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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태 게이트’ KBS·MBC의 ‘물타기’ 반전은 없었다

국정개입’ 못 뒤집고 헌재도 외면하는데 요란하게 변죽만 울려...

서울의소리 | 기사입력 2017/02/19 [11:57]

‘고영태 게이트’ KBS·MBC의 ‘물타기’ 반전은 없었다

국정개입’ 못 뒤집고 헌재도 외면하는데 요란하게 변죽만 울려...

서울의소리 | 입력 : 2017/02/19 [11:57]

‘고영태 게이트’라는 반전카드는 맹탕이었다. 판을 뒤집을만한 내용이 없다는 점은 일찌감치 예견됐는데도 공영방송은 여전히 ‘고영태 게이트’만들기에 앞장서고 있다.

 

KBS 뉴스9와 MBC 뉴스데스크는 지난 8일부터 18일까지 각각 12건, 11건씩 고영태 녹음파일 관련 보도를 쏟아냈다. 앞서 국회측에서 고영태씨의 측근이 녹음한 파일 2300여개 중 검찰이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 있는 내용을 정리한 녹취록 29건을 증거로 제출했다. 박근혜 대통령 변호인단은 원본파일들을 살펴야 한다며 반격의 기회로 활용했다.

 

지난 13일 MBC 뉴스데스크는 “녹음파일에는 고영태씨와 측근들이 최순실 게이트를 어떻게 끌고 가려 했는지 등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16일에는 “녹음파일 2300개 전체를 분석해보니, 고씨와 측근들이 생각한 시나리오대로 최순실 게이트가 전개된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이는 “최순실 게이트가 고영태 일당의 음모”라는 정규재TV나 박 대통령 변호인측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 지난 13일 MBC 뉴스데스크(위)와 16일 KBS 뉴스9 화면 갈무리.

 

그러나 지금까지 공영방송이 쏟아낸 내용을 종합하면 고영태씨의 △정부 인사 개입 △재단 장악 △기타 이권 개입 △증거은폐 및 언론과 사전조율 정황이 반복된다. 이는 고영태씨의 ‘의도가 불순하다’는 점을 드러낼 뿐이며 ‘국정농단’과 ‘미르, K스포츠재단 설립 과정에서 최씨와 대통령의 개입’이 핵심인 최순실 게이트의 본질과는 거리가 멀다.

 

다른 언론은 일찌감치 녹음파일의 영향력이 미미할 것으로 내다봤다. JTBC 뉴스룸은 11일 “녹음파일에는 오히려 최순실의 국정농단 근거들이 더 많아 대통령측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애초에 검찰이 2300여개 파일 중 유의미한 자료만 녹취록으로 정리했기 때문에 파일에서 주목할만한 새로운 내용이 나올 가능성은 낮았다. 

 

그럼에도 대통령측은 ‘탄핵 지연전술’로 활용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파일 전체에 대한 검증을 요청한 것으로 보이며, 공영방송이 지원사격하는 모양새다. KBS 뉴스9는 11일 “고영태 파일 제출…탄핵 심판 변수 되나?”를, MBC 뉴스데스크는 “녹음파일 제출…탄핵심판 영향은?”을 통해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을 것처럼 언급했다. MBC는 “탄핵심판의 막판 변수”(2월14일 뉴스투데이)라고 띄우기도 했다.

 

예상대로 14일 헌법재판소는 “녹취 파일이 소추 사유와 직접 연결된 부분은 아니다”라며 박 대통령측의 고영태 증인채택 요청과 2300여개 파일 공개검증 요청을 기각했다. 16일 헌재는 박 대통령측의 녹음파일 공개청취 요청을 기각하기도 했다. SBS 8뉴스는 14일 기각 배경을 “최순실씨의 국정개입, 그리고 최씨와 박 대통령 주도로 재단이 설립됐다는 정황 자체를 바꿀 수 있는 증거는 아니라고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고영태 녹음파일 보도에 열중했던 KBS와 MBC의 메인뉴스는 정작 헌재의 14일과 16일 결정을 보도하지 않았다. 대신 대동소이한 폭로를 이어갔다. 14일 “이권 챙기기 언론 폭로계획 고스란히”(KBS 뉴스9) “검찰 인사개입 정황... 수사 기획한 듯”(MBC 뉴스데스크)을 내보냈다. 16일에는 “고영태 파일보니... 최태원 사면 미리 알아” “계획적 폭로 준비, 언론보도 조율 정황”(KBS 뉴스9)  “‘박근혜 끝났다...다른쪽과 얘기하자’” “‘36억원 예산으로 노잣돈 만들자’”(MBC 뉴스데스크) 등이다.

 

▲ 16일 JTBC 뉴스룸(위)과 SBS 8뉴스 화면 갈무리. KBS 뉴스9와 MBC 뉴스데스크는 헌법재판소가 고영태 녹음파일 관련 박근혜 대통령측 요청을 두차례 기각했다는 점을 보도하지 않았다.

 

녹음파일에는 오히려 박근혜 대통령이 무능했고, 최순실의 국정농단이 비일비재했다는 정황이 생생하게 드러난다. “VIP(대통령)는 이 사람(최씨)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해. 진짜 뭐 하나 결정도, 뭐 글씨 하나, 연설문 토씨 하나. 옷도 무슨 옷을 입어야 하고”가 대표적이다. 

 

그나마 KBS 뉴스9는 14일 해당 대목을 언급하며 “고영태씨 등은 박 대통령이 최순실씨에게 국정의 상당 부분을 의존하고, 미르·K스포츠 재단도 철저한 기획 속에 설립됐다고 생각한 정황이 들어있다”고 보도했다. 

 

반면 13일 MBC 뉴스데스크는 같은 대목을 보도하면서도 박근혜 대통령의 무능함과 국정개입 정황을 드러내지 않았다. 대신 “녹음파일에서 고영태씨는 측근들에게 최순실이 믿는 사람은 자신밖에 없다고 장담한다”는 내용 위주로 편집해 고영태씨를 공격했다. 이 리포트의 이름은 “‘최순실이 믿는 건 VIP와 나’…‘왕의 남자’”다.

 

공영방송이 고영태 녹음파일을 입수한 상황에서 이를 적극적으로 보도할 수는 있다. 그러나 두 공영방송은 최순실 게이트 보도를 늦게 시작하고, 소극적으로 다뤄 비판을 받은 전력이 있다. 이번에도 유독 고영태 녹음파일 보도에 집중하면서 박 대통령에 유리한 내용 위주로 부각한 사실은 권력의 편에서 ‘물타기’를 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원문기사: 미디어오늘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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