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헌법행위자 명단’왜 기레기들은 빠졌나?

박근혜 황교안 김기춘 김진태 등 눈길

김현철 칼럼 | 입력 : 2017/02/28 [01:47]

 김현철 칼럼 니스트

美플로리다 거주, 전 언론인

지금으로부터 72년 전, 승전국 미국이 전리품인 한국 땅에 새 주인으로 들어섰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민족의 이름으로 처단되었어야 마땅한 악질 친일파들과 그 후손들은 일본과 마찬가지로 민족주의를 말살하려는 미국의 군정과 사이비 애국자 이승만의 비호(庇護)를 받으며 또다시 기득권을 잡았다. 이들은 우리 겨레의 존경을 한 몸에 받았던 백범 김구 선생의 암살 등 온갖 반민족적 악행을 자행해 왔다.
 
긴 세월 독립투쟁을 벌였던 항일 투사 및 그 후손들 대부분은 조국 광복의 기쁨과 함께 당연히 새 나라 건설의 주역이 되었어야 했거늘, 이 친일․친미 세력에 의해 또 다시 잔인하게 짓밟힐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극한 어려움 속에서도 이런 흐름을 거슬러 올라간 소수의 사람들이 있었다. "친일파 청산을 하지 않으면 21세기의 새로운 민족사를 창조할 수 없다"는 신념을 지닌 '친일인명사전 편찬 지지 전국 대학교수 1만인 선언'에 힘을 얻어 수 년 전 '민족문제연구소'(이사장 함세웅 신부, 소장 임헌영 교수)는 친일 세력의 끊임없는 방해공작을 당하면서도 악질 친일파 4389명을 수록한 '친일인명사전'을 민족의 제단에 헌사했다. 이는 지난 1949년 온민족의 뜨거운 기대 속에서 출발한 제헌국회의 '반민특위'가 사이비 애국자 이승만 정권의 방해로 '억지 빨갱이'로 몰려 와해된 이후 무려 60년만의 쾌거였다.
 
잔악하고 교활한 침략자 일본인들의 앞잡이 노릇을 즐기면서 우리 민족을 못 살게 굴던 민족 배신자들의 명단이 발표되면서 수많은 국민들은 오랜 세월 응어리진 가슴이 뻥 뚫린 느낌을 받았고, 친일 당사자와 가족들은 민족 앞에 부끄러움을 느껴야 했다.
 
이승만-박정희-전두환-김기춘-김형욱 등 '반헌법주의자'로 꼽혀
 


지난 2월 16일,'반헌법행위자열전 편찬위원회'(대표 한홍구 교수, 성공회대 민주자료관 관장)는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반헌법행위자 열전> 수록 집중검토 대상자 405명(중복 연인원 628명)의 명단을 발표, 광복 후 민주 헌법을 유린(蹂躪)하면서 자신만의 사리사욕을 채워 온 자들의 양심을 쳤다. '한번 민족을 배신한 자는 또 다른 민족 배신은 쉽다'고 했듯이, 그 대상자 대부분이 일제 때 악질 친일파 행각으로 '친일인명사전'에 이름을 올린 자들과 그들의 후손들이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니 이 나라의 '반헌법'은 '반민주'의 또다른 이름이다.
 
원로 역사학자 이만열(한국독립운동사 편찬위원회 위원장) 교수는 이번 '반헌법행위자 열전'발간 준비 발표에 즈음하여 그 취지를 설명하면서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가능할 수 있었던 원인 중 하나가, 바로 민주공화국의 헌정질서를 유린한 반헌법 행위자들이 그에 따른 처벌을 받지 않고 오히려 활개 치며 이 사회를 주물러 온데에 있으니, '반헌법적 행위'를 낱낱이 기록해 국민 앞에 공개해서 다시는 이들이 자신을 '헌법수호자'로 행세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수록 집중검토대상자들을 세밀히 분류해 보면, 민간인 학살 104명, 내란 86명, 고문 및 간첩조작 221명, 부정선거 60명, 언론탄압 25명, 문민정부 이후 반헌법적 사건 관련자 40명으로 집계됐다. 직군별로는, 사법부 40명, 검찰 69명, 군출신 111명, 보안사(CIC=방첩대=특무대 포함) 33명, 국정원(전 중정 및 안기부) 69명, 경찰 60명으로 총 405명이다, 아들중 가운데 생존자는 150명이 넘는다.
 
이 중에서도 독재자 박정희는 5.16군사쿠데타, 유신, 긴급조치, 민청학련 사건 등 모두 10건의 반헌법 행위로 헌법 유린 케이스가 가장 많고, 김기춘, 김형욱, 신직수도 9건, 이승만 전 대통령은 8건, 이후락, 장세동이 7건, 전두환이 6건이었다. 

 

현직 중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구조 직무유기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등 2건이며, 특히 황교안 권한대행은 2012년 18대 대통령 선거 수사방해, 세월호 참사 구조 직무유기, 통합진보당 해산 등 3건을 기록했다. 자신의 영달에 눈이 멀어 헌법을 세 번씩이나 유린한 황교안은 대한민국 대통령 후보로는 절대로 적임자가 될 수 없음이 확인된 것이다. 그밖에 현재 차기 대선 후보로 국민의 입에 오르내리는 분들 중에 헌법 유린자가 아직 없음은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다.
 
더하여 헌법을 누구보다도 준수하며 반헌법 행위를 엄단해야 할 대한민국 법조계의 총수, 양승태 대법원장은 재일동포 학원간첩단 사건과, 강희철 사건 등 여러 건의 간첩 조작 사건에 관련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한국청년단체협의회와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의 이적단체 선고, 용산 세입자 시위 유죄 선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무죄 선고 등 법관의 임무를 저버리고 강자들에 빌붙어 후배 법조인들은 물론, 국민들로부터 경멸의 대상이 되었다. 눈앞에 보이는 일신의 영달(榮達)에만 눈이 멀었던 그의 흉내를 낸 후배 법관들 상당수가 수치심도 없이 반민주적 판결을 자행해 왔음은 물론이다.

현 정부에서 발생한 사건 중 세월호 참사 관련자로는 박근혜 대통령, 황 권한대행 외에도 김장수, 김기춘, 통합진보당 해산 관련자로는 황교안, 김기춘, 남재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관련자로는 박근혜, 김기춘, 우병우, 안종범, 조윤선, 정호성, 안봉근, 이재만 등의 이름이 올라있다.
 
또 이명박 정부 때, 용산 참사 관계자로 김석기, 정병두, 서울시공무원 간첩조작 사건 관계자 남재준, 원세훈, 2012년 18대 대통령 선거 부정 관계자로 원세훈, 황교안, 김기춘, 김진태 등의 이름도 보인다.
 
집중검토대상자들 중 가장 많은(221명) 고문 및 간첩조작의 경우는, 김구 암살범 안두희, 이승만 정부 때 특무대장 김창룡,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의 전두환, 이학봉, 권정달, 또 박종철 고문치사 및 은폐사건의 박처원, 강민창 등, 그리고 강기훈 유서대필사건의 정해창, 정구영, 김기춘, 서동권 등이다.
 
'곡필아세' 언론인들은 왜 빠졌나?
 
그런데 한가지 아쉬운 것은, 이 반헌법 인사들의 대변인이나 된 듯, 시종일관 이들의 반헌법 행위를 적극 지원, 찬양하면서 사익을 챙겨 온 언론인들의 명단은 안 보인다는 사실이다. 동료 언론인들이 자유언론 수호투쟁으로 고문을 당하고, 감옥에 드나들며 해직당하는 등 고통을 겪을 때, 이들은 강자에 아부하고 사익을 우선해 반헌법 공직자들을 적극 부추기는 논조를 유지하면서 국민을 오도(誤導)한 자들이다. 최남선, 이광수를 비롯, 수많은 문인, 음악가, 화가, 극작가, 가수 등 친일 예술인들 및 언론인들이 동족 청소년들을 일본군 입대, 징용, 성노예 등으로 지원하도록 정신적으로 악영향을 준 행위로 '친일인명사전'에 올라 있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반헌법행위자 열전 편찬위원회'가 발족한지 이제 겨우 며칠이 지났다. 내부가 정리되는 대로 반민주 언론인들의 명단 심사도 함께 이뤄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인간이 한 생애를 살아가면서 잊지 말아야 할 일은, '물심양면을 통해 내가 할 수 있는 대로 남을 돕는 일'이란다면,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일은 '내 탐욕 달성을 위해 남을 괴롭히는 일'일 것이다. 불행히 많은 사람들은 이 세상이 전부인 줄로 착각하고 인간으로서 꼭 해야 할 일인 '이타주의'는 눈에 들어오지 않고, 속된 탐욕 달성을 인생 최고의 가치로 오판한 나머지 이기주의적 삶을 살아간다. 이런 사람들은 이 세상에서 '나' 보다는 '우리'를 생각하고 기회가 되면 '공동선'을 위해 사는 삶의 가치를 상상조차 못 한다.
 
이번 '반헌법행위자 열전' 발간 계획과 이미 발간된 '친일인명사전'은, 우리가 이 세상에 사는 동안 나만의 욕망 달성을 위해 남을 괴롭혔던 추한 모습들이 숨겨지지 않고, 언젠가는 사회 곳곳에 숨어 있는 정의파 인사들에 의해 세상에 낱낱이 밝혀져 폭로된다는 사실을 웅변하고 있다. '역사의 법정'이 이래서 무서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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