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연봉제는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모는 독극물이다

성과가 문제라면 최악의 대통령인 박근혜부터 물러나야 한다.

서울의소리 | 입력 : 2016/10/02 [10:24]

필자가 최근에 읽은 로버트 라이시의 《자본주의를 구하라》를 보면 저자가 거듭해서 강조하는 내용이 있다. '권력의 작용'이다. 라이시는 "시장 규칙이 형성되고 이에 따른 경제적 이익과 손실이 '비인격적인 시장 지배력'이 작용한 '자연적인' 결과로 포장되는 과정에는 권력의 영향력이 숨어있다"고 말하면서, "경제 게임의 승자와 패자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독특하고 감지할 수 없는 정부의 시장 '침입'이 아니라 정부가 시장을 조정하는 방식"임을 강조한다. 

 

 

요즘 수많은 노동자들을 거리로 내몰고 있는 성과연봉제는 '경제적 이익과 손실'을 배분하는 '시장 규칙'에 해당한다. 문제는 이 규칙이 권력의 작용에 따라 제멋대로 재단될 수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권력이 강한 쪽이 자신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얼마든지 악용할 수 있는 것이 성과연봉제라는 뜻인데, 박근혜 정부는 권력의 작용으로 결정되는 성과연봉제를 통해 시장을 조정해서 사측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경주 지진 때문에 생산공장이 파괴된 기업의 경우 노동자와 영업사원의 낮은 성과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지하철 인명사고가 많아지더라도 많은 승객만 운송하는데 성공했다면 그 성과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연장근무에 연장근무를 더하는 식으로 실적은 높였는데 직원의 건강이 망가졌다면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과잉진료로 병원의 실적을 올렸지만 건강보험재정에 부담을 떠넘겼다면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사업본부장이나 팀장이 성과가 나올 수 없는 일을 밀어붙였거나 강제로 배당받았다면, 그 본부나 팀 소속 직원들의 성과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사장이 잘못된 계약을 했다면 직원들의 성과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부사장이나 고위임원이 중간에서 배임횡령을 했다면 그 피해를 감수해야 할 직원들의 성과는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직원 차원에서는 성적이 좋았지만 팀 단위에서는 성적이 좋지 않았다면 어느 것을 기준으로 성과를 평가할 것인가? 

 

특정 시기에 나온 제품만 불량이어서 실적이 저조했다면, 건축 중에 폭우가 집중되서 공기가 지연돼 적자가 났다면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성적이 저조한 직원이 동료의 성과를 비밀리에 가로채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면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당장은 이익을 냈지만 장기적으로 손해가 나는 경우에는 또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이런 식으로 성과를 측정하는데 객관적으로 수량화할 수 없는 것들이 너무나 많다. 

 

 

성과연봉제는 기업의 크기와 상관없이 권력이 강한 쪽에서 얼마든지 악용할 수 있는 여지들로 넘쳐난다. 평가자와 평가받는자의 견해가 다를 경우 객관적인 평가를 내려줄 기관도 없다. 당사자들보다 해당 업무에 관해 정확한 평가를 내릴 수 있는 사람도 없거니와, 제3의 기관이란 권력의 영향력에 따라 객관적 사실과 다른 결과를 내놓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평가가 내려진 다음에 그것을 뒤집는 것이란 하늘에서 별따기보다 힘들다.  

 

형편없는 노조가입률도 노동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하다. 극소수를 빼면 국민 모두가 노동자이지만, 성과의 평가를 놓고 사측과 다툴 때는 언제나 개인이라는 점까지 고려하면 성과연봉제는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모는 잔인무도한 독극물이다. 노사 양측이 서로 받아들일 수 있는 기준을 정하지 않는 한, 수시로 변화된 환경을 반영하지 않는 한 성과연봉제는 노동자의 무덤이자, 이익에 대한 사측의 일방통행이자 독점이다. 

 

따라서 정부는 빠져야 한다. 압도적인 영향력으로 게임의 룰(시장 규칙)을 사측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바꾸려는 불의한 권력의 작용을 멈춰야 한다. 개관적인 수량화가 불가능한 성과연봉제를 핑계로 저성과자를 지정하고, 기업의 이익에 반한다며 사회적 살인을 손쉽게 저지르게 만드는 반노동적이고 친재벌적인 폭력 행위를 멈춰야 한다. 성과가 문제라면 최악의 대통령인 당신부터 물러나야 한다.  

 

세상이 갈수록 1대 99사회로 재편되는 마당에, 무한경쟁과 승자독식만 부추길 뿐, 절대적으로도 상대적으로도 약자들인 노동자를 실직의 공포와 두려움으로 내모는 성과연봉제는 철회돼야 한다. 국가와 사회복지가 형편없는 현실에서, 쉬운 해고와 공공기관의 민영화를 위한 사전작업인 성과연봉제는 국민을 죽음으로 내모는 정치적 홀로코스트며, 하위 99%의 부를 상위 1%로 이전하는 신자유주의적 반동이다.

 

출처 - 늙은도령의 세상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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