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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 대법관이 쓴 '판결을 다시 생각한다'

서울의소리 | 기사입력 2016/10/14 [18:58]

김영란 대법관이 쓴 '판결을 다시 생각한다'

서울의소리 | 입력 : 2016/10/14 [18:58]

이 글을 쓰고 있는 서재 근처에 고급 한우집이 있다. 저녁이면 기사가 운전하는 검은색 고급 승용차가 즐비했다. 십수 년 전 언론계에 몸담았던 지인이 사흘이 멀다 하고 드나들었던 곳이라 했다. 몇 년 전 서울에서 파견 나와 지역 사정에 밝지 않던 건설회사 다니던 지인이 공무원들에게 식사를 대접하려고 하자 자기네들이 이쪽으로 예약을 하겠다고 했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도 들었다. 그런 곳에 검은 승용차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그날 이후다. 일명 김영란법! 김영란법이 시행되던 지난달 28일부터.

 

<판결을 다시 생각한다>. 이 책의 저자가 김영란 전 대법관이다. 김영란법은 2012년 저자가 국민권익위원장으로 있던 시절 추진했던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정확한 명칭이다. 이 책이 '김영란법'에 관한 것은 아니다.

 

<판결을 다시 생각한다>는 '한국 사회를 움직인 대법원 10대 논쟁'이라는 부제가 말하듯 저자가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대법관으로 있던 시절에 치열하게 논쟁했던 판결이다. 그리고 한국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친 열 가지 판결이다. 열 가지 판결은 다음과 같다.

 

  판결을 다시 생각한다. 김영란. 창비

 

1. 김 할머니 사건 : 존엄하게 죽을 권리 VS 생명을 보호할 의무

 

2. 삼성 사건 : 주식회사는 누구의 것인가

 

3. 포털사이트 명예훼손 사건 : 표현의 자유는 어디까지인가?

 

4. 양심적 병역거부와 K군 사건 : 종교의 자유는 어디까지 보장되는가

 

5. 상지대 사건 : 교육의 공공성 VS 사립학교의 자율성

 

6. 성전환자 성별정정 사건 : 성소수자의 기본권 VS 사회 통념의 한계

 

7. 호주제 폐지 이후의 관습법 : 변화하는 전통과 장남의 권한

 

8. 새만금, 천성산, 4대 강 : 환경의 가치 VS 대규모 국책사업의 가치

 

9. 출퇴근 재해에 대한 사회적 합의 : 출퇴근, 업무의 연장인가 아닌가

 

10. 퇴직금 분할지급 사건 : 퇴직금은 무엇을 보장해야 하는가

 

김 할머니 존엄사 문제의 시작은 조르조 아감벤이 개념을 제시한 "주권자가 권력으로 포섭할 수 있는 테두리의 바깥에 놓인 자를 일컫는 '호모 사케르'"로 문을 연다. 그 한 예로 의식, 운동, 감각, 반사 등이 정지되는 코마에서 더 나아가 호흡, 혈액 순환, 체온 조절 등 식물인간 상태의 생명기능마저 정지된 상태인 심층 코마를 '호모 사케르'의 한 예로 설명한다. 현대 의료기술의 발달로 심장박동 중단과 호흡 기능 정지를 기본으로 삼던 기존의 사망 판정이 모호해졌다. 죽음에 대한 새로운 기준이 필요했고 1968년 하버드대학 특별위원회는 '뇌사'라는 개념을 처음 도입한다.

 

치명적인 손상을 입어 예전에는 죽음에 이를 수밖에 없었던 질환들이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한 예가 인공호흡장치에 의존해 생명을 연장하는 환자들이다. 인위적 연명치료를 계속하는 것이 인간 존엄을 해치는 반인격적 처사로 여겨질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존엄사'가 등장했고 '안락사'라는 말도 사용되기 시작했다. 환자의 '죽을 권리'가 인간의 존엄과 가치 같은 헌법상 기본권에 부합되느냐라는 또 다른 문제를 낳았다. 2008년 2월 76세이던 김 할머니 사건이 존엄사 논쟁에 불을 댕겼다. 의료 의무와 윤리를 들어 치료를 중단할 수 없다는 병원과 평소 할머니의 뜻을 받들어 무의미한 치료를 거부하는 가족 사이의 논쟁이 법원 판결로 이어졌다.

 

책은 이처럼 각 사건의 판결과 판결의 논쟁 여부만 밝히는 것이 아니다. 사건의 개념과 의미, 역사적 맥락이나 우리 사회에 미칠 파장, 판결에 참여했던 당사자로 자기반성까지 포함한다.

 

위 판결들은 지금도 여전히 논쟁거리인 것이 많다. 인간 세계에서 법의 판결이라는 것이 자연법과 같이 만고불변의 정의를 가지지 못한다. 저자가 책 서문에서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미국 연방법관의 한국 강연을 인용했듯 '헌법의 미학은 발전하고 진화한다는 것'이다. 함께 고민할 것을 제안하면서 이 책을 권한다.  308쪽, 창비, 1만 5000원.

 

[출처] 김영란 대법관이 쓴 <판결을 다시 생각한다>|작성자 흙장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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