제로 500만원 정도인 중고 ARS 기계만 있으면 사업자등록을 내고 여론조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횟수는 늘었지만 신뢰도가 떨어진 것 같다”고 분석하며 “‘떴다방’식 여론조사에 대해 정밀 실태조사를 벌일 방침”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 야당 의원은 “선거가 임박하자 한 지역 언론에서 ARS 조사 비용으로 500만원을 요구해 거절했더니 다음날 경쟁 후보에게 유리한 기사가 실리더라”고 말했다.
 
 집전화 조사, 새누리 5%P 높게 더민주는 15%P 낮게 나와
 

 ©중앙일보 


한국갤럽의 장덕현 부장은 “3월 29일~4월 6일 여론조사 공표금지기간 직전 실시한 692개 여론조사를 분석했을 때 10%포인트 이상 우세한 지역이 새누리당은 97곳, 더민주는 10곳이어서 나머지 경합지를 양당이 절반씩 나눠 갖는다고 추정했을 때 새누리당이 169석이었다”며 “당시 자료로는 새누리당 압승을 예상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잘못된 개별 여론조사 결과를 취합한 여론조사기관들의 전체 의석 예측은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장 부장은 “수도권 접전지의 실제 개표 결과와 비교했을 때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 후보들은 5%포인트가량 높게 나온 반면 더민주 후보들은 10~15%포인트 낮게 조사된 경향이 발견됐다”고 말했다.
 
응답률 5%도 안 돼
 
리서치앤리서치(R&R)의 4월 1~2일 서울 종로 여론조사(새누리당 오세훈 44.9%, 더민주 정세균 35.6%)는 실제 개표 결과(오세훈 39.7%, 정세균 52.6%)에 비해 오 후보는 5.2%포인트 높았고, 정 후보는 17.0%포인트 낮았다.
 
리얼미터의 4월 5~6일 서울 광진을 조사(새누리 정준길 34.6%, 더민주 추미애 31.9%)도 개표 결과(정준길 37.2%, 추미애 48.5%)와 비교했을 때 정 후보는 비슷했지만 추 후보는 16.6%포인트 적게 나왔다.
 

 ©중앙일보 

 
이 두 조사는 유선전화 면접과 ‘유선전화 자동응답(ARS)+유선전화면접+스마트폰앱’ 혼합형 조사라는 조사방법에 차이가 있었지만 응답률(전화연결 후 조사에 참여한 비율)이 각각 4.7%, 4.6%로 매우 낮았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낮은 응답률이 오류의 원인이었다.
 
20대, 30대 등 젊은 층에선 유권자 비율에 따른 연령별 할당치를 제대로 못 채운 것도 비슷했다. R&R 서울 종로 조사는 전체 500명의 응답자 중 20대와 30대의 경우 할당 목표를 각각 54.2%, 68.3%밖에 채우지 못했다.
 
2030대 목표치 미달로 가중치 뻥튀기
 
리얼미터 서울 광진을 조사는 518명 응답자 중 20대, 30대, 40대 모두 각각 할당 목표치의 68.9%, 62.7%, 52.2%만 채웠다. 최소한의 할당치도 채우지 못하다 보니 과도한 가중치가 등장했다.
 
서울 은평을 개표 결과(더민주 강병원 36.7%, 무소속 이재오 29.5%)와 큰 차이를 보였던 코리아리서치의 4월 1~2일 조사(강병원 16.0%, 이재오 33.1%)의 경우 전체 응답률은 11%로 ‘비교적’ 높았지만 500명의 응답자 중 20대 목표치의 67.0%, 30대 목표치의 44.1%라는 낮은 응답률이 문제였다. 
 
특히 30대의 경우 할당치인 93명 중 41명밖에 응답을 받지 못해 2.27배의 가중값을 곱해 결과를 보정해야 했다.
 

©중앙일보 

 
집전화 조사’ 한계
 
응답률보다 더 큰 문제는 국민 절반이 조사대상에서 빠지는 집 전화(유선전화)를 모집단으로 삼는 현행 여론조사 구조다. 2016년 4월 행정자치부 주민등록통계 전국 2110만 가구 가운데 KT 유선전화 가입자는 1326만 가구(62.8%)에 불과하다. 집전화 없는 사람이 전체의 37.2%였다.
 
특히 수도권은 집 전화 없는 가구가 절반을 넘는다고 한다. 젊은 층 중심의 1인 가구가 731만 명(34.6%)으로 늘어난 것도 문제다.  
 
이병일 엠브레인 상무는 “6년 전 2010년 6월 서울시장 선거(오세훈-한명숙) 때부터 문제를 알면서도 다른 대안을 마련하지 못한 조사업계 스스로 반성할 부분”이라며 “대표성을 보완하기 위한 휴대전화 패널, 데이터베이스(DB) 구축 노력을 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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