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쿠데타 자작설, 그리고 우리가 가야할 길
서울의소리 | 입력 : 2016/07/25 [07:58]
최근 쿠데타가 일어난 터키의 모습을 보며 놀랐었습니다. 그러나 그 쿠데타는 발발 여섯 시간만에 진압됐고, 그 뒤로 며칠동안 터키에서는 대대적 숙청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너무나 신속하게 많은 사람들이 체포, 구금되고 있고, 수많은 공직자들이 날아갔습니다. 그 수가 무려 6만 명 가까워서, 이런 것들 때문에 이 쿠데타가 애초에 자작극이었다는 의심까지 나오고 있는 판입니다.
처음에 쿠데타에 대해 반대 성명을 냈던 서방의 각국들도 우려를 감추지 않고 있습니다.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지금 움직임은 케말 아타튀르크의 개국 이후 지켜왔던 세속주의의 붕괴를 의미하는 것과 동시에 IS 등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의 제거에 제동이 걸리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일이 더 꼬이게 만드는 것은 터키가 갖고 있는 지정학적 위치입니다. 보스포러스 해협을 거치지 않으면 서방은 아랍에서 석유를 갖고 오기도 어렵게 됩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호메이니처럼 종교 지도자로서 권력을 쥐는 경우까지도 우려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렇게 되면 나토와 미국은 자기들의 큰 지지세력을 잃는 것임과 동시에 새로운 적이 생기는 것이기에, 특히 아프간 공격 등에 터키를 적극 활용해 왔던 미국은 지금 제일 곤혹스러운 상황이 되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터키의 쿠데타와 이 이후의 상황을 보면서 저는 이상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세계적으로 극우화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터키의 상황은 역시 극우화의 또 다른 모습으로 보입니다. 종교를 매개로 해서 벌어지는 이같은 현상에서 저는 중세의 유럽에서 벌어진 일들이 또다시 겹쳐 보입니다.
과거 아랍지역에서 벌였던 제국주의 국가간의 각축전. 그것은 식민지 시대를 거쳐 양대 세계대전이 됐고, 결국 지금 일어나는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테러의 이유가 됐습니다. 그들이 뿌려 놓은 씨앗은 지금 너무나 공포스럽게 자라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세계 각국에서 테러가 계속해 일어나고 있습니다. 프랑스 니스에 이어 독일의 열차에서도 테러가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그 테러는 세계인들의 생활 방식을 바꿔 놓았습니다. 그리고 터키의 쿠데타가 만일 자작극이라면, 그것은 테러일 뿐입니다. 문제는 이런 테러들로 인해 우리가 알고 있는 민주주의, 그리고 자유의 개념들이 계속해 제한되고 있다는 겁니다.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있는 세대, 다시 전쟁의 공포가 자라나고 있는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는 더 눈을 뜨고 세상 돌아가는 걸 지켜봐야 합니다. 역사 속에서 교훈을 얻어야 합니다. 이 공포를 누르고 우리가 원하는 세상을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닐 겁니다. 그 근원은 압니다. 1세계 국가들이 3세계 국가들에 저지른 수많은 죄악들입니다. 그로 인해 벌어진 불평등과 고통을 치유해야 합니다.
공포가 다시 지배하는 세상, 어쩌면 노스트라다무스가 말했던 앙골모아의 대왕은 이런 모습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을 때, 그래도 아무런 희망이 없었을 때에도 희망을 외치던 사람들은 계속해 있어 왔다는 생각도 같이 들었습니다. 많이 생각하고, 그 생각을 나누고, 참여를 게을리하지 말아야겠지요.
시애틀에서...권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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