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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 대남 방송에서...문재인 대통령은?

주민들 “전쟁이야 나겠소....시끄러운 게 빨리 지나가기만을”

서울의소리 | 기사입력 2017/08/20 [22:23]

DMZ 대남 방송에서...문재인 대통령은?

주민들 “전쟁이야 나겠소....시끄러운 게 빨리 지나가기만을”

서울의소리 | 입력 : 2017/08/20 [22:23]

"살인마 전두환 파쇼와 미제의 압박에...."

"대통령 문재인이라는 자의..."

 

철원에서 들어보는 대남 방송 내용입니다. 34년 전인 1983년 5월 철원 6사단 GOP에서 들었던 대남방송의 내용은 '살인마 전두환 군부파쇼...'로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34년이 흐른 2017년 8월 20일 이른 새벽 철원군 김화읍 최북단 마을인 생창리 센터 숙소에서 들을 수 있었던 대남방송 내용은 '대통령 문재인 이라는 자의..'라는 말로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34년 전이나 지금이나 대남방송은 여전했지만 현직 대통령에 대한 표현에서 큰 차이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34년 전 북한은 당시 대통령 살인마 전두환에 대해서 극렬한 적개심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현재의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서는 비난을 하고 있었지만 적개심은 묻어나지 않고 있었습니다.

 

▲철책선 너머로 북한 땅이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보였습니다.    © 추광규

 

34년 만에 찾아간 철원 DMZ 분단의 현장

 

북한이 핵개발과 미 본토를 직접적으로 겨냥하는  ICBM 개발을 계속하면서 강대강 대치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더구나 내일(21일) 부터는 을지연습이 시작되면서 긴장의 파고는 높기만 합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과 대치하는 최접적 지역인 철원군 김화읍 최북단 마을인 생창리서 1박 2일을 보내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DMZ문화원에서 19일 부터 20일 까지 1박2일 일정으로 주최한 'DMZ 생태평화공원 생태탐방로 걷기여행'에 참여했기 때문입니다.

 

걷기여행의 첫째 날인 19일에는 철원군 ‘생창리 DMZ생태평화공원 탐방로’를 찾았습니다. 이곳은 지난 2015년  10월 개장되었습니다. 코스는 십자탑 13.1㎞·용양보 9㎞ 2개 코스입니다.

 

이날 오전 10시경 시작한 십자탑 코스 탐방에는 3시간 정도 소요되면서 오후 1시쯤 대기하고 있던 버스에 오르면서 마무리 될 수 있었습니다.

 

십자탑 코스는 북측 오성산과 DMZ의 광활한 벌판, 남북한의 철책과 진지를 직접 볼 수 있었지만 끝없이 이어지는 오르막과 급경사는 저질 체력인 제 발걸음을 한 없이 더디게 했습니다.

 

▲ 미확인 지뢰지대 표식에 매달린 것은 땅벌 집입니다.     ©추광규 기자

 

계속해서 힘들어 하면서도 코스 양쪽의 이어지고 있는 지뢰지역 표시는 바로 이곳이 분단의 현장이라는 것을 잘 보여 주면서 걷는 내내 긴장감을 끝까지 놓지 못하게 했습니다.

 

여기에 32명으로 구성된 저희 팀에는 부대 정훈장교인 A중위가 코스 전체를 동행 하는 가운데 북의 GP상황 등을 설명하면서 현장감과 긴장감을 높였습니다.

 

A중위의 임무는 여기서 그치는 게 아니라 방문객들이 군사시설 등에 대한 무단 촬영을 막는데도 있는 듯 했습니다. 그의 사진촬영 제지 목소리는 코스 탐방 내내 계속해서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예민한 접적지역 이기에 그 정도 통제는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 되지만 김포 지역을 경계하는 해병대원들과 비교했을 때 3사단의 이날 행위는 과잉 보안이 아닌가 했습니다.

 

오후에는 2시간 남짓 소요된 9km 의 용양보 코스를 밟았습니다.

 

▲ 용암보 호수형 습지 입니다. 인간이 간섭하지 않는 자연은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 추광규 기자

 

“전쟁이야 나겠소....시끄러운 게 빨리 지나가기만을”

 

민간인 통제지역인 용양보 코스 첫 번째에서 만난 용양보 호수형 습지는 살아있는 자연 그대로의 환경을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암정교는 철원에서 화천을 잇던 콘크리트 다리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60여년이 넘는 세월에 제 살을 모두 내주고 지금은 앙상한 뼈대만 남은 채 역사를 새기고 있었습니다.

 

용암보 통문은 이번 탐방길 에서 북과 가장 가까이 다가가는 지점이었습니다. 통문 주차장에서 바라보이는 우리 GOP가 손에 잡힐 듯합니다. 그 앞쪽으로는 GP초소도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용암보 통문을 거쳐 이어진 곳은 용양보 철교 이었습니다. 이곳에서는 70년대 우리 군인들이 사용했다는 낡은 나무다리가 이제는 그 형체만 남아 민물 가마우지의 쉼터로 활용되면서 멋진 장면을 연출하고 있었습니다.

 

▲나무다리는 허물어진채 가마우지의 쉼터로 활용되고 있었습니다.      © 추광규

 

▲ 앞쪽에 보이는 세개의 교각이 바로 일제시대 금강산 가는 철길을 떠받쳤던 교각입니다. 남과 북이 대치하는 상황이 길어지다 보니 철길을 떠받치는 임무는 벗고 북에서 내려오는 물길을 1차적으로 가두는 보의 지지기둥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 추광규

 

금강산 가는 철길을 떠받쳤던 교각은 이제는 북에서 내려오는 물을 1차로 가두는 용양보의 기둥으로 활용되고 있었습니다.

 

이어 발걸음을 옮긴 곳은 화강 둑길이었습니다. 김화읍의 상수원이라는 화강은 북에서 내려오는 맑디맑은 수질을 자랑하고 있었습니다. 화강의 둑방길은 여름이 우리 곁을 지나갔다는 걸 너무나 정확히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가을을 준비하는 둑방길 옆 밤 나뭇가지에는 주렁주렁 매달린 밤송이가 풍요로운 가을을 약속하며 영글어 가고 있었습니다. 용양리 분지의 벼는 벌써 영글어 알알마다 노란 빛을 띠면서 고개를 숙이고 있었습니다.

 

화강에서는 돌다리와 수중보를 지나면서 두 번이나 신발을 벗고 건너야만 했습니다. 특히 돌다리에서는 북측 지역에서 자라는 산삼 뿌리를 적셨을 법한 물에 발을 담그니 천상의 즐거움이 따로 없습니다.

 

젖은 발을 말린 후 둑방을 걷다보니 숫자가 적힌 빨간색 간판의 정체가 궁금해 물어보니 '비행기 접근금지 표식'이라는 답변이 돌아옵니다. 오전에 비해 오후의 코스는 한 없이 평화롭고 여유롭게 즐기면서 걷다보니 '생창리 DMZ생태평화공원 탐방로'는 6시간 여만에 마칠 수 있었습니다.

 

▲ 돌다리에서 맨발로 물에 담글 수 있었습니다.      © 추광규

 

이번 행사를 주관한 DMZ관광(주) 장승재 대표는 “이틀간 진행된 ‘DMZ생태공원 생태탐방로 걷기여행’이 한국여행업협회 주관 2017/2018 우수여행상품으로 선정돼 시범투어를 통해 각계 전문가들의 상품의 활성화를 위한 고견을 듣는 자리가 된 것에 기쁘게 생각한다”면서 “다가오는 26일부터 27일 일정으로 2차 시범투어에도 많은 관심과 고견을 부탁드린다"고 말했습니다.

 

▲ 탐방로 코스 바로 옆 다래도 익어가고 있었습니다.     © 추광규 기자

 

한편 이날 DMZ에서 마주하는 군 병사들의 표정에서는 전쟁이 임박한 듯한 기미는 전혀 느낄 수 없었습니다. 특히 다음날인 20일 오후 주말을 맞은 펜션에는 외박을 나와 면회 온 가족과 고기를 굽고 있는 병사들의 얼굴에는 환한 웃음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습니다.

 

하룻밤을 묵은 김화읍 최북단 마을인 생창리에서 마주한 마을 할머니에게서도 전쟁을 앞둔 긴박감은 찾아보려야 볼 수 없었습니다. 생창리 주민들의 분위기를 묻는 질문에 할머니의 표정은 담담합니다. 지난 67년간 늘 반복된 일이라는 듯 느긋했기 때문입니다.

 

"전쟁이야 나겠소...마을 사람들이야. 시끄러운 게 빨리 지나가기만을 바라는 거요..."

 

1박 2일 일정의 ‘DMZ 생태평화공원 걷기여행’은 제 기억의 골짜기에 깊게 새겨질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도 기회가 생긴다면 아이들과 함께 남과 북이 대치하는 이곳 철원 김화읍 생창리 탐방코스를 찾아 우리 민족의 현재와 미래를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갖는 것은 어떨까 합니다. 전쟁의 무서움을 모르고 가난의 무서움도 모르는 우리 아이들에게 특히 이 같은 경험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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