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뉴스의 대처는 진짜 언론을 세우는 것

권력과 유착한 언론 상황에서 도대체 무엇이 가짜 뉴스라 할 수 있을까.

김서중 민언련 정책위원장 | 입력 : 2017/03/06 [21:21]

미국의 지난 대선 직전 3개월간을 분석해보니 SNS에서 가짜 뉴스가 진짜 뉴스보다 많이 소비됐다는 분석이 나와 화제가 됐다. 그리고 그 가짜 뉴스의 대부분은 클린턴보다 트럼프에게 유리한 내용이었다. 당연히 대통령 선거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고 그러니 화제가 될 만하다.

 

그런데 문제의 핵심은 이런 가짜 뉴스의 범람이 새로운 소통방식으로 대세를 이루어가는 SNS 현상에서 으레 있을 만한 소소한 부작용이 아니라, 인위적인 조작의 결과였고 앞으로도 인위적으로 여론조작이 가능할 것이라는 데 있다.

 

 

대선에 영향을 미치는 사건이니 세간의 주목을 끌었지만 사실 새로운 것은 아니다. 과거에도 다양한 형태의 거짓 정보는 만들어지고 흘러 다녔다. 단지 지금은 그런 거짓 정보의 유통이 더 빠르게 대량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이 됐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 이제 많은 영역에서 이런 가짜 뉴스가 생산되고 있고 지속적으로 우리의 삶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수용자에게 진실된 정보가 더 많이 노출되도록 해야

 

사실 최근 탄핵 정국인 우리나라에서도 가짜 뉴스가 생산되고 전파되면서 비이성적 행동을 부추기고 있다. 촛불집회에 중국 유학생을 동원한다느니, 북한 요원이 침투했다거나 촛불이 김정은과 연계되어 있다는 가짜 뉴스가 떠돈다. JTBC에 미 교포가 3,000억 소송을 냈다는 뉴스도 가짜다. 국정농단 게이트 폭로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 JTBC에 흠집을 내고 탄핵 소추가 음모라는 인식을 유도하기 위해서 벌인 것일 게다. 유력한 대선주자인 문재인이 200톤의 금괴를 소유하고 있다는 뉴스도 있다. 

 

최근에는 심지어 ‘노컷 일베’, ‘프리덤 뉴스’ 등의 제호로 신문을 제작하거나 언론사를 사칭해서 거짓 정보에 신뢰를 부여하려 애쓴다. 그리고 이런 거짓 정보는 SNS를 통해서 전파되고, 오도된 여론을 생산 확장한다. 소위 맞불집회에 나온 사람들이 다 이런 거짓 정보의 희생자는 아니겠지만 다수가 이를 믿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렇지 않고서야 제대로 된 정보를 접하고도 저런 비이성적인 행동을 할 수 있겠는가.

 

우리 사회도 이제 거짓 정보의 피해가 만만치 않고 앞으로 더 심해질 것이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지난 대선에서 국정원의 댓글 공작으로 우리는 심각한 피해를 보았으나, 권력의 방해로 대처할 기회를 놓쳤다. 

 

 

단순히 국정원 댓글 사건을 제대로 단죄하지 못했음을 지적하는 것이 아니다. 거짓 정보를 소비한다는 것은 역으로 진실된 정보를 접할 기회가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용자가 진실된 정보에 더 많이 노출되도록 하는 것이 사회가 거짓 정보에 대처할 하나의 출발점이다. 

 

한편에서는 거짓 정보의 주요한 유통 경로로 비난의 대상이 된 SNS 운영업체들이 ‘가짜 뉴스’ 대응에 부심하는 모양이다. 페이스북과 구글은 가짜 뉴스의 신고를 받거나 인공지능을 이용해 가짜 뉴스를 선별해내려 한다. SNS가 거짓 정보를 유통하는 주요한 통로고, 이미 가짜 뉴스의 범주에 들어갈 수도 있는 광고로 수익을 챙기고 있는 SNS 회사로서는 가짜 뉴스의 온상이라는 비판으로 기반이 무너질 수도 있으니 대책을 세우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권력과 유착한 언론 상황에서 도대체 무엇이 가짜 뉴스라 할 수 있을까. 

 

그런데 가짜 뉴스는 어떤 기준으로 평가할까. 신고의 기준은 무엇이고, 인공지능은 어떤 기준(결국 사람이 세운 알고리즘)으로 가짜 뉴스를 선별해낼까. 또 다른 인위적인 선택과 배제가 작용하지는 않을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거짓 정보 대처는 새로운 인식에서 출발해야 한다. 진실된 정보를 제공하고 소비하려 애써야 한다. 애초 취재 대상이 되는 정보원은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을 제공하려 할 것이다. 그 제공된 정보를 취합하고 이에 반대되는 정보원을 접촉해서 얻어진 정보로 궁극적인 진실이 무엇인가를 찾아가는 취재라는 작업은 매우 고도화된 인간의 지적 작업이다. 기자 스스로도 편협한 인식으로 진실을 외면하지 않아야 하지만 취재부터 보도에 이르는 과정에 관여하는 모두가 진실을 왜곡하지 않아야 한다.

 

즉 현장을 잘 아는 기자로부터 사실에서 진실을 판단할 수 있는 오랜 경력의 기자까지 협업하여 집단 지성으로 이루어낸 산물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생산한 진실된 정보를 믿고 수용하는 행위가 보편화될수록 거짓 정보의 피해는 감소할 것이다. 언론의 존재 이유다. 그럼 우리 사회에는 진실된 정보를 생산하는 좋은 언론들이 많을까? 

 

우리 사회는 거짓 정보에 대처할 저항력을 기르지 못했다. 아니 외려 권력이 장악한 방송, 권력과 유착한 언론이 거짓 정보를 생산하기도 하고 전파도 했다. 다수의 시민들은 기존 주류 언론들을 신뢰하지 않는다. 그러니 어떤 게 진짜 뉴스고 어떤 게 가짜 뉴스라 할 수 있을까. 거짓 정보의 피해로부터 벗어나려면 ‘진짜’ 뉴스를 제공하고, 제공하리라 믿을만한 언론의 존재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정치나 자본권력으로부터 언론을 자유롭게 하고, 언론인들의 진실 보도를 보장하는 내적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 탄핵 이후 우리가 이루어내야 할 제반 사회개혁 중 언론개혁이 우선인 이유다.

 

dBlog  김서중(민언련 정책위원장, 성공회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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