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모녀의 생명을 앗아간 ‘망국병’(亡國病)든 교육, 과연 무엇이 문제인가?

교육의 기본요소인 보편성·기회평등·공개념을 실천하는 ‘교육혁명’을 이룩해야 한다

권혁시 칼럼 | 입력 : 2017/09/01 [21:15]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국민 지지율이 80퍼센트에 근접하는, 그야말로 고공비행을 계속하고 있다. 그러나 유독 나라의 앞날이 달린 더없이 중대한 교육 분야는 고작 35퍼센트에 불과하여 우려하고 긴장하지 않을 수 없을 만큼 지지율이 심히 저조하다(한국갤럽, ‘정부출범 100일 평가’). 


“이른바 금수저가 몇 백만 원짜리 컨설팅을 받아 ‘좋은 학생부’를 만드는 게 공공연한 현실이다. 입시의 큰 틀을 바꾸지 않고 단순히 수능평가 방식에만 초점을 맞추어 개편하는 것은 노무현 정부의 정책실패를 답습할 위험이 있다”(교육평론가 이범, 8월 21일 민주당 ‘더좋은미래’ 토론회 발언) ‘수능 개편안을 다시 만들자’(8월 23일, ‘전국 진로·진학담당 교사’ 선언문) “발표 시점을 연말로 미루고 고교 교육정책과 학생부종합전형 보완책부터 마련하자”(8월 23일,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제안)

 

교육부가 국가 백년대계인 교육의 개혁·정상화 방책으로 내세운 ‘수능 절대평가’ 시안이 거센 반발에 부딪히면서 이를 둘러싼 찬반양론이 엇갈리고 있다. 그러나 단언하거니와, 상대평가든 절대평가든 아니면 이를 혼합, 절충한 평가든 서로 장단점이 상충하여 어떤 방식도 완전할 수는 없다(극단적으로 말하면, 차라리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현행의 대학입시 제도를 폐지하여 대학교육의 주체인 각 대학의 자율에 전적으로 맡기는 편이 더 나을 듯싶기도 하다).

 

못내 아쉽고 답답한 것은 ‘민주시민혁명’의 제 1의 목표인 적폐청산의 일환으로써 교육개혁, 그 혁명과업을 결행하여야 할 신정부가 교육에 있어 극히 지엽적이고 단편적인 사안에 매달리고 있는 것이다. 과연 수능평가 방식의 변경이 그토록 중요한 교육과제인가? 이를 완전히 벗어난 듯 말하지만, 전반적인 입시제도(큰 틀)의 변경 주장도 이와 거의 다를 바 없다. 이를 두고 부질없이 갑론을박, 티격태격하는 와중에 교육의 병폐를 여지없이 드러내는 불상사가 일어났다.


단둘이 월세 50만 원의 아파트에 세들어 힘겹게 살아가던 어느 모녀가 저수지에 빠진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된 것이다. 지난 8월 25일이 납부마감인 2학기 대학 등록금을 마련할 수 없어 시름 끝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데, 이 비극적인 소식에 가슴 아파하지 않을 국민은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바로 그런 연유로 하여 참담하고 비분강개한 심정에서 밤늦게 이 글을 쓰고 있다). 더구나 남의 일 같지 않게 여겨졌을 수많은 서민들로서는 비탄을 금치 못할 노릇이다. 이렇게 단지 학비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교육을 받지 못하는 처지에 낙담하여 비관하거나, 심지어 인생의 낙오자가 생기게 해서는 결코 안 된다.

 

지난 8월 25일이 납부마감인 2학기 대학 등록금을 마련할 수 없어 시름 끝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모녀가 탄 베르나 승용차가 전남 장성군 삼계면의 한 저수지에 빠져 있다. 

 

무상교육 확대와 선행학습(예습과외·학원예습) 근절,
교육의 기회평등과 공교육의 정상화 실현

 

그럴진대 결코 입시제도, 수능평가 방식이 교육의 근본문제가 아닌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첫 예산편성인 2018년도 정부예산안이 금년 대비 7.1퍼센트 증액되었다. 그 가운데서도 교육예산을 11.7퍼센트나 대폭 늘린 것은 교육정책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과, 그 실천의지가 역력해 보이므로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대단히 아쉽게도 ‘무상교육’을 위한 예산편성이 미진하여 교육의 문제점을 제대로 정확하게 포착했는지 의구심을 갖게 한다. 


왜냐하면, 민주교육의 필수과제이며 제반현안의 핵심은, 주지하다시피 교육의 보편적 가치(universal value)와 공개념(public justice)을 실현하는 기회평등(equality of opportunity)이 무엇보다도 우선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저소득층 중심의 무상교육을 모든 현안의 선순위삼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다. 고등학교, 국공립 대학과, 저소득층세대 자녀에 대한 대학교 무상교육을 실시하므로써 ‘교육의 기회평등’을 이룩해야 한다. 그리하여 교육비 부담문제로 본의 아니게 학업을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 역시 복지국가의 중요한 책무다.

 

우리나라의 교육을 생각하면 안타깝고 답답하기 그지없다. ‘교육은 적은 비용으로 나라를 지키는 방법’(에드먼드 버크)이라는데, 어린 학생들은 쉴 틈도 없이 헛공부에 치여 고생고생하고 학부모들은 과중한 사교육비 대느라 허리가 휠 지경이다. 그렇게 모든 걸 다 바쳐 겨우 대학까지 졸업해도 취직이 하늘에 별 따기여서 이래저래 어렵고 힘들고 맥이 빠져 N포가 답이라지 않는가.


그러므로 돈벌이에 혈안이 되어 지나칠 정도로 과도하며 심하게 왜곡된 ‘사교육’을 일신하여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사교육은 과중한 교육비부담 ㅡ 이 고비용이 딩크족(DINK, Double Income No Kids), 즉 결혼을 해도 자식을 갖지 않겠다는 젊은이들이 급증하는 가장 큰 이유다 ㅡ 그로 인하여 교육의 ‘기회평등’을 저해, 불평등을 조장하는 것이 더 큰 문제일 뿐만 아니라, 공교육을 무력화시키면서 ‘공개념’을 아예 망각, 무시하게 하는 것이다. 


공개념의 상실은 또한 사교육의 팽창을 방조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하므로 사교육의 횡행을 반드시 제어, 억지해야 한다. 따라서 교육의 기본요소인 ‘보편성·기회평등·공개념’ 실현의 관점에서 국민교육은 사설학원이 아닌 공적 교육기관(정규학교)이 주도해야 한다. 그것이 지극히 당연한데도 고등학교 이하는 사교육이 발호, 극성하여 공교육이 앞서 말한 ‘무력화’의 정도를 넘어 붕괴되었다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자정이 넘도록 밤늦게까지 열심히 잘 가르치는 기업형의 대형학원들이 날로 번창한다(온종일 공부에 시달리다 밤늦은 시간에 학원수업을 마친 자녀를 기다리는 승용차들이 장사진을 치고, 인근의 카페나 커피숍이 문전성시를 이루는 세상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비정상적인 광경이 거의 매일 밤 되풀이 되니 문제가 보통 심각한 게 아니다). 이처럼 유명학원들이 집중해 있는 지역(학군)의 학교들이 명문학교로 자리매김한 현상은 아주 오래 전의 일이어서 이를 새삼 거론하여 문제삼거나 생각할 바가 전혀 못 된다.


그저 어떻게해서든 자식을 명문고에 보내기 위해 월세라도 이사하기를 불사한다 ㅡ 취학연령의 자녀를 둔 ‘30대 후반’의 경우엔 학교·학군(17.0%)이라는 응답이 가격(2.0%)의 8.5배에 이른다. ‘학교·학군’이 좋으면 아파트 값을 약 10% 더 줄 수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8월 30일, 동아일보; 부형권, ‘부동산시장의 ‘맹자 엄마’들’). 그렇게 많은 돈과 온갖 공력을 다 쏟는데도 (늘 하는 말이지만) 한국 제 1의 대학 서울대가 세계 우수대학 순위 100위 안에도 못들고, 세계적인 석학을 단 한 명도 배출치 못하고 있다. 중병이 든 맹목적 교육, 교육의 파행 탓인데 과연 누구의 책임이고, 무엇이 문제인가?

 

전인교육을 통한 인재양성
창의교육·인성교육으로 의식혁명, 실력배양

 


사교육 광풍이 그토록 거센 이유와 실상이 이러하므로 정부는 사교육이 공교육의 보조·보충의 기능을 넘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통제하여야 한다. 그 중에서도 사교육 평정의 핵심적 요인은 과중한 교육비부담과 아울러 그 자체가 교육기회 평등의 원칙을 위반하는, 우리나라 교육을 망친 주범인 전 세계적으로 유일무이한 ‘선행학습’이다. 그런데도 어느 누구도 이 중요한 현안에 대하여 문제 제기조차 하지 않는다. 그리고 결심만 하면 비용을 거의 들이지 않고도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을 테지만, 선행학습 근절책을 강력하게 실행치 않으니 적이 의아스럽다.

 

게다가 얼마전에 제정한 ‘선행교육규제법’은 유명무실하고, 걸핏하면 위헌소지를 제기한다. 하지만 학교수업을 무용지물로 만들어 공교육의 부실을 초래한 선행학습, 이른바 ‘예습과외, 학원예습’은 무슨 일이 있어도 기필코 금지, 근절시켜야 한다. 그것이 바로 교육개혁, 혁명의 시발점이기에 그런 것이다(‘교육 기회평등’의 관점에서 선행교육 금지의 보편적 당위성과 명백한 합헌성, 아울러 근절책에 관해서는 다음에 ‘교육개혁’ 전반에 관해 거론할 기회가 되면 구체적으로 밝히고자 한다).

 

더하여 우리나라 교육파행의 주된 원인은 반드시 타파해야 할 망국적 ‘학벌패권주의’다. 이를 쫓는 대학입시 위주의 성적제일주의는 교육적 가치, 그 목적과는 전혀 무관하고 상반된 맹목적 학습으로 퇴행,역행하는 한참 빗나간 교육 행태를 유발하였다. 이로써 사교육이 발호하여 공교육을 무력화시키고, 그로 인한 과중한 사교육비가 서민들의 삶을 짓누르는 것이다. 하여 망국병, 광학병(狂學病)이 깊어 시름에 빠진 ‘인간성상실’ 교육이란 자조 섞인 말이 전혀 그르지 않고, 더구나 교육이 두렵기까지 할 정도에 이른 것이다. 


그러므로 먼저 대학입학의 관문을 대폭 넓혀야한다. 모든 대학교는 졸업정원제를 원용하여 ‘졸업학력(學力, 능력)제’를 실시하는 방안을 적극 강구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를 한층 더 발전시키고자 한다면, 전면 무상교육을 비롯하여 모든 면에서 모범적인 교육제도를 갖춘 독일을 벤치마킹하는 게 좋겠다. 독일처럼 ‘자각’(自覺)하는 엄격한 교육을 실시하므로써 지적능력과 자격을 엄밀하고 객관적으로 검증하는 ‘국가시험’에 의한 대학졸업제를 적극 고려했으면 한다. 


결코 쉽지는 않겠지만 이런 제안을 하는 이유는 특히, 학벌패권주의를 완전히 타파하고 척결할 수 있는 최상의 시스템인 까닭이다. 그리하면 대학입시의 과열경쟁을 완화하고, 사교육이 평정되며, 대학의 학력상향 평준화를 이루는 일석삼조(一石三鳥)의 시너지효과를 거두게 될 것이다. 그렇게 하여 시간에 쫓기지 않고 학교수업과 자기(주도)학습만으로 여유 있게 충분히 공부할 수 있는, 말그대로 ‘교육정상화’를 반드시 실현해야 한다.

 

요컨대, ‘민주시민혁명’의 제 1의 목적은 정치, 경제를 위시한 교육, 국방, 치안, 언론, 법조, 문화 등등, 국가·사회 전 분야에 만연한 부정부패, 무원칙과 부조리의 척결이다. 이를 반드시 실현하여 ‘정의사회·복지국가’를 이루기 위해서는 지도자·위정자들은 물론 온 국민의 정신이 바르고 곧아야 하며(정직 正直), 지적능력(지혜 智慧)을 충분히 갖추어야한다. 


그 비결은 ‘교육혁명’ 뿐이다. 이는 앞서 거론한 바와 같이 무상교육 확대, 선행교육 근절을 통하여 교육기회의 평등을 실현하고, 대학의 정원확대 및 졸업학력(學力)제 등을 채택, 실시하여 학벌·학력(學閥 學歷)주의를 척결하는 것이다. 나아가서 인성교육·창의교육 중심의 ‘전인교육’으로써 의식혁명, 실력배양을 실현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행복하게 잘사는 국민, 살기 좋은 나라를 이룩하기 위하여 온 국민과 국가에 부여된 중차대한 시대적 사명임을 명정하게 인식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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