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주의 원리주의자들과 나쁜 정부

권종상 칼럼 | 입력 : 2017/03/04 [09:24]

3.1절 집회 이후에 박근혜 옹호 세력들은 자기들 세력 5백만이 시청앞에 모였다는 발표를 했습니다. 그리고 바로 사람들의 비웃음을 샀습니다. 그럴 수 밖에 없었겠지요. 이미 단일집회 최고 인파를 찍어 본 촛불집회 참가자들은 1백만, 2백만이 어떤 의미인지, 그것이 공간적으로는 얼마만큼의 압력을 지니는지를 다 알고 있었을테니까요. 

사실 그 웃기는 5백만명 집회보다 더 신경쓰이는 집회는 따로 있었습니다. 손석희 JTBC 사장의 집 앞, 박영수 특검의 집 앞에서 벌어졌던 집회들. 그리고 장기정 자유청년연합 대표가 팟캐스트에서 이정미 헌재 재판소장 권한대행의 주소와 잘 가는 미용실, 수퍼마켓 등을 밝힌 것 등이 그렇습니다. 최근 들리는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에 대한 테러 위협도 그렇고. 

최순실의 입김이 들어가 임명됐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이철성 경찰청장이 위의 행위에 대해 표창원 의원이 질문하자, 이것이 그냥 잘못된 언사일 뿐이라고 대답한 것을 보면서 저는 백색테러의 위험은 상존한다고 느꼈습니다. 그리고 더 화가 난 것은, 이런 정보들, 그리고 박근혜 옹호 세력의 집회가 이렇게 세세하게 드러난 것에서 보듯, 정보기관이나 '정부 차원에서 사찰이 가능한 조직들'이 이런 짓을 하고 있다는 것이 합리적으로 추론할 수 있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여기에 대해 강력한 의혹 제기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거였습니다. 

국가주의자들은 국가를 위해서는 폭력을 서슴치 않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자기들의 인생을 보내 온 사람들은 쉽게 "빨갱이는 죽여도 된다" 따위의 피켓을 들고 광장으로 나옵니다. 한국을 이런 국가주의가 아닌, 시민사회의 상식이 통하는 곳으로 만들려 했던 이들에게 국가주의자들과 이들을 실질적으로 지배해 온 국가는 쉽게 빨갱이 프레임, 그것도 '종북 프레임'을 들씌워 왔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이들로 하여금 정부의 정책에 반대 의사를 표시하는 것이 곧 북한을 이롭게 하는 것이라는, 매우 단순하면서도 명쾌한, 그러면서도 멍청한 논리가 통하도록 해 왔습니다. 

이런 사회에 익숙해져 있는 세대들에게 상식을 이야기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것은 그들의 믿음의 기저를 붕괴시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들이 말하는 '태극기 집회' 즉, 극우 집회에 꽤 많은 이들이 동원될 수 있는 것은 우선은 돈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실 실제로 자발적으로 나오는 이들도 꽤 될 겁니다. 그리고 그것은 한국의 보수 기독교회와 겹칠 수 밖에 없습니다. 한국의 보수 기독교나 반공과 안보를 빌미로 시민들의 저항을 억눌러 온 정부나, 상식이 아닌 도그마(dogma)로 구성원을 장악해 왔다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도그마가 횡행하는 곳엔 상식이 자리잡지 못합니다. 성경을 문자 그대로 믿어야 한다는 도그마를 믿는 사람들에게, 자기들의 교리가 무너질 위기이니 테러라도 해야 한다고 하면 그렇게 할 겁니다. 불상의 목이 기독교도에 의해 잘려나가는 나라는 아마 우리나라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우리의 보수 기독교도들은 그런 면에서 이슬람 극단주의를 빼닮았습니다. 

자기가 믿는 '종교를' 위해 내 목숨을 내 놓는 것은 물론이고, 그래서 남의 목숨도 우습게 여기지 않는 것, 그리고 거기에 나쁜 의도를 가진 권력집단이 그 배후에 있다는 것... 이것이 오래 전 히틀러 시대 독일의 광신과 뭐가 다른 건지 저는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시민사회의 정신이 살아 숨쉴 수 있는, 그래서 상식이 자리잡는 사회를 만들어야 하고, 그것 때문에 정권교체를 외치는 겁니다. 

시애틀에서...권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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