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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시에서 공공의료 확대를 위한 첫발을 떼다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한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반 복지 행정

박재영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 | 기사입력 2017/03/07 [12:28]

여주시에서 공공의료 확대를 위한 첫발을 떼다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한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반 복지 행정

박재영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 | 입력 : 2017/03/07 [12:28]

인류의 역사에서 시민혁명이라는 소중한 경험의 있고 없음은 진보의 역사를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수놓아 나갈 수 있고 없음의 역량 차이를 가늠해준다. 마찬가지로 소시민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하여 스스로의 손으로 일궈낸 자그마한 성취의 경험은 풀뿌리 민주주의의 성장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 나의 판단이다.

 

선진 민주주의 국가들은 민주주의의 변화와 발전을 위해 수백 년의 ‘피 흘림의 역사’를 가졌다. 이 과정에서 이름 없는 민초들의 헤아릴 수 없는 희생이 있었기에 사람을 존중하는 세상인 민주주의 국가로서의 위상을 흔들림 없이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한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반 복지 행정

 

박재영 여주시의원

26년의 짧은 풀뿌리 민주주의의 역사를 써 나가고 있는 대한민국이 수백 년의 피 흘림의 역사를 지닌 선진 민주주의국가들의 자랑스러운 모습들을 한순간에 닮아갈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피 흘림 없이 사람을 존중하고 배려하면서 사람을 우선으로 여기는 '사람 사는 세상'으로 순탄하게 나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은 우리 국민 누구에게나 간절할 것임에 틀림이 없을 것이다.

 

꽤 오래 전에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민주진보 진영이 합심해서 확보한 경남도지사라는 소중한 교두보를 미련 없이(!) 포기함으로써 보수의 상징으로 자리매김을 하고 싶어 하는 홍준표씨가 경남도지사 직에 당선되는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 깨어있는 시민들이 가슴을 쥐어짜는 슬픔을 느끼게 만든 그 일은 지금도 잊을 수 없는 것으로 기억의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다.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거리낌 없이 수행했던 ‘사람 사는 세상’에 역행하는 정책들 중에 우리의 마음을 가장 아프게 했던 것은 아이들로부터 밥그릇을 빼앗는 행태인 무상급식 지원 중단과 서민들의 건강권을 짓밟은 진주의료원의 폐원이었다.

 

미래의 대한민국을 이끌고 갈 동량들에게 의무적으로 급식을 제공하는 것은 충분히 마땅한 정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 복지’ 사고를 지닌 극우 보수주의자이자 ‘무늬만 지도자’라고 판단되는 홍준표씨를 도지사 직에 앉힌 것은 그것이 아무리 경남도민들의 선택에 의한 것이라고 해도 우리 국민의 마음을 매우 마음을 아프게 했다.

 

게다가 ‘공공보건의료’를 지속적으로 확대함으로써 시민의 ‘건강권’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있음에도 자본과 시장의 효율성을 앞세워 ‘공공성’을 파기한 진주의료원 폐원은 민주주의와 더불어 공공보건의료의 역사를 후퇴시킨 대표적인 사건으로 영원히 기록될 것이다. 어쨌든 지도자를 잘못 선택해서 입게 되는 피해는 서민들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므로 어떤 지도자를 선택할 것인지도 깨어있는 시민들의 몫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의료 불안의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홍준표 지사는 시민의 건강권을 지켜오던 진주의료원을 자본과 시장주의의 수익성 논리를 앞세워 폐원시켰지만 경기도 끄트머리의 작은 도시 여주에서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공공의료 개선을 위한 활동을 시작했다. 여주시는 인구 12만 명이 채 안되지만 면적은 서울보다 넓은 608제곱km에 이르고, 남한강이 도심을 흐르고 있어 수도권정비법과 수자원보호법 등의 중첩 규제로 도시화와 산업화가 쉽지 않은 도시이다.

 

이런 여건으로 인해 여주는 수백 년에 걸쳐 인구 증가를 기대하기 어려웠다. 항상 11만 명 안팎의 인구를 유지하며 고요한 은둔의 도시처럼 천혜의 자연 환경을 누리며 사람과 자연의 일체감을 확인하며 살아가는 도시이기도 하다. 하지만 산업화와 도시화가 지체된 것도 사실이며, 여주 시민들도 문명의 이기를 누리기를 갈구하고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여주에서는 1년에 약 800명의 새 생명이 태어난다. 그런데도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출산 산부인과’가 없다. 갑자기 독감이 유행하면 제대로 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소아과 병의원’도 부족하다. 소아든 성인이든 긴급하게 치료를 받아야 할 상황에 제대로 대응할 변변한 ‘응급센터’도 없다. 결국, 조금이라도 큰 병에 걸리면 치료받을 병원이 없어 대도시로 ‘원정 치료’를 받으러 가야 하는 실정이다.

 

심근경색이나 대형사고가 발생하는 순간 죽음으로 귀결되는 여주시의 열악한 의료 현실은 개선돼야 한다. 그런데 이런 개선의 노력은 자본의 수익성 논리에 늘 밀려난다. 사람들이 건강하게 살 권리를 포기하는 데 익숙해진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자식을 길러본 사람들은 부모의 심정을 이해하겠기에 아이가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듯 고통을 호소할 때 부모의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은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을 것이다.

 

지금 여주 시민들은 산모가 갑자기 진통을 시작하면 물불을 가릴 여유도 없이 30km 이상의 거리를 최고 속도로 질주해서 아이를 낳아야 하는 위험천만한 도시에서 살고 있다. 그리고 여주 시민들은 심근경색으로 고통을 호소하다 파출소 문을 열고 들어가 숨을 거두는 비극적 상황이 발생하는 의료 불안의 도시에서 살고 있다.

 

아이가 불덩이의 몸을 견디지 못해도 아이 엄마가 눈물로 호소해도 진료 예약이 다 되었다는 말 한 마디에 눈물을 머금고 병원 문을 나서야 하는 경우도 있다. 저항력이 약한 아이를 성인들과 함께 쓰는 병실에 입원시켜야 하는 슬픈 현실도 감내해야 한다. 이것이 여주 시민의 의료 현실이다. 내 아버지도 뇌출혈로 여주시의 작은 병원을 전전하다 결국 5시간 이상을 허비하고 서울의 큰 병원에 도착했을 때 이미 세상을 떠났다.

 

깨어있는 시민들이 만든 자발적 모임 ‘여의주’

 

그래서 여주의 젊은 엄마들이 팔소매를 걷어 부치고 일어나 ‘여의주’(여주시 의료서비스 개선을 위한 주부들의 모임)를 만들었다. 여주시의 의료 환경 변화와 새로운 발전을 모색하기 위해 첫 발을 뗀 것이다. 이는 꼭 필요하고 적극 환영할 일이다. 나는 시의원으로서 여기에 가능한 모든 힘을 보탤 생각이다.

 

지난 1월에는 20여 명의 젊은 엄마들이 모여 여주시 의료서비스 개선을 위한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어서 2월 13일에 150여 명의 ‘깨어있는 시민’들이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인 이상이 제주대 교수를 초빙하여 '엄마들이 행복한 복지 여주'를 만들기 위한 열린 강연회를 개최했고 성황리에 마쳤다. 작지만 거대한 첫발을 성공적으로 내디딘 것이다.

 

올해 6월 마지막 주 쯤, ‘여의주’가 주도해서 여주시 의료서비스 개선을 위한 공청회를 열 준비를 하고 있다. 머지않은 장래에 여주시 '공공의료'에 대한 정책적 합의를 마련하는 토대를 다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가능하면 여주시 공공의료 정책의 발전 전망에 대한 큰 그림도 그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스웨덴이 오늘날 보편적 복지국가의 기본 틀을 만드는 데 40년의 세월이 걸렸고, 핀란드가 교육 복지국가의 모습을 만드는 데 150년의 세월이 걸렸다. 그리고 덴마크가 행복지수 1위의 복지국가로 자리매김 되는 데 또한 100여 년의 세월이 걸렸다는 점에서 복지국가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가 기억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 후보가 학교 무상급식을 공약으로 내 건 이후 시작된 치열한 복지국가 논쟁이 지금까지도 진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반 복지 세력의 힘이 보편적 복지국가로의 거대한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상황이다. 복지의 참 맛을 느껴보지도 못한 상황에서 과잉 복지로 국가재정이 흔들릴 위험이 있다고 상시적으로 협박을 일삼는 '반 복지 세력'에 대항할 복지국가 정치 세력은 여전히 부족한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마찬가지로 도시화와 산업화가 현실화되기 쉽지 않은 고요한 은둔의 도시 여주에서도 그동안 복지국가 건설을 위한 시민운동이 활성화되기가 매우 어려웠다. 하지만 전통적 보수 성향의 도시 여주에서 이제 소아과 병의원의 부족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발걸음을 막 시작한 ‘여의주’가 여주를 ‘사람 사는 세상’인 역동적 복지국가 만들기의 구심점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일익을 담당해 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행복 구현을 위한 깨어있는 시민들의 작은 몸짓을 응원하며

 

복지와 생활은 하나일 수밖에 없다. 시민의 행복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든든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보편적 복지국가를 건설하는 길이라는 사실에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소아과병의원, 소아전문 응급센터, 출산 산부인과 병의원, 지역사회 종합병원 등을 갖추는 일은 '이윤 추구'를 목표로 하는 자본의 논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한 영원히 해결이 불가능할 것이다.

 

자본의 논리가 아닌 시민의 건강권을 지켜내기 위해 재원을 투여할 필요가 있다는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지금 ‘여의주’를 비롯한 여주의 깨어있는 시민들이 내디딘 첫발은 공공보건의료를 확대하고자 하는 열망으로 주치의 제도를 비롯해 시민의 건강권을 지킬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을 찾아가는 과정일 것이다. 그러므로 불가능에 중점을 둔 기존의 고정된 생각은 버려야 한다. 지금은 부정적 시각보다 긍정적 에너지가 요구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여주에서 출산이 가능한 산부인과 유치를 과거에도 추진했었지만 실패했다는 사실을 근거로 공공의료를 확대하려는 시민들의 자발적 노력을 ‘되지도 않을 일’로 폄훼하거나 비난만을 앞세우는 일을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낡은 생각이나 소극적인 무사안일에 젖어 있는 ‘무늬만 지도자들’이 여주 시민들의 행복권을 향한 소중한 바람을 짓밟는 어리석은 행태가 더 이상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시작은 미약했으나 그 끝은 창대하리라!’라는 믿음으로 우리는 지금 이 조용한 도시 여주에서 일어나는 행복 구현을 위한 깨어있는 시민들의 작은 몸짓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여의주’ 같은 깨어있는 시민들의 이런 움직임이 여주시를 거듭나게 하는 거대한 변혁의 물길을 만들어 낼 것이다. ‘혼자 꾸는 꿈은 그냥 꿈이지만 여럿이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는 말이 옳기 때문이다. 희망을 찾아 나서는 역동적이고 자랑스러운 여주 시민의 모습을 기대한다.

 

박재영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 여주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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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은미 2017/03/08 [08:24] 수정 |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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