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와 국민의 당, 그리고 그들의 동상이몽

권종상 | 입력 : 2017/08/04 [22:08]

기계적 중립이란 단어가 가진 어감은 참 혐오스럽습니다. 만약 언론사가 기계적 중립만을 지킨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기울어진 운동장의 프레임은 절대로 바뀌지 않을 겁니다. 우리가 보통 '중용의 도'라고 말하는 것이 기계적 중립을 지키겠다고 말하는 건 아닐 겁니다. 

물론 '중도주의'같은 말이 있습니다. 좌도 우도 아닌 노선을 간다는 것, 그러나 이것은 변화없이 한 길만 가는 것이 아니라 실리를 위한 끊임없는 변화를 염두에 두고 하는 말이라고 봐야 합니다. 중도를 제대로 간다는 것은 그 안에서 있는 수많은 천변만화의 요소를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정치인으로서 가운데에만 있겠다는 것, 그것은 기회주의 말고는 따로 설명할 수 있는 게 없지 않을까요? 저는 누군가가 "극좌도 아니고, 극우도 아닌 나는 '극중'"이라고 이야기했다는 보도를 접했을 때 조금 당혹스러웠습니다. 설마, 소양이 저 정도까진 아니잖아. 물론 저는 안철수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긴 합니다만, 그가 민주당에서 쓰레기들을 싹 쓸어 나가 창당한 부분에 대해선 박수를 쳐 드리고 싶은 쪽입니다. 

상상만 해도 끔찍합니다. 지금도  민주당에 박지원 김한길 이언주 주승용 이런 사람들이 남아 있었으면 대선 과정에서 어떤 일이 있었을까 하고. 저런 이들에게 탈당의 명분과 넓은 철새도래지를 마련해 주신 그 은혜만 봐도, 안철수는 저 당의 대표 자격이 분명히 있습니다. 

그의 한가지 단점은, 아니, 수많은 단점중의 하나는 호흡이 너무 짧다는 겁니다. 국민에게 고개를 숙이고 대선 개입 책임을 자기가 지겠다고 말한 것이 보름 정도 전? 보통 정치인들은 이런 일이 있을 때 책임을 진다 하면 짧으면 1년, 길게는 몇 년동안 자중하는 것이 상식입니다. 그러나 '자기가 만든 당'이 김한길 같은 장례절차 전문가의 손에 넘어가 자칫 염 치고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계산이 그의 마음을 바쁘게 만든 거겠지요. 

국민의 당 소속 의원들 중 한 타스가 안철수 당대표 출마를 반대한다는 성명을 냈더군요. 저는 오히려 그 면에 주목하고 싶습니다. 안철수의 대표 출마를 핑계로 해서 그 당을 떠서 철새처럼 민주당으로 날아올 채비를 하는 건 아닌가 싶어서. 받아들일 이유 없습니다. 국당 탈당 의원들이 생긴다면 반드시 무소속으로 남아 있으시길 바랍니다. 하긴 원내 교섭단체 자격 없어지고 나면 북풍한설 칠테니 철새의 비상은 더욱 절박하시겠군요. 

시애틀에서... 권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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