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와 미국의 잘못된 선택, 세계를 깨우다

권종상 칼럼 | 입력 : 2017/01/31 [13:19]

미국은 지금 잘못된 선택의 댓가를 치르고 있습니다. 

주말, 미국 전역이 시끄러웠습니다. 우리 집도. 이슬람권 7개국 국민의 자유로운 미국 출입을 막는 트럼프의 행정 명령이 발동된 이후 아마 전 세계가 시끄러웠을겁니다. 그리고 미국은 이제 그들의 잘못된 선택이 어느 방향으로 미국을 이끌 것인가 하는 시험대에 서게 됐습니다. 

제가 사는 시애틀의 국제 관문인 시택 공항에도, 미국의 여타 다른 공항들처럼 시위대들이 물밀듯 밀려들어왔습니다. 그동안 미국이 '상식'이라고 생각해 왔던 것이 엎어지자, 여기에 대해 시민들은 결코 가만히 보고만 있지 않았습니다.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대법원 앞에서 시민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이민 행정명령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AFPBBNews=뉴스1


시애틀 시에서도 대규모 시위대가 몰려 트럼프의 이민 관련 행정명령을 비난하는 시위를 했습니다. 미국 전역에서 이 시위는 들불처럼 번져갔고, 특히 이민자들이 집중돼 있는 도시에서는 그 규모가 더욱 컸습니다. 뉴욕, 로스앤젤레스 등 주요도시에서도 당연히 공항 시위가 있었습니다. 트럼프는 말 그대로 민심에 불을 질러 놓았습니다. 그가 그동안 말로만 했던 것들이 실제로 이뤄지자, 그 파장은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국제적으로도 미국은 깡패 국가의 이미지를 뒤집어쓰게 됐습니다. 이미 미국의 우방이던 나라들도 이번 조치에 대해 항의하고 있습니다. 영국에서는 트럼프의 영국 입국을 거부하는 서명운동이 한참입니다. 아마 미국의 이런 조치에 대해 항의를 하지 않는 국가는 몇 없을 것입니다. 불행하게도 저는 그 안에 대한민국도 포함돼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은 이민자의 나라입니다. 트럼프가 그 정체성을 완전히 뒤엎어버리는 짓을 한 것에 대해, 저는 한편으로는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일 그가 이런 정책을 천천히 구사했더라면, 아마 나치가 합법적으로 권력을 장악했던 그 당시처럼 사람들은 그의 정책을 인지하지 못한 사이에 내재화해 버렸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는 의회의 강경파들과 손잡기 위해, 또 그가 약속을 지킨다는 것을 드러내고 강경 이미지를 통해 그의 지지자들을 규합하기 위해 섣불리 이런 행정 명령을 내린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트럼프의 패착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미국 내에서 그의 정책에 반대하고, 더 나아가 트럼프의 하야를 요구하는 시위들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는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글쎄요, 의회 안에서도 반 트럼프 움직임이 매케인 같은 정통 보수주의자들을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는 이 상황에서 그가 타협을 피할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으면 결국 벼랑으로 밀리는 것은 트럼프 그 자신일텐데. 

이제 겨우 취임한 지 몇 주 지난 대통령이 이같은 반대에 직면한 적이 미국 역사엔 없습니다. 의회에서는 이 기회에 트럼프를 몰아내고 그 자리에 부통령인 펜스를 앉히고자 하는 움직임도 있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사실 경계해야 할 부분은 이 부분이긴 합니다. 그 역시 극우 세력의 중심이 될 만한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는 마치 한국에서 이명박근혜가 그랬던 것처럼 엄청난 일을 하나 해 냈습니다. 미국인들이 지금처럼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된 적도 별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정치가 자기들의 생활에 있어서 가장 큰 스트레스의 원인이 된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알려준 것, 마치 어느나라와 비슷하지 않습니까? 트럼프가 이렇게 극우 스탠스를 취하고, 특정 종교를 완전히 적으로 돌려버린 것은 한국에서 자기들의 반대자들을 종북으로 몰고 가서 탄압한 것과 매우 유사한 움직임이고, 이것은 결국 그 자신을 역사의 심판대에 세우는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주말에 거리에 나가 사람들을 봤습니다. 이 역동적인 에너지가 쉽게 사라지긴 어려울 거라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미국의 시민들은 지금까지 자기들이 만들어 온 민주주의의 역사와 이민의 역사, 그리고 그들이 나름으로 구축해 온 인권신장과 민주주의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그것을 정면으로 건들어 놓았으니, 이 정권의 앞날이 밝긴 텄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미국에서 선거는 매 2년마다 있습니다. 다수의 공화당 의원들은 벌써 자기들의 다음 선거가 심상치 않을 것임을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을 겁니다. 

트럼프에게 자신의 표를 던졌다는 사람들조차도 돌아서는 것이 눈에 왕왕 띕니다. 이것이 '미국의 반동'의 일환이긴 하지만, 이것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다행스럽게도 세계의 극우 세력들이 위축되는 모습마저도 보인다는 것이 역설적으로 미국의 힘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그동안 극우 세력의 준동에 입 닫고 있던 독일의 메르켈은 트럼프에게 경고를 날리며 그동안의 위축된 모습을 털고 있고, 영국의 메이 총리 역시 시민들의 압력에 못 이겨 트럼프에게 유감을 표명해야 했습니다. 

시애틀에 본사를 둔 스타벅스 같은 기업들은 난민들에게 우선적으로 1만개의 일자리를 주겠다고 했고, 구글은 이민자와 난민을 위한 기금을 조성하기로 했습니다. 당장 '시장의 반응'이란 게 이렇습니다. 트럼프의 시대, 미국은 그들 스스로를 다시 시험대에 세우게 됐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런 트럼프에게 아직도 절절 매는 사람들이 권력을 잡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선택 역시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시애틀에서... 권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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