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비극’의 주범, 검찰이 긴장하고 있다.

조국 “수사, 기소, 재판 과정에서 부르고 추궁하면서 ‘산송장’을 만들려 했다."

서울의소리 | 입력 : 2017/05/26 [18:48]

[경향신문: 이슈 기획-검찰 개혁]

참여정부 실패서 배웠다···더 빠르고, 강하게 ‘문민통제’ 복원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검찰개혁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검찰이 정치적 중립을 지키도록 하는 한편 무소불위에 가까운 권한 집중을 막아 견제를 받도록 하겠다는 것은 참여정부 때부터 이어져 온 방향이다.  

 

그러나 검찰이 이번에는 극도로 긴장하고 있다. 이면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가 있다. 문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의 친구이자 그의 민정수석이었고 그가 검찰 수사를 받을 때 변호인이기도 했다. 검찰 입장에서, 문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귀환’과 다름없다. 망신주기식 수사로 노 전 대통령을 사지에 몰아넣었다는 눈초리를 받는 검찰로선 가장 두려운 상황이다.

        

“검찰이 ‘노무현 비극’ 주범” 

 

사실 문 대통령은 참여정부 민정수석 시절 검찰과의 핫라인을 끊고 검찰이 제공한 차량을 돌려보낼 정도로 사소한 것에서부터 검찰 독립성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검찰개혁에 접근했다. 이는 노 전 대통령이 임기 초 ‘평검사와의 대화’를 마련해 검찰의 자발적인 개혁을 유도하려 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 서거 후엔 문 대통령의 검찰에 대한 생각이 180도 바뀌었다고 한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의 검찰 소환 조사 장면을 두고 “이인규 중수부장은 대단히 건방졌다” “(우병우) 중수1과장이 조사를 시작했다. 노 전 대통령의 절제력이 놀라웠다” 등 분노를 쏟아냈다. “검찰에서는 홍만표 수사기획관이 아침저녁으로 공식 브리핑을 했다. 중수부장 이하 검사들도 언론에 수사 상황을 모두 흘렸다. ‘논두렁 시계’ 소설이 단적인 예다. 사법처리가 여의치 않으니 언론을 통한 망신주기 압박으로 굴복을 받아내려는 것 같았다.”(저서 <문재인의 운명>) 

 

문 대통령의 검찰개혁 조치 1호는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민정수석에 전격 기용한 것이다. 조 수석의 생각도 문 대통령과 비슷하다. “노 전 대통령이 재판까지 갔더라면 분명히 무죄가 나올 사건이었어요. (…) 수사, 기소, 재판 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을 부르고 추궁하면서 ‘산송장’을 만들려 했습니다.”(저서 <진보집권플랜>) 

 

그는 다른 저서 <조국, 대한민국에 고한다>에서는 “스스로 정치적 사망 선고를 내린 노 전 대통령에게 항장불살(항복한 장수는 죽이지 않음)의 기본 예의를 지켜주기는커녕 조리돌림식으로 수사하고 피의사실을 유포해 결국 전직 대통령이 극단의 선택을 하도록 몰아갔다”고 했다.

 

2009년 4월30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 도착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보수단체 회원들의 계란세례를 맞은 버스에서 내려 청사로 향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2009년 4월30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 도착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보수단체 회원들의 계란세례를 맞은 버스에서 내려 청사로 향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검찰이 한술 더 떴다 

 

문 대통령은 2009년 당시 촛불집회 등으로 코너에 몰린 이명박 정부가 노 전 대통령 수사로 국면 전환을 시도했다고 본다. 그러면 검찰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의중을 실행에 옮긴 ‘행동대장’에 불과했던 걸까. 

 

경향신문 취재 결과 검찰은 당시 청와대보다 ‘노무현 죽이기’에 더 혈안이 됐다. 법조계 핵심 관계자의 전언이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 ‘검찰이 봉하마을 사저로 찾아가는 방문 형식으로 조사하라’는 지침을 전달했다. 소환 조사는 하지 말라는 취지였다. 그러나 중수부가 이를 거부했다.” 물론 대검은 “모든 피의자는 검찰로 와서 조사를 받아야 하며 예외는 있을 수 없다”는 원칙을 내세웠다. 그러나 결과는 불행했다. 

 

불구속 수사 지침도 따르지 않았다는 증언도 있다. MB 정부 실세였던 정두언 전 의원의 말이다. “MB는 노 전 대통령 불구속 수사를 원했다. 뭐하러 손에 피를 묻히느냐는 생각이었다. 당시 이인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에게 차관급 인사 ㄱ씨를 보내 이 같은 뜻을 전달했다. 이 부장은 ‘알았다’고 답했다. 그런데 이 부장이 얼마 후 ‘수사팀을 설득할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고 했다. 당시 수사를 하던 우병우 중수1과장이 말을 듣지 않은 것이다.” 

 

문 대통령도 검찰이 노 전 대통령과 참여정부에 ‘사감’을 갖고 ‘복수극’을 벌였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문 대통령과 김인회 변호사 공저인 <검찰을 생각한다>를 보면 “검찰은 최초로 검찰개혁을 추진한 참여정부에 복수하려 했다”고 수차례 강조하는 대목이 나온다. “노 전 대통령은 검사들에게 특별대우를 바라지 말고 민주적 통제를 받을 것을 요구했다. 이것이 검찰로서는 불편했다. 여기에 참여정부와 검찰의 불편한 관계의 핵심이 있다. (…) 검찰 스스로가 노 전 대통령을 정치적으로 죽이려고 하지 않았다면 있을 수 없는 행태였다. 본질적으로 노 전 대통령 수사는 정치권력과 검찰의 복수극이었다.” 

 

2009년 4월10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씨가 조사받고 있는 가운데 이인규 대검 중수부장과 우병우 중수1과장이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김문석

2009년 4월10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씨가 조사받고 있는 가운데 이인규 대검 중수부장과 우병우 중수1과장이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김문석 

 

힘 받는 여론…“싫으면 나가라” 

 

과거 노무현 정부가 검찰을 놔줬지만 결국엔 ‘봉변’을 당한 경험을 거울 삼아, 문재인 정부가 검찰의 목줄을 틀어쥐고 조직과 체질을 바꿔놓겠다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기득권에 근거한 검사들의 항명에 아무런 불이익 조치를 하지 않는 것은 검찰을 두려워한다는 표시고 검찰개혁을 하지 않겠다는 표시로 읽힐 수도 있다. (…) 물에 빠진 개가 주인을 물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끝까지 패야 했던 것은 아닐까.”(<검찰을 생각한다>) 

 

실제 문 대통령은 집권 초반부터 검찰 인사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면서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 거듭 좌천을 당한 사법연수원 23기 윤석열 검사를 고검장급인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발탁한 게 대표적 사례다. 법무부 차관과 대검 차장이 그날 사표를 냈다. 법무부와 대검에 ‘돈봉투 만찬’에 연루된 검사들에 대한 감찰도 지시했다. 그야말로 전광석화 같은 움직임이다.

 

조 수석의 저서를 보면 이런 조치는 예견된 일이다. “검찰개혁이라는 과제는 정권 초기에 전광석화처럼 처리해야 합니다.” “(노 전 대통령의) ‘평검사와의 대화’는 평검사를 너무 키워준 겁니다. 평검사는 대통령과 대화할 대상이 아니라 인사 대상자일 뿐이에요.” “검찰 본연의 일에 매진할 수 있는 사람이 클 수 있는 조직이 돼야 합니다. 향후 진보·개혁 진영이 집권한다면 이런 검사를 키워줘야 합니다.” 

 

조 수석은 법무장관·검찰총장 임명과 법제도 개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향후 방향도 가늠해볼 만하다. “검찰개혁에선 무엇보다 법무부 장관이 중요합니다. 검사에 대한 인사권을 쥐고 있으니까요. (…) 만약 MB 정부의 이재오 같은 비중의 사람이 법무부 장관을 한다고 해보세요. 검사들이 꼼짝 못할 겁니다. 바로 이러한 ‘힘’을 사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검찰 조직을 확실히 장악하고 이끌어가면서도 검찰개혁에 동의하는 검찰총장이 필요할 겁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신임 수석· 비서관들과 11일 오후 청와대 본관을 나와 차담회를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문재인(오른쪽부터) 대통령, 권혁기 춘추관장, 조국 민정수석비서관.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과 신임 수석· 비서관들과 11일 오후 청와대 본관을 나와 차담회를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문재인(오른쪽부터) 대통령, 권혁기 춘추관장, 조국 민정수석비서관. 청와대사진기자단

 

시작도 안 했다…핵심은 법개정 

 

때마침 검찰이 잇단 ‘헛발질’로 스스로 국민적 신뢰를 잃고 있는 지금은 검찰개혁의 적기로 꼽힌다. 검찰은 국정농단 가담과 개인비리 의혹을 동시에 받는 우병우 전 민정수석을 ‘봐주기 수사’했다고 비난받고 있다. 더구나 박근혜 정부 때 하명수사를 진행해 대부분 실패한 것도 이미지 실추에 한몫한다. ‘정윤회 국정개입’, ‘성완종 리스트’ 등의 사태가 터지자 청와대 보호에 급급했을뿐더러, 포스코·KT&G·통영함 비리·롯데 등 기획수사마다 영장이 기각되거나 무죄판결이 잇따르는 등 체면을 구겼다. 여기에다 홍만표·진경준 전 검사장과 김형준 전 부장검사 등의 비리 및 구속도 터져나온 상태다. 검찰 내부에서도 “우리 스스로 발등을 찍었다”는 자조가 나온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재까지 문 대통령이 취한 조치는 인사권 등을 활용한 인물 배치 수준”이라며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분리 등 향후 제도 개편이 검찰개혁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간 검찰의 속성상 시간이 지나면 조직적인 반발에 나설 가능성이 있는 만큼 올해 안에 검찰개혁을 속전속결로 끝내야 한다”며 “여름까지 관련 법안을 마련해 9월 정기국회에서 처리하지 않으면 검찰개혁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검찰 쪽에서 자꾸 나오는데 사실과 다른 여론 호도”라며 “불필요한 개헌 논의로 지체할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헌법 12·16조는 체포·구속·압수·수색 등에 필요한 영장을 검사가 신청하도록 규정돼 있다. 그러나 박영수 특검도 검사가 아니지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즉 특검법처럼 공수처 수사담당자나 경찰의 영장담당자에게 검사와 동일한 권한을 부여한다는 법조항 한 줄만 넣으면 헌법 개정 없이 공수처 설치와 수사·기소권 분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에서 인사말을 한 후 단상에서 내려오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에서 인사말을 한 후 단상에서 내려오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검찰, 호락호락할까 

 

그러나 검찰은 만만한 조직이 아니다. 윤석열 검사를 중앙지검장에 파격 발탁했을 때 이완규 인천지검 부천지청장이 곧바로 검찰 내부망에 “이번 인사 제청은 누가 했느냐”는 문제를 제기했다. 청와대가 법무장관·검찰총장의 정식 추천이나 관련 논의 없이 곧바로 검찰 인사를 할 수 없다는 검찰청법 조항을 내세운 것이다. 이 지청장은 검찰 내부에서 손꼽히는 기획통이다. 조직적인 반발 조짐으로 해석됐다. 

 

청와대는 곧바로 이금로·봉욱 검사장을 법무부 차관과 대검 차장으로 승진 발령했다. 검찰이 수긍하는 ‘일반적 인사’를 단행하면서, 일단 한발 물러선 형국이다. 검찰은 이 인사 후 ‘관망 태세’로 다시 돌아섰지만, 언제든 청와대와 정면충돌할지 모른다. 

 

신임 윤석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장이 22일 서울 서초동 청사로 출근하며 직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신임 윤석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장이 22일 서울 서초동 청사로 출근하며 직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한 현직 검사는 “내가 봐도 당시 노 전 대통령 수사는 좀 심했다”고 말했다. “다 떠나서, (소환 조사 후) 그렇게 오랫동안 결론을 안 내리고 질질 끄는 게 어딨나. 통상적인 수사 관행에서도 벗어났다.” 그러나 그는 덧붙였다. “그렇다 해도 당시 중수부장(이인규)이 누구냐, 수사팀 책임자(우병우)가 누구냐만 따져서 매장시키고 검찰 후배들이 교훈을 얻게 하면 되지, 검찰 전체를 나쁜 정치세력처럼 매도하는 건 맞지 않다. 왜 전체를 매도하나.” 

 

일방적인 개혁 드라이브는 좌시하지 않겠다는 흐름도 있다. 문 대통령이나 조 수석이 검찰 내부를 속속들이 알지는 못하는 만큼 윤 지검장과 ㄴ차장검사, 검찰 출신 ㄷ변호사 등 일부 조력자에게만 의지하고 있다는 얘기가 검찰 내부에서 돌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개혁 필요성에 동의하지 않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일부 특정인들의 목소리에 의존할 게 아니라 공론의 장에서 검찰이 가야 할 올바른 방향을 도출해야 한다”고 항변했다. 

 

검찰개혁은 이제 국민적 요청이다. 이는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또한 누구보다 검찰의 폐해를 잘 아는, 개혁 의지가 강력한 대통령이 청와대에 입성했다.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는 “문 대통령이 이미 뭔가 그림을 다 그려놓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면서도 “현실은 복잡하게 흘러갈 것이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누구도 예단할 수 없다”고 했다. 문 대통령의 검찰개혁 드라이브에 법조계뿐 아니라 국민의 시선이 집중되는 이유다. 


원문보기: 경향신문, 이슈 기획-검찰 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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