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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곳 국정교과서를 신청한 문명고등학교 학부모의 글

"국정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철회해주십시오."

서울의소리 | 기사입력 2017/02/19 [00:27]

단 한 곳 국정교과서를 신청한 문명고등학교 학부모의 글

"국정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철회해주십시오."

서울의소리 | 입력 : 2017/02/19 [00:27]

전국에서 단 한 곳 국정역사교과서로 뒤틀린 역사를 배울지 모르는 경북 경산에 위치한 문명고등학교 학부모 게시판에 글을 남긴 한 학부모의 애절한 사연 입니다.

 

17일 경북 경산시 문명고등학교 운동장에서 재학생들이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신청에 항의하는 집회를 벌이고 있다. © 중앙일보

 

국정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철회해주십시오.

 

오늘 저는 충격적인 소식을 접했습니다.

 

바로 전국 2400여개의 고등학교 중에서 단 3곳이 극심한 논란에 휩싸인 역사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신청을 했고 그중에 한곳이 바로 우리 아들이 다니는 문명고등학교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동안 저는 연구학교는 참 좋은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아무나 지원하고 선정될 수 없으며 선정되면 많은 지원과 각종 혜택, 상당한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것이라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의 연구학교 신청은 저와 제 아들을 수치스럽고 낯 뜨겁게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논란이 되는 이번 국정역사교과서가 어떤 것입니까? 상당수 역사학자들과 교단의 역사를 가르치는 교사들이 외면하고 부정적인 평가를 내린 것입니다. 국정농단 의혹과 각종 비리스캔들의 중심에 있는 현 대통령과 최순실이 연관됐다는 논란, 일제강점기와 친일세력, 개발독재 정권에 대한 미화 비판이 강하게 일고 있는 그 교과서가 아닙니까! 물론 일부 이 교과서에 대해 문제가 없다고 하는 분들도 있는 것으로 압니다. 그러기에 논란이 일고 있다고 표현한 것입니다. 교육은 백년대계라 했습니다. 또 역사를 모르는 민족은 망한다고도 합니다. 우리 아이들은 현존하는 대한민국의 현재이자 미래입니다. 이 아이들에게 역사를 교육함에 있어 논란이 이는, 검증이 덜된, 한쪽의 시각이 강하게 투영된 그런 교과를 도입하겠다는 것입니다!!

 

전국의 2400여 고등학교는 왜 연구학교 신청을 안한 것일까요? 그 학교들이 문명고만 못해서 그랬을까요? 아이들의 미래를 덜 생각하고 역사에 대한 안목이 없어서요? 그들이 ‘좌익친북세력’이라서 그랬을까요? 아닙니다. 그들은 아이들의 미래를 급하게 만들어낸 교과서로 실험할 생각이 없었던 것입니다. 그들에게 교육은 너무도 신중하고 중요하다고 여겨졌기 때문일 것입니다. 반면 문명고를 비롯한 3학교는 어떤 의사결정 과정을 통해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 명백히 밝혀야 합니다. 무엇 때문에 이런 결정을 하게 된 것인지 천명해야 합니다. 만약 이런 결정을 내린다면 적어도 의사를 수렴하고 조정하는 신중한 결정과정이 있었어야 했습니다. 한마디로 이것은 아닙니다!

 

솔직히 이번 결정을 보며 고3 아들에게 부끄럽습니다. 아버지 세대가 이런 어정쩡한 모습의 조국을 물려주게 된 것이, 이런 결정을 전국에서 경북지역의 3개 학교가 그리고 이 논란의 소용돌이 속에서 학교측이 의사수렴 과정없이 일방적으로 역사교과서 신청 결정을 내릴 수 있음이, 또 그런 지역에 살고 있음이 그렇습니다. 다른 지역에서는 학부모의 반대로 철회했다는 이야기도 들리는 데 말입니다. 국민을 두려워하고 존중하는 그런 위정자를 배출하지 못하는 우리 부모세대가 부끄럽습니다.

 

그런데 적어도 이 일의 부당함을 학교에 당당히 밝히지 못하는 부모가 되기는 싫습니다. 우리 아들이 살아가는 세상은 적어도 이런 대한민국은 아니었으면 합니다. 열심히 일하고 국민을 존중하고 역사에 정직하고 당당한 그런 조국이기를 바랍니다.

 

부디, 이번 신청을 철회해 주시기 바랍니다. 지금은 제가 혼자 이곳 게시판에 글을 쓰고 있지만, 더 많은 학부모들이 저같은 생각을 하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부디 현명한 판단으로 아이들의 미래와 학교로서의 당당함, 학부모들의 명예를 지켜주시기 바랍니다. 코앞에 다가온 봄처럼, 조속한 시일 안에 반가운 소식이 있기를 간절히 기다리겠습니다.

 

흥분한 마음에 두서없이 적어간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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