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입니다” 그 남자, 혁명이다.

노무현이라는 인간 그 자체가 가슴 속에 와서 박힌다.

정민아 영화평론가, 성결대학교 교수 | 입력 : 2017/05/31 [11:52]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 비판적으로 지지했던 사람, 좋아하지 않는 사람, 증오하는 사람,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한다. 그러나 분명한 건, 노무현 그는 우리 현대사와 연결하여, 김구, 박정희, 김대중만큼이나 풍부한 이야깃거리를 가진 사람이며, 그리고 또 그만큼 매력적인 인간이다.

우리는 때로 착시현상을 일으킨다. 화제가 풍부한 인물이니만큼 그를 다루는 영화나 드라마도 많았던 것처럼 느껴진다. 노무현이 초임 변호사 시절 겪었던 특별한 사건을 소재로 하는 극영화 “변호인”, 그리고 부산에서 선거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이야기를 여수 국회의원 후보 백무현과 엮어서 회고하는 다큐멘터리 “무현, 두 도시 이야기”가 있다. 이야깃거리가 풍부한 것에 비해, 위의 두 작품 외에 그를 소재로 만들어진 영화나 드라마는 사실 거의 없다.

 

▲ "노무현입니다" 포스터 (사진 출처 = '영화사 풀' 블로그)

 

‘노무현’이라는 도발적인 단어를 제목에 넣어 정면에서 승부를 겨루는 다큐멘터리가 관객과 드디어 만난다. “노무현입니다”는 2002년 대선 당시 대한민국 정당 최초로 도입된 새천년민주당 국민참여경선에 2퍼센트의 지지율을 가지고도 출사표를 던진 집념의 사나이 노무현의 그때 그 사건을 엮는다.

 

탄핵과 대선을 거치고, 새로운 대통령의 새 정부가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지금 시점에서 ‘노무현’은 무슨 의미를 가지는가. 새 시대를 맞아 ‘노무현 정신’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할 시간이 된 것이 아닐까. 노무현은 그때 ‘동서화합’과 ‘통합’을 이야기했다. 3당 합당 이래로 특정 지역을 분리하고 냉대하던 정치판의 낡은 행태를 정면 돌파하기 위해, 영남에서 김대중의 당이라는 이미지가 덧씌워진 민주당의 깃발 아래 선거에서 네 번이나 낙선했다. 그리고 그는 ‘바보’라는 별명을 얻었다.

 

1988년 청문회에서 전두환의 헌법 파괴 죄목을 또박또박 설명하며 스타로 떠올랐던 초선의원 노무현은 고향인 부산에서 선거마다 번번이 낙선하는 만년 꼴찌 후보가 되어버렸다. 종로에서 열린 탄탄대로의 거물 정치인의 길을 버리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간 그에게 남겨진 것은 또 한 번의 낙선. 그리고 그는 ‘바보’라는 별명과 ‘동서화합’이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전국 16개 도시에서 치러진 대국민 이벤트 경선에서 쟁쟁한 후보들과 엎치락뒤치락하며 결국은 여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다.

 

2002년에는 두 가지 중요한 사건이 있었다. 월드컵과 노무현. 바보 노무현을 따르던 많은 지지자는 정치적으로 각성한 시민이 되었고, 자발적으로 조직화하여 난생처음 제도권 정치에 참여하였다. 그리고 기대조차 하지 못했던 광주에서 1위로 선택을 받은 그 날, 노무현 지지자들은 그날을 인생 최고의 전성기라고 회고한다. 참여하였고, 승리하였고, 지켜냈다. 그리고 우리가 모두 아는 그 이후의 일은 건너뛰어, 승리의 미소를 짓는 노무현 얼굴은 영정 사진 속 얼굴로 연결된다. 

이 다큐멘터리는 3개의 이야기 축을 서로 엮어나가며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2002년 국민경선, 2009년 5월 노제, 그를 회고하는 사람들의 현재 인터뷰. 희망으로 들뜬 2002년과 슬픔과 절망의 2009년, 그리고 성숙해진 2017년이 서로 교차하는 가운데, 노무현을 역사화하며 또한 현재화한다.

 

노무현 변호사를 정찰했던 이화춘 국가안전기획부 요원, 변호사 시절부터의 운전사 노수현 같은 주변 인물, 명계남 전 노사모 회장을 포함한 노사모 회원들, 문재인 현 대통령, 안희정 충남지사, 유시민 작가 등 캠프 동지들의 인터뷰 화면 뒤로 노무현의 스냅숏들이 배경으로 깔리며, 노무현 정신이 무엇인지를 시각적으로 전한다. 

긴박감 넘치는 음악은 경선 당시의 다이내믹함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며,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리듬감 넘치는 편집은 영화의 긴장감을 더욱 배가시킨다. 영화는 죽음을 담고 있기에 눈물이 나는 것이 당연하지만, 한 개인을 신파적으로 영웅시하지 않도록 이성적 자세와 거리를 유지한다. 영화 미학적으로 박수를 쳐주고 싶을 정도로 잘 만들어진 작품이다. 

무당 이해경을 담은 “사이에서”(2006), 비구니 스님을 따라가는 “길 위에서”(2012), 시한부 삶을 기록하는 “목숨”(2014)까지 인물 다큐멘터리를 꾸준하게 만들어온 다큐멘터리스트 이창재의 네 번째 장편 다큐멘터리다. 이번 작품은 그의 인물에 대한 시선의 깊이와 영화 예술적 역량의 폭이 더욱 깊고 넓어졌음을 보여준다. 

노무현이라는 소재만으로도 사람들에게 선정적으로 다가갈 수 있으므로 애초에 이 작품이 꺼려졌다. 그러나 매력적인 인물을 이토록 세련된 영화적 방식으로 그려내다니 놀랍고 기쁘다. 노무현이라는 인간 그 자체가 가슴 속에 와서 박힌다. 지역 차별주의 극복의 아이콘인 그가 이겼다. 그리고 우리도 이겼다.

 

 
 

정민아(영화평론가, 성결대학교 교수)
영화를 통해 인간과 사회를 깊이 이해하며 
여러 지구인들과 소통하고 싶어하는 영화 애호가입니다. 
Peace be with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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