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이 대학을 가려는 이유 1위는 ‘취업’...먹고 살아야 하니까

“한국사회는 공평하지 않다” 91.5% … ‘정유라 특혜’ 보며 ‘열패감’

서울의소리 | 입력 : 2016/12/25 [20:40]

교수신문이 발행하는 진로·진학정보지 대나무(대학은 나에게 무엇인가)가 수능을 마친 전국 고3 수험생에게 2017학년도 정시특집 설문조사 대학은 나에게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이달 2일까지 동명고(경북 칠곡), 동암고(전주), 문산고(파주), 성심여고(전주), 소명여고(부천), 창현고(수원) 고3 수험생 834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교수신문에 따르면 고교생들도 단연 ‘먹고 사는 문제’를 가장 크게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을 바라보는 관점도 많이 바뀌었다.

 

▲     © 교수신문

 

특히 고3 수험생들은 대학과 학과를 선택할 때 평판이나 지역보다 ‘취업 전망’을 우선시 하고 있고, 희망하는 직업도 비교적 신분 안정성이 보장된 교사·공무원 등을 선호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대학강의에 대한 기대도 취업에 도움될만한 ‘전문성’을 얻길 원하고 있으며, 상당수 고3 수험생들은 지금 자신이 희망하는 직업이 대학 졸업 후에도 여전히 유망할 것이라 믿고 있었다.

 

“대학은 꿈을 좇기 위한 단계다. 취업 전망을 바라보고 대학을 선택하는 것은 당연하다.”
“대학의 명성보다는 대학을 나온 뒤 취업을 할 수 있을 것인지를 더 생각한다.”
“아무리 좋은 대학을 가도 취업이 안 되면 답이 없다.”

 

<대나무> 설문조사에 따르면, 고3 수험생들이 대학을 선택할 때 가장 우선시 하는 기준은 취업 전망(46.0%)이었다. 평판(29.4%)과 지역(15.7%)을 우선시 한다는 응답은 취업 전망에 비하면 절반 수준을 밑돌았다. 이른바 ‘대학은 간판보고 간다’라던 기성세대들의 학벌주의적 인식이 취업난에 부딪혀 꺾인 것이다. 대학 규모(4.7%)나 부모 의견(2.6%)도 취업 장벽에 가로막혀 미미하게 작용하고 있었다.

 

‘취업 전망’을 선택한 고3 수험생 중 상당수는 “먹고 살아야 하니까”라는 짧은 이유를 덧붙였다. 평판과 지역을 우선시 한다고 응답한 학생들도 “대학 평판이 좋으면 취업도 잘 될 것 같다” “지역(수도권)에 따라 좋은 일자리 비율도 다르니까” 등 취업과 연결한 답변을 주로 내놨다. 가정경제의 어려움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하고 자란 학생들은 한 설문 참여자의 답변처럼 “서울대를 나와도 취업이 안되는 것이 현실”이라는 데 폭넓은 공감대를 보였다.

 

그렇다면 ‘학과’를 선택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이 역시 ‘취업 전망’(43.2%)이 단연 첫 손에 꼽혔다. 학생들은 “대학도 나중을 위한 돈벌이 수단인 것 같다” “대학은 취업을 위해 거쳐가는 관문이기 때문에” 등을 이유로 들었다. 특히 “지적 호기심만을 따라서 학과를 선택하기에는 그에 따른 대가가 너무 크다. 인문계 학생들에게 취업이라는 현실은 너무나 가혹하다”라는 답변은 대학 인문학계에 던지는 무거운 질문으로 읽힌다.

 

▲     © 교수신문

 

여기까지만 보면, 고3 수험생들에게 대학과 학과 선택의 기준이 오롯이 ‘취업’인 것처럼 보이지만, 속마음은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대학생활에서 가장 성취하고 싶은 목표는 무엇이냐’고 물었을 땐, 학업(새로운 학문 세계 경험 27.3%)이 취업(33.1%)을 근소한 차이로 따라붙었다.

 

‘새로운 학문 세계 경험’을 선택한 학생들은 “고교 땐 나의 의사와 상관없이 모든 공부를 다했지만, 대학은 내가 선택했기 때문에” “수직적 공부를 벗어나 새로운 것을 하고 싶다” “내가 배우고 싶은 것들을 선택해서 배우는 것이 기대된다” 등의 의견을 보내왔다. 고교생들이 대학을 진학하는 최종 목표는 취업일지라도, 취업과 학업을 동시에 선택할 수 있는 ‘대학생활’만큼은 심도있는 학문세계를 경험해 보려는 기대심리가 크게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희망직업군 ‘공무원’ 원했지만 ‘유망직종’ 더 중요

 

학생들은 대학 진학과 동시에 마주할 ‘취업과 학업’이라는 딜레마에 대비해 각자 나름의 연결고리를 찾고 있었다. ‘전공을 살려 취업할 계획이냐’는 질문에 다수의 학생들이 ‘그렇다(89.0%)’고 답했다. 이들은 “지식을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게 사용하고 싶다” “잘 아는 것을 활용해서 일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좋아하는 분야를 대학에서 더 심도있게 배워서 직업을 가지면 전문성도 얻고 ‘수입’도 늘 것 같다”라고 바라봤다.

 

반면 전공과 관련 없는 직종의 직업을 가질 것이라고 한 응답자들(11.0%)도 “대학에서 여러 분야를 경험하다보면 다른 분야에도 흥미를 가질 수 있을 것 같다”라거나 “고3이라는 한 해의 결정으로 인생에 제한을 두고 싶지 않다” “상경계 진학을 원하지만 법조계 직업을 갖고 싶다” 등 대체로 장래 자신의 직업 선택에 개방적인 입장을 취했다.

 

▲     © 교수신문

 

고3 수험생들이 선호하는 직업군도 안정적인 일자리에 몰려 있지 않을까. 설문결과는 ‘반은 맞고 반은 빗나간 예측’이라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고3 수험생들이 선호하는 직업군은 ‘공무원(16.9%)’과 ‘교사·교수 등 교육·연구직(17.5%)’이 다수를 차지했다.

 

응답자의 대다수는 예상대로 “안정이다” “고정적인 수입” 등을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고3 수험생들의 응답은 공무원 외에도 △의료(의사·간호사) 15.7% △사업가(벤처창업) 11.0% △미디어(기자·아나운서) 10.7% △IT개발자 9.2% △사회복지 5.0% 등 다양한 직업군에 고르게 분포해 있었다.

 

‘정유라’ 고교·대학 특혜, 고교생들 ‘허탈’

 

박근혜 대통령 탄핵까지 초래한 ‘최순실 게이트’는 꿈과 희망, 열정 등 청운의 꿈으로 가득차 있던 고3 수험생들에게 박탈감과 허탈함을 안겨줬다.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 가면 성공한다”는 기성세대의 이른바 ‘성공신화’도 비선실세 최순실의 딸 정유라의 고교·대학 특혜의 전모가 드러나면서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더구나 “부모도 능력”이라는 정유라의 SNS 글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서 공분을 샀던 터다.

 

‘한국사회는 누구에게나 공평한 기회가 보장돼 있다고 생각합니까?’

질문은 하나마나였다. 응답자의 절대다수인 91.5%가 “아니다”를 선택했다.

 

 

▲     © 교수신문

 

학생들은 최순실 게이트를 지목하며 설문지에 욕설까지 적어놓을 만큼 화가 나 있었다. 기회가 공평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이유란’에 무려 70여명 이상이 “최순실” 혹은 “정유라”라는 세 글자를 써놨을 정도다.

 

고3 학생들은 공평한 기회가 보장되지 않는 이유로 “우리는 뼈 빠지게 공부해서 대학 가는데 정유라는 돈이 대학 보내줬다” “10억원짜리 말을 살 수 있는 부모의 유무(에 따라 기회가 주어진다)” “최순실이 조종하는 나라, 정유라가 판 치는데 무슨 공평?” “돈이면 다 된다는 것을 요즘들어 느낀다” “돈과 권력만 있으면 대학을 쉽게 간다” “금수저 우선순위” “그렇다(공평하다)라고 생각했지만, 요즘보면 아니다” 등 최순실 게이트가 남긴 상처를 고스란히 남겼다. 미술학도를 꿈꾸는 한 학생은 “정유라는 나라에서 말을 사다주는데, 나는 집에 돈이 없어서 미술 공부도 못한다. 너무나 불공평한 사회다”라고 답변했다.

 

이밖에도 “돈, 정보, 인맥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너무나 많다는 것을 직접 봐왔다” “돈 많은 집은 계속 돈이 많고, 돈 없는 집은 계속 돈이 없다” “시험이라는 공평한 기회가 있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공부를 하기 위해 더 피나는 노력을 해야 하기 때문에” “누구에게나 공평한 기회가 보장돼 있었다면 ‘헬조선(지옥같은 대한민국)’은 없었을 것” “돈 많은 사람이 이긴다” 등 도덕 불감증과 부정부패, 부익부빈익빈 현상을 꼬집은 의견도 다수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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