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고향 구미에 부는 ‘변화의 바람’ 하나

수백, 수천억 원의 국민 혈세가 투입된 박정희를 기리는 기념물이 즐비한 곳

정운현 | 입력 : 2017/05/26 [23:46]

경북 구미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태어난 곳이다. 소위 보수, 특히 TK 출신들에게는 마치 성지(聖地)와도 같은 곳이다. 구미는 박정희 생가를 비롯해 박정희 기념공원, 박정희 등굣길 등 박 전 대통령을 기리는 기념물이 즐비한 곳으로 유명하다. 이를 위해 그간 수백, 수천억 원의 국민 혈세가 투입돼 여러 차례 논란이 되기도 했다. 구미는 역대 선거 때마다 보수진영 후보가 높은 지지율을 보인 곳이기도 하다.

그런 구미에서 작은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20일(토) 오후 4시에 오픈식을 가진 ‘삼일문고’에서 오픈기념으로 신영복 선생 서화전과 허형식 장군 전시회가 열렸다고 한다. 보기 나름으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박도 선생의 실록 소설 '허형식 장군'       생전의 신영복 선생이 강연하는 모습


성공회대 교수를 지낸 고 신영복 선생은 1968년 소위 ‘통일혁명당 사건’에 연루돼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20년간 감옥생활을 한 분이다. 선생은 이른바 ‘빨갱이’로 불리며 한동안 우리사회에서 ‘금기의 인물’로 통했는데, 생전에 '지식인의 사표'로 불렸다.

 

출옥 후 선생은 감옥에서 쓴 글들을 모아 출간한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비롯해 <더불어 숲> <담론-신영복의 마지막 강의> <손잡고 더불어>(유고) 등을 펴냈다. 특히 선생은 감옥에서 익힌 독자적인 글씨체로도 유명한데 흔히 ‘신영복 체’로 불리고 있다. 2014년 희귀 피부암 진단을 받은 선생은 2016년 1월 76세로 별세했다. 


‘만주 제일의 항일 파르티잔’으로 불리는 허형식(許亨植) 장군은 경북 구미 태생으로 의병장 왕산 허위 선생 가문 출신이다. 만주 동북항일연군 제3로군(路軍) 총참모장 겸 제3군 군장으로 활동하던 허 장군은 1942년 일본군과의 전투에서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일본군은 그의 목을 베어간 후 나머지 시신은 그대로 버리고 달아났는데 시신은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처참했다. 
밤중에 산짐승들이 몰려와 시신의 살점과 내장은 다 뜯어먹고 사라지자 이번에는 까마귀들이 몰려와 발기발기 발겨 먹었다고 전한다. 그때 그의 나이 33세였다. 허 장군은 가명 때문에 한동안 중국인으로 알려져 오다가 1993년에야 비로소 국내에 알려졌다. 소설가 박도 선생은 작년 말 허 장군의 생애를 실록소설로 출간한 바 있다. (<만주 제일의 항일 파르티잔 허형식 장군>, 눈빛 출간) 

 

 

박도 선생의 실록소설 <허형식 장군>

 

고 신영복 선생은 박정희 정권 시절 반체제 인사로 지목돼 오랜 수형생활을 한 분이다. 허형식 장군은 박정희와 동향 출신이나 어떠한 연유에선지 그동안 고향에서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이번에 이들 두 분을 구미에서 기리고 전시하는 것은 나름으로 의의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낙엽 하나 떨어졌다고 해서 가을이 왔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하나의 낙엽이 가을을 알리는 신호탄인 것은 분명한 일이다. 이번 전시회를 계기로 해서 구미 출신인 허형식 장군이 고향에서 크게 사랑받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신영복 선생의 글씨-1

 

신영복 선생의 글씨-2

 

필자-정운현 http://blog.ohmynews.com/jeongwh59/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제목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