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이러다 독도까지 뺏긴다

[원광대 '한중관계 브리핑'] 사드와 남중국해는 본질적으로 같은 문제

서울의소리 | 입력 : 2016/07/22 [09:44]
 
일본 텔레비전 예능 중에 요미우리TV에서 매주 일요일 낮에 방송되는 <そこまで言って委員会(거기까지 말해 위원회)>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비록 예능의 타이틀을 달고 있기는 하지만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출연해서 시사 내용을 가지고 열띤 토론을 펼치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의 특징은 제목이 말해 주듯, 방송에서 그 정도까지 말해도 괜찮을까 싶을 정도로 여과되지 않은 발언들이 나온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의견인지 잘 판단해서 받아들여야 하는 피곤함이 있기는 하지만, 토론자들의 속내를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한다.

지난주 이 프로그램의 토론 주제는 '중국'이었다. 중국의 외교에 대한 열띤 토론이 진행되는 가운데 "한중 관계"도 덩달아 도마에 올랐다. 출연자들은 각자 한중 관계에 대한 자신들의 생각을 피력했는데, 그 내용을 종합해 보면 대략 다음과 같다.

지난해 베이징(北京)에서 개최된 전승절 군사 퍼레이드에서 본 봐와 같이, 중국은 역사 문제를 중심으로 한국을 자기편으로 끌어 들여 일본을 견제하기 위한 우군으로 삼고자 한다. 반면, 한국은 최대 무역 상대국인 중국과의 관계를 발전시켜 경제적 이익을 취하면서, 한편으로는 중국을 통해 북한을 압박하려고 한다. 이에 따라 시진핑(習近平)과 박근혜 정권 출범 이후, 중국과 한국은 밀월관계를 만들어 왔다. 

하지만 올해 북한이 4차 핵 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를 실시한 이후, 한국은 자신이 원하는 만큼 중국이 북한에 대해 고강도의 제재를 취하지 않자 중국에 실망했고, 이에 따라 다시 미국에 경도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뒷받침해 주는 사건이 바로 최근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배치라고 해석했다. 

지금의 정세를 어느 정도 잘 반영한 시각이었다. 그런데 나에게 더 중요하게 다가왔던 것은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일본인들도 최근 들어 한국이 '친미'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점이었다. 

물론 한국은 줄곧 '친미' 국가였지만, 그동안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하여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찾으려던 노력이 사라지고 최근 미국 쪽으로 현저히 기울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러한 한국의 움직임에 대해 내심 반기는 분위기였다. 아마도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한미일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일본인이 보는 한중 관계와 남중국해 문제 

이와 같이 한-미-일 협력 구도가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주 국제 상설 중재 재판소(PCA)는 남중국해를 둘러싼 중국과 필리핀 사이의 분쟁에서 필리핀의 손을 들어 주었다. 중국이 역사적 근거를 들며 주권을 주장해 온 남해구단선(南海九段線)에 대해 법적 근거가 없으며, 중국이 구단선을 근거로 인공섬을 조성하고 배타적 경제 수역(EEZ) 권리를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시진핑 정부가 위대한 중국의 부흥, 즉 "중국의 꿈(中國夢)"을 실현하기 위해서 해양 강국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해 왔고, 남중국해를 중국의 핵심 이익으로 규정한 만큼 중국의 강렬한 반발은 좀처럼 누그러들지 않고 있다. 외교부 차원의 반박 성명 발표는 물론, 영유권을 주장하는 백서 발간, 국제 회의에서 최고 지도자에 의한 강경 발언 등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3일(현지 시각)에는 분쟁 지역인 난사군도(南沙群岛)의 메이지(美济)암초와 주삐(渚碧)암초에 새롭게 건설한 활주로를 대상으로 시험 비행을 하기도 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일본 국내에서는 진보와 보수를 구분하지 않고, 중국이 국제법을 존중해야 하고 따라서 상설 중재 재판소의 판결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여론이 압도적이다. 그런데 한국의 국내 여론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중국이 판결 내용을 존중하고 그에 따른 후속 조치를 취해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국제 사회로부터 신용을 잃을 것이고 세계적인 대국이 될 자격도 없다는 내용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듯 보인다. 이와 같은 한국과 일본 사회의 여론은 미국의 입장과 정확히 일치한다. 

▲ 중국 남방항공 소속 민간 여객기가 난사군도 메이지 암초에 조성된 활주로에 착륙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남중국해 대응, 자칫하다가는 사드 이상의 후폭풍 맞을 수도

그런데 한국이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 미국, 일본과 보조를 맞추며 처신할 경우, 사드 문제 이상의 후폭풍이 발생할 수 있기에 아주 신중해야 한다. 이는 한중 관계 뿐만이 아니라 한일 관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먼저, 국제 상설 중재 재판소와 같은 제3자에 의한 분쟁 해결 방법이다. 이번 남중국해를 둘러싼 중국과 필리핀 사이의 분쟁에 대해 중국은 직접 당사자 간 협의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었고, 필리핀의 아키노 정부는 이를 국제 상설 중재 재판소에 일방적으로 제소하여 제3자의 판결에 맡겼다. 이에 대해 미국이나 일본 등은 필리핀의 입장을 적극 지지했다.

얼핏 보면, 국제법에 따라 제3자의 판결에 맡기는 것이 공정하다고 생각하여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중국을 비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사실 우리도 중국과 비슷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사례가 있다. 바로 독도 문제다. 

우리 정부는 독도가 대한민국의 고유 영토이고, 현재도 우리가 실효 지배를 하고 있기 때문에 일본의 어떠한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일본은 독도가 자국의 고유한 영토임에도 한국이 지금 불법으로 점령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양국이 독도를 둘러싸고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으므로 공정하게 국제사법재판소(ICJ)와 같은 제3자의 판결에 맡기고 그 결과에 따르자고 주장한다. 

이러한 일본의 주장에 대해 우리 정부는 일본의 외교적 꼼수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며 제3자의 판결에 의한 분쟁 해결을 거부하고 있다. 그런데 만약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해서 우리 정부가 미국, 일본과 보조를 맞추며 필리핀의 손을 들어줄 경우, 당장 한중 관계의 파탄은 물론이고 이후 일본으로부터도 독도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의 판결에 맡기자고 거센 압박을 받을 수 있다. 

물론 해양 경계선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중국이 일방적으로 암초 위에 인공 구조물을 건설하고 있는 것은 비난받을 만하다. 비록 중국은 해당 암초들이 중국의 주권 범위에 속해 있다고 믿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다른 나라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분쟁 지역에 대한 일방적 행위는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사태를 악화 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비판받을 수 있다. 미국과 일본 등은 이와 같은 중국의 행위를 '중국 위협론'으로 포장하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문제는 분쟁 지역에 대한 일방적 조치는 비단 중국만이 행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한국과 중국 사이에 해양 경계선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는 이어도라는 암초 위에 해양 과학 기지를 일방적으로 건설했고, 중국은 이에 항의한 바 있다. 또 2012년 센카쿠열도(尖角列島, 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에 대한 일본 정부의 국유화 조치는 중국의 입장에서 보면 중-일 간 분쟁 지역에 대한 일본 측의 일방적 조치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일방적 조치만이 '위협'으로 포장되고 있는 것은 공정하지 않을 수 있다.

또한, 이번 국제 상설 중재 재판소의 판결은 1994년에 발효된 유엔 해양법 협약을 근거로 이뤄졌는데, 미국은 그 누구보다도 중국이 이러한 국제법을 준수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미국은 아직까지도 자국의 이익에 반한다는 이유로 유엔 해양법 협약에 가입하지 않고 있다. 자신은 협약에 가입하지도 않으면서 중국에게 협약을 준수하라고 강조하는 모습은 아이러니하다. 

남중국해 분쟁, 사드 문제는 G2 시대의 산물 

최근 필리핀 대통령이 아키노에서 두테르테로 바뀌면서 새로운 정권 하의 필리핀을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미국과 중국 사이의 외교전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며칠 전 미국 상원 고위대표단이 필리핀을 찾은 데 이어, 다음 주 26일에는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필리핀을 방문하여 두테르테 설득(?)에 정성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현재 두테르테 정권은 중국도 받아들일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하는데, 어쨌든 미-일과 보조를 맞추며 남중국해 문제를 상설 중재 재판소에 제소한 아키노 전 정권으로 인해 후임 두테르테 정권은 출발 초기부터 큰 짐을 짊어지게 된 모양새가 됐다.

최근 사드 배치를 둘러싸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대한민국의 모습이 마치 남중국해 문제로 미중 사이에서 곤란한 입장에 처한 필리핀의 모습과 매우 흡사하다. 그리고 남중국해 문제가 결코 조그만 암초들을 둘러싼 법률적 해석의 차원이 아닌 것처럼, 한반도의 사드 배치도 단순히 북한의 위협에 대한 안보 차원만으로 해석할 수 없을 것이다. G2시대가 지금 주변에서 무엇을 일으키고 있는지에 주의를 기울인다면, 사드 배치의 본질이 좀 더 명확히 보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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