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구 교수] 거짓말로 쌓은 큰 산?...'적반하장(賊反荷杖)도 유분수지'

"자신을 맹종하는 세력을 결집시켜 우리 사회를 두 동강 내겠다는 심산이 분명해..."

서울의소리 | 입력 : 2017/01/28 [03:13]

“거짓말로 쌓은 큰 산”이란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누군가가 박근혜 정권을 가리켜 한 말인 줄 알았습니다. 일전에도 말씀 드린 바 있지만 이 정권에 붙일 가장 적절한 별명이 바로 ‘거짓의 정권’이기 때문입니다.

 

그 말을 한 사람은 다름 아닌 (이제는 차마 대통령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그였다는 게 아닙니까? 더군다나 국정농단의 진실을 밝히기를 요구하는 우리들을 향해 그 말을 했다는 게 도대체 믿어지지가 않았습니다. 

 


적반하장(賊反荷杖)도 유분수가 있지 모든 의혹의 정점에 있는 그가 어떻게 그런 말을 한답니까? 아무 근거도 없이 누군가가 계획적으로 꾸민 음모로 몰아가는 건 또 뭐구요? 도대체 어처구니가 없어 말이 안 나올 지경이었습니다. 유치원 학생 수준의 상식만 있는 사람이라도 그런 말은 감히 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개인 자격으로 그런 인터뷰를 했다고 말하지만, 대통령직을 갖고 있는 한 매우 부적절한 행위입니다. 식사하고 잠 자는 일이야 개인적인 일이라 칠 수 있어도, 사회에 대한 발언도 개인적인 일로 치부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이름뿐인 대통령직이라 해도 탄핵이 될 때까지는 그 자리에 걸맞은 자세를 지켜야 합니다.

그가 자신의 행위에 대해 무슨 변명을 한다면 오직 헌법재판소와 특검에서만 그것이 허용될 뿐입니다.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검찰 출석을 회피한 그가 1인 미디어를 통해 말도 안 되는 변명을 늘어놓은 것은 구차하기 짝이 없는 일입니다.

 

장삼이사(張三李四)도 아니고 대통령직을 갖고 있는 사람이 공영방송도 아닌 1인 미디어를 이용하다니 이게 도대체 말이 되는 겁니까? 질문이나 대답 모두가 "짜고 치는 고스톱"의 냄새를 짙게 풍기는 천박한 코메디를 연출하고 있더군요. 

어제 그 인터뷰를 잠깐 보면서 든 첫 번째 느낌은 “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대통령이란 사람이 1인 미디어에 등장해 구차하기 짝이 없는 자기변명을 늘어놓는 모습을 보고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아무리 궁색한 처지에 있다고 하지만 그런 추한 모습을 보이면 되겠습니까? 대통령직을 갖고 있는 한 최소한의 의연함을 갖추는 것이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요?

두 번째로 머리에 떠오른 것은 “이제 사회가 걷잡을 수 없이 혼란해지겠구나.”라는 불길한 상념이었습니다. 왜냐하면 그 인터뷰의 목적이 맹목적 추종세력의 결집에 있음이 너무나도 뻔히 들여다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런 목적이 없었다면 왜 이 민감한 시점에 그런 구차한 인터뷰를 했겠습니까?

심리학자의 말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기가 믿고 싶은 것만 믿는 편향성(bias)을 갖고 있다 합니다. 어떤 이슈에 대해 자신이 갖고 있는 믿음과 상반되는 증거는 아무리 많아도 절대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겁니다. 자신의 믿음과 일관되는 증거만 그 증거의 신빙성과 관계없이 진실로 받아들이구요.

그는 자신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세력의 이와 같은 편향성을 노려 어제의 발언을 한 게 분명합니다. 그의 말은 자신의 히로인이 누군가가 계획적으로 벌인 음모에 말려들어 고통을 받고 있다는 그들의 선입견을 돌처럼 단단한 믿음으로 변하게 만들었을 것입니다.그들에게는 그가 한 말의 진실성 여부는 아무 문제가 되지 않고 단지 그가 그런 말을 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진실이 되는 법입니다.

결국 자신을 맹종하는 세력을 결집시켜 우리 사회를 두 동강 내겠다는 심산이 분명해 보입니다.  아무리 이름뿐인 대통령직이라 해도, 그런 자리에 있는 사람이 공공연히 국민의 분열을 조장하는 행위를 하는 것은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일입니다. 설사 자신이 억울하게 당했다고 생각한다 해도 할 일이 따로 있고 해야 하지 않을 일이 따로 있습니다.

이제 인터뷰를 보면서 평소에 내가 그에게 갖고 있던 생각, 즉 그는 애국심이 전혀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더욱 굳어졌습니다. 

 

만약 그에게 눈꼽만큼의 애국심이라도 남아 있다면 지금 이 순간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입을 굳게 다물고 헌재와 특검의 심판을 기다리는 것밖에 없습니다. 그의 맹목적 추종자들이 동요하는 걸 부추기지 말고 오히려 다독이며 진정시켜야 합니다. 그래야 극도의 혼란에 빠진 우리 사회가 하루라도 더 빨리 안정을 되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와 그를 둘러싼 국정농단 세력은 우리 사회에 치유되기 어려운 깊은 상처를 냈습니다.우리 국민이 한 마음이 되어 온힘을 다해도 그 상처가 아물려면 긴 시간이 흘러야만 합니다. 더군다나 지금 그가 바라는 것처럼 그의 맹종세력이 결집해 사회를 두 동강 낸다면 우리가 절망적인 상황에서 보내야 할 시간이 너무나 길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 몇 달 동안 국정이 올스톱 상태에 머물러 있습니다.
트럼프의 당선으로 세계경제는 격랑 속에 휩쓸려 들어가고 있는데 우리 정부는 아무 일도 하지 못하고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습니다. 이런 혼란상이 연말까지 계속된다는 걸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끼칩니다. 그 사이에 우리가 그 동안 소중하게 쌓아놓은 경제적, 사회적 자본이 얼마나 대규모로 탕진되고 말겠습니까?

새삼 깨닫게 된 것이지만 그의 애국심에 호소하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유일한 희망은 헌재와 특검이 한시라도 빨리 이 혼란상에 깨끗한 종지부를 찍어주는 것밖에 없습니다. 그들의 죄과에 대해 추상같은 단죄를 내리는 것이야말로 허물어진 민주주의의 토대를 다시 세우는 작업의 첫걸음이 된다고 믿습니다.

 

출처 : 이준구 전 서울대 경제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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