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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가 후손이 쓰는 변명(5)

우리들의 VIP 

이원표 칼럼 | 기사입력 2017/07/22 [10:30]

독립운동가 후손이 쓰는 변명(5)

우리들의 VIP 

이원표 칼럼 | 입력 : 2017/07/22 [10:30]

 

이원표, 독립운동가 후손

중앙대 연극영화과 졸업

전 KBS 교양국 프로듀서

1981년 봄, 광주민주화운동(당시는 ‘광주사태’라 불렸다) 1주기 기념식이 캐나다 '알버타'주' 에드먼턴'시에서 교민들이 모여 참상을 알리는 사진전 중심으로 열렸다. 나와 우리 일행은 안타깝게도 기념식 직후에야 캐나다 땅을 밟을 수 있었다.

 

지금에야 그날의 참상을 언제든 찾아 볼 수 있겠지만 당시는 우리나라에서 볼 수 없던 참상의 자료들을 볼 기회였는데 그만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그런 이유로 그때의 상황을 기억한다. 그곳에서 교육공학 연수가 시작됐다.

 

도착한 날부터 이틀에 한 번씩 테스트를 거치는 强訓의 시련(?)을 겪던 어느 날 우리 팀 열 명이 ‘알버타’ 대학에서 박사과정 중이신 선배님의 초청으로 점심초대를 받았다. 학교로 다시 돌아가는 차창 밖으로 보이는 한 건물 앞에 많은 사람들이 줄지어 있고 늘어선 줄 끝머리에 서있는 중년의 남자를 보고 선배는 창을 열어 밖으로 손을 흔들며 몹시도 반가워하기에 우리보다 더 친하냐고 농을 건넸다. 선배의 소개가 이어졌다. 그는 '에드먼턴' 시의 시장이며 오늘 새로 나온 차량 번호판을 바꾸려 예전 번호판을 들고 줄서서 기다리는 중이라 했다. 그는 앞뒤에 서있는 시민들과 담소하며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다 차를 타고 지나는 아는 이와 잠시 눈인사를 나눈 것이다.

 

1979년도였던가? 내가 몸담고 있던 '한국교육개발원'에 새로 문교부(현 교육부) 장관인 김옥길 장관의 방문이 있었다.

 

점심시간이 되자 식당 한쪽에 장관 일행과 장관을 맞은 원장을 비롯한 높은 분들의 자리를 마련하느라 이동 칸막이를 동원하며 부산을 떨었는데, 점심시간 식당으로 들어선 장관은 직원들이 줄지어선 곳 맨 뒤로 가 줄에 섰다.

 

놀라 영접하던 사람들은 어쩔 줄 몰라 당황하며 땀을 흘렸지만, 김옥길 장관은 식판에 수저를 차려들고 차례가 되자 밥과 국 그리고 반찬을 담아 빈자리에 앉아 식사를 시작했다. 원장을 비롯한 높은 분들이 우왕좌왕하며 그 줄 뒤로 비집고 들어서는 것을 보셨는지 모르지만....

 

갓 졸업하고 직장에 입문한지 몇 개월 밖에 지나지 않은 사회 초년생인 내겐 그분의 모습이 지금도 잊지 못할 신선한 충격이 되었다.

 

1984년 가을 초입, 청주행 1일 취재가 있었다.

 

청주 가로수길

 

캐노피(차양, 햇빛 가리개)를 이룬 듯 수려한 가로수 길을 지나노라 한껏 기분이 고조되었다. 시내 초입에 다다른 사거리에서 갑자기 교통통제로 길이 막혔다. 한참을 기다리다 무슨 일인가 궁금하여 통제 중인 경찰에 물었다. '무슨 일이예요?'

'경찰서장님이 지나가십니다.'

 

이런 빌어먹을, 요란한 사이렌과 함께 경광등을 번쩍이며 경찰서장께서 막 지나가시고 계셨다. 그렇게 막...?...?..

 

1983년 겨울, 프랑스, 귀국준비로 몇 날을 파리에서 묵었다. 노트르담 성당이 다리 건너 멀리 보이는 길을 오랜 기간 파리에 살고 있는 지인의 안내를 받아 함께 걷고 있는데 사이렌이 요란히 울리며 앞뒤 양옆으로 경찰 오토바이 호위를 받는 행렬을 보았다.

 

프랑스 대통령이라도 지나가나 싶어 궁금해 있었더니 함께 걷던 지인의 말이 유명한 오페라 가수가 지나 간 것이라 했다. 프랑스에서는 대통령이 지나가도 혹은 총리가 지나가도 교통신호를 지키며 다니는 것이 일상이라 했다.

역시 예술의 나라여서?

 

지금 2017년, 국정농단과 촛불시위, 타블릿 피시와 탄핵, 대통령 선거와 새 정부, 그리고 우리의 미래. 참으로 대단한 한해였고 아직 오 개월이 남겨져있다.

 

해외 뉴스에 우리의 대통령이 손수 웃옷을 벗는 장면이 회자된 것이 얼마 전 일이었다.

어쩌면 너무도 당연시 할 모습이지만, 그리고 아주 작은 일이었지만, 우리가 접하지 못했던 동화에나 나옴직한 작은 이야기가 모습되어 나타난 순간, 우리는 또 다른 작은 미래를 꿈꾸어 봄직 하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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