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 도발에 대한 손자병법, “잘 살펴서 잘 알아야 한다”

북한의 ‘체제유지’ 의도를 정확히 확인하고 이를 인정, 수용하여 ‘평화공존’을 유인해야 한다

권혁시 칼럼 | 입력 : 2017/09/12 [00:55]

제 2차 포에니전쟁이 발발한 이듬해인 BC 218년, 그때에 카르타고의 한니발이 그러했듯이 2천년이 넘는 세월이 흐른 어느 겨울, 프랑스의 보나파르트 나폴레옹은 눈 덮인 알프스산맥을 넘는다. 그리고 군대를 이끌고 앞장서서 내달리며 포탄이 쏟아지는 포강의 다리를 건너 롬바르디아평야를 지쳐나가 이탈리아를 굴복시켰다. 이후 20년 간 연전연승을 거두며 유럽을 제패했던 전쟁의 달인, 불패의 영웅 나폴레옹이 러시아 원정 실패로 유배를 당하고, 재기를 위해서 엘바 섬을 탈출하여 최후의 워털루 전투를 벌였으나 패배한다. 


폭설과 강추위 속에서 알프스를 넘은 것은 악천후의 역이용이었으나 러시아, 워털루에서의 연이은 패퇴는 혹한을 무시하고 집중호우를 예견치 못한 탓이었다. 운명이던가, 남달리 ‘손자병법’(孫子兵法)을 충실히 잘 따랐던 그가 왜 그랬는지? 자못 의문스럽다. “장수가 나의 계책을 듣고 따르면 반드시 승리하므로 나는 머무르게 된다. 장수가 나의 계책을 듣고도 따르지 않으면 필패할 것이니 나는 떠날 수밖에 없다” (將聽吾計 장청오계 用之必勝留之 용지필승유지 將不聽吾計 장불청오계 用之必敗去之 용지필패거지. 손무, ‘손자병법’)

 


이는 손자가 칠계(七計)를 설명하기에 앞서 한 말인데, 손자병법의 거의 첫머리에 내세워 전술전략의 핵심인 ‘오사(五事)·칠계’를 가르친다. “고로 다음 다섯 가지 일(오사)을 기준삼아 일곱 가지 계책(칠계)으로 비교하여 그 상황을 가려내야 한다”(故經之以五事 고경지이오사 校之以七計 교지이칠계 而索其情 이색기정) “첫째는 도이고 둘째는 하늘이고 셋째는 땅이고 넷째는 장수이며 다섯째는 법이다”(一曰道 일왈도 二曰天 이왈천 三曰地 삼왈지 四曰將 사왈장 五曰法 오왈법) 


여기서 ‘도’(道)란 올바른 도리이자 전쟁에 임하는 대의명분이고, ‘천’(天)·‘지’(地)는 자연법칙(순천명 順天命)과 천지조화(순리 順理)를 뜻하며 현상적으로는 기상·기후, 지형·지물을 가리키는 것이다. ‘장’(將)이란 군대의 총사령관, 나아가서 국가의 최고지도자를 이르고 그 지략과 지혜를 뜻하며, ‘법’은 이치와 원리원칙, 법규와 질서를 뜻하는 것이다. 칠계, 곧 일곱 가지 계책은 다섯 가지 일, 즉 오사를 기준 삼기에 이와 다를 바 없거니와 칠계로써 적과 비교하여 스스로를 가늠할 수도 있고, 반드시 승리를 거두는 것이다.

 

지난 3일, 북한이 강행한 6차 핵실험으로 북핵 위기가 극한에 치달은 양상이다. 우리나라는 말할 나위 없고 전 세계의 매스컴은 북한의 핵·미사일 관련기사로 가득하다. 국제사회가 관심 표명을 넘어 크게 놀라워하면서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을 듯하다. 


왜냐하면 종래의 원자탄이 아닌 수소폭탄인데다가 EMP(Electronic Magnetic Pulse, ‘핵전자파’) 탄을 복합하였다(EMP는 인명피해 없이 전기·전자기기를 손상시키고 고장 나게 하여 작동불능으로 만든다). 더구나 실험으로 인한 지진규 모 5.7(한국 발표)은 5차 실험의 10kt에 대입하여 계산하면 무려 120kt, 6.3의 지진규모(미국, 중국 발표)로는 폭발력이 960kt이나 되는, 적어도 히로시마 원폭의 3배인 가공할 위력을 가진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북한과의 평화적 협상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동협서예(東頰西睨)하듯 견강부회하며, 북한과 대화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한국정부를 거의 노골적으로 비난하였다. “내가 한국에 말한 바와 같이 한국이 북한에 대한 유화적인 발언이 무효하다는 것을 알아가고 있다”, “한국은 오직 하나만 안다” 그렇게 ‘동맹국을 매도하는 실언’(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비평)을 할 정도로 내심 우려하고 긴장한 것일 터이다(7일, 일본의 아베 총리와 통화 중에는 아주 못마땅하다는 듯 “거지같은 한국”이라는 소리까지 했다). 


국내의 대다수 수구언론들은 어떤가. ‘핵 폭주’, ‘죽음의 행진’, ‘벼랑 끝 전술’, ‘김정은 정권 교체’ 등등, 몹시 격앙된 화두 일색으로 북한의 핵 도발을 맹비난하며, 대북제재를 한목소리로 외친다. “중국은 이제 과거와는 다른 단호한 태도로 대북 원유공급 중단 카드를 꺼내야 한다“(9월 5일자 중앙일보 사설 ‘중국, 이제는 대북 원유 공급 중단해야’) 특히,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 제 3국 경제활동 제재)을 위시하여 북한에 대한 보다 강경한 경제 제재, 압박을 촉구하고 있다(기실 ‘세컨더리 보이콧’은 북한에게는 최대의 교역국인 중국에 대한 고강도의 압박 전략인 것이다).


그런 가운데 북한의 핵·미사일에 대응하여 남한의 군비증강, 즉 미국의 전략자산과 전술 핵무기 배치(공유), 심지어 자체 핵개발 가능성까지 거론한다. 그리고 급기야는 강력한 응징론을 주장한다. “악(惡)의 세력은 강력한 힘으로 응징해야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9월 6일자 문화일보; 홍관희, ‘공세적·실질적 北核(북핵) 대응 전략 많다’) 그러면서 놀랍게도 공격적 대응으로 전환,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에게 구체적이고 선제적인 대응책을 요구하기도 하였다.

 
그렇다면 선제공격, 전쟁도 불사하자는 것인가? 안타깝고 놀랍기 그지없는 것은 이뿐 아니다. 작금의 사태에 이르기까지 레드라인(red line; ‘한계선’, 대북정책에 있어 ‘포용정책이 실패하면 봉쇄전략으로 변경하는 기준선’ ), 그것은 한국의 기준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금껏 대북정책에 관한 한, 미국의 동의 없이 우리나라가 독자적, 주체적으로 결정하고 실행한 적이 거의 없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수많은 인명피해를 당할 우리나라의 의견을 무시하고 미국이 임의로 북한을 선제공격을 해도 무방하다는 말과 다름없지 않은가.


북한(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보란 듯 자행하는 미증유의 가증할 핵 도발, 위협 행위에 대해 당연히 규탄, 경고하며 유효적절한 대응책을 시급히 강구해야 마땅하다. 그리고 분개한 나머지 일순간 격앙치 않을 수 없겠으나, 분노·흥분을 삭이지 못하여 이성을 잃어서는 안 된다. 게다가 고조되는 비난여론과 불안심리에 편승하며 위기의 사태를 기화로 온전치 못한 (사이비) 이념에 얼빠진 매카시즘의 수구적 반북논리가 기승을 부려 국론분열을 일으킬 수도 있으므로 극히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북한 문제의 해결책은 ‘발상의 전환’과 손자병법의 ‘오사·칠계’, 
그리고 한국의 주도적 역할을 위한 의지와 노력 필요

 

“인간의 운명이 시작되고부터 항상 전쟁이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괴테적인 정신에 철저하지 않은 한 전쟁은 영원히 계속되리라”(헤르만 헤세) 이렇게 끊임없이 일어나는 전쟁은 나라의 중대사다. 국가의 존망과 국민의 생사가 달린 것을 삼척동자라도 모를 리 없다. 손무(孫武, 손자의 이름)는 그래서 이를 ‘손자병법’의 시작에서부터 힘주어 강조하면서 ‘잘 살펴서 알아야 할 것’이라고 주의를 주며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다. 


멀리서 찾을 것도 없이 우리나라에서는 70년 전에 내전이 일어나 수많은 존귀한 생명을 앗아갔고 나라 전체를 폐허로 만들었다. 헤세의 말대로 그 전쟁은 아직도 끝나지 않은 현재진행형이다. 불안한 휴전 상태인데, 새삼 이런 말을 하는 건 불안감을 조장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손자의 경고를 상기하자는 뜻이다. “전쟁은 나라의 대단히 큰일이다. 죽고 살 처지이며 존망의 길이 되니 잘 살펴서 알지 않으면 아니 된다” (兵者國之大事 병자국지대사 死生之地 사생지지 存亡之道 존망지도 不可不察也 불가불찰야. 손자병법)


손자병법은 동아시아에서는 물론, 유럽의 나폴레옹, 빌헬름2세 등과 미국의 더글라스 맥아더까지도 이를 따랐던 인류역사상 최고의 영원한 병법서다. 그러므로 이 병법대로 북한이 냉정하게 의도하여 정확히 계산된 ‘자업자득’을 기도하는 저의와 목적을 ‘잘 살펴서 알아야 할 것’이다(아울러 미국을 위시하여 중국, 러시아와 일본의 대북전략에 대해서도 역시 그리하여야 한다).

 

1994년 6월, 북핵 문제를 결말내고자 북한공격을 적극적으로, 그러나 신중하게 저울질하던 미국의 빌 클린턴 대통령은 마지막 순간에 북한에 대한 폭격을 백지화하기로 결심했다. 이처럼 미국의 대북공격은 언제든지 실행 가능하다. 북한은 오로지 그것을, 리비아(카다피), 이라크(후세인), 우크라이나 등과 같은 체제 붕괴를 막아야만 하는 것이다. 괌에서 날아오르면 2시간 만에 북한 상공을 비행하는 ‘죽음의 백조’(전략폭격기 B-1B), 전혀 소리를 내지 않고 급습해오는 드론. 북한은 다만 그게 무섭고 두려울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2005년, 북한은 ‘9·19공동성명’을 통해 국제사회 보다 먼저 핵 포기 선언을 한 바 있다. 2015년 1월 9일, 북한은 “한미연합 군사훈련을 잠정적으로 중지한다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중단하고 IAEA(International Atomic Energy Agency, 국제원자력기구)의 사찰도 받겠다”는 제안을 했었다. 그러나 미국은 북한의 이 제의를 9시간 만에 거부하였다. 그리고 작년 7월 6일 밤(8일, 한국정부 사드배치 결정발표 직전), 체제유지와 미국과의 수교를 원하여 북한이 비핵화 실행을 전제로 5가지 조건을 제시하였다. 


①남한에 전술 핵이 없어야 할 것, ②북한이 이를 사찰할 수 있어야 하고, ③미국이 먼저 핵무기 공격을 하지 않을 것을 선언하며, ④한반도에 전략무기를 전진 배치하지 말 것, ⑤남한에 주둔한 주한미군의 전술 핵무기는 철수해야 한다. 이에 대하여 미국은 어떠한 대가를 감수하고라도 북한의 무조건적 비핵화를 고수하며, 다시금 북한의 제안을 일축하였던 것이다. 그러면서 북한의 핵물질 생산·고도화·수출 방지(3No)를 목적으로 하는 소극적이고 비효율적인 상황관리에 치중하는 실정이다.

 

한반도와 한겨레의 ‘미래와 명운’ 이 달린 남북관계 
제재와 압박 일변도 지양, 화해교린과 평화공존의 지향

 

 

대한글씨검정교육회

권혁시 이사장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미국의 전략적 유연성 결여의 강경기조가 화근이 된 북한의 역공세가 극한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현 상황에서 판단컨대, 국제적인 인정 여부와 무관하게 북한은 사실상의 핵보유국이나 다름없다. 그리하여 세계 최강의 미국을 핵무기, 공격으로 강하게 위협하는 지극히 위험한 지경에 이른 것이다. 그런 북한이 이제는 생화학전 포기, 핵동결, 비핵화 등 평화안보 상황 관련의 어떤 전제도 없는 일방적인 ‘무조건’ 대화를 견지, 고수한다. 


그래서 더욱 경각심을 갖고 예의주시하며 간과치 말아야 할 현상이 있다. 북한이 그 광폭한 만행의 자업자득으로 국제사회로부터 쏟아지는 비난 세례, 무참하게 경제보복을 당하고 있다. 이처럼 사면초가의 궁지를 자초하면서도 “북한은 미치지 않았고, 놀라울 정도로 이성적이다”(뉴욕타임스 논평) 양육강식, 적자생존의 국제사회에서 언제 당할지 모른다는 강한 불안감에서 심히 호전적인 카드를 극히 이성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세계 최대강국을 상대하는 가장 탁월하고 효율적인 선택과 집중 전략이며, 무자비한 잔혹성을 비수로 삼은 고도의 냉정하고 주도면밀한 전술전략일 수 있다. 그런데, 우리가 오히려 이성을 잃거나 예의 오도된 이념에 치우친 나머지 국가재정을 축내고 세계평화에 반하는 ‘군비증강’, 더구나 공멸할 게 불 보듯 뻔한 ‘전쟁불사’, 그 같은 강경 일변도의 단순논리에 함몰된 어리석은 짓, 결단코 그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저질러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토록 한 치의 양보도 불허하는 현재의 대결국면의 근본원인이 미국의 융통성 없는 원리주의에 경도일 수도 있다. 고장난명, 곤수유투(困獸猶鬪, ‘곤경에 빠진 짐승은 죽을힘을 다하여 싸운다’ 좌전), 바로 이 같은 형국인 것이다. 그러고 보면, 미국이 말로는 세계평화를 운운하지만 (누구이든 어느 정도 짐작하듯) 저의는 다른 데 있다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그럴진대 미국과 북한, 그리고 남한 모두는 자가당착하여 소탐대실치 않도록 발상의 대전환, 역발상 전략을 적극적으로 추진, 실행하여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대북문제에 관하여는 예의 나폴레옹 최후의 패퇴를 거울삼아 손자가 강조한 바, “잘 살펴서 알지 않으면 아니 된다”(不可不察也 불가불찰야. 손자병법) 아울러 ‘오사·칠계’의 지략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그 ‘칠계’ 가운데서도 특히, “형세를 유리하게 만들어 이로써 그 밖의 것에 도움이 되게 한다. 형세의 유리함을 바탕으로 권변(權變, 임기응변·융통성)을 만드는 것이다”(乃爲之勢 내위지세 以佐其外 이좌기외 勢者因利而制權也 세자인리이제권야) 또한 “해로움 속에 이로움이 섞여 있음을 알면 환난을 해결할 수 있다”(雜於害 잡어해 而患可解也 이환가해야. 손자병법) 


아무튼 작금의 북핵 위기는 한마디로 전략부재의 결과이거니와, 이제라도 북한의 핵 보유, 도발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여 적절하게 대응해야만 한다. 그런데, 북한의 의도에 관하여 아무리 생각해도 다른 특별한 목적과 이유가 없을 듯 싶다. 단지 종전까지 오랜동안 지속적으로 이어졌던 성명, 회견 발표 등의 수많은 의사표명, 언명에 비추어 보건대, 분명코 ‘생존전략’, 즉 현 정권의 체제유지임이 명약관화한 것이다. 


그러므로 이를 전적으로 수용하면서 (거듭 말한 바와 같이) 1971년 12월 21일, ‘동서독일 기본조약’을 전범삼아 ①상호 공존의 인정, ②상주 대표단의 교환, ③권리의 평등, ④독립 및 영토보존의 존중, ⑤내외정 불간섭, ⑥자결권 등을 협약하여 실천했으면 한다. 그리하여 장기적, 미래지향적인 화해교류를 통하여 변화, 발전을 추진해 나가는 인내와 노력이 절실하다는 생각이다. 특히, 한국 정부와 국민은 북한과 미국의 관계개선, 곧 평화협상의 중재에 최선을 다함으로써 북핵문제 해결, 나아가서 남북한의 화해교린과 동북아의 평화유지에 주도적 역할을 다하기 바란다.

 

각설하고, 누가 뭐래도 남북관계는 한반도의 미래가 달려 있고 한겨레의 명운이 걸린 중대사이며, 남북 ‘평화통일’은 누구도 부인치 못할 우리 한민족의 변함없는 염원이다. 그렇게 ‘진리는 간단하다’ 따라서 종교계(가톨릭, 천주교) 일부의 견해이긴 하지만 그 진정한 메시지에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세상 모든 국가가 제재와 압박에 찬성하더라도 교회의 임무는 제재와 압박보다는 대화와 평화라는 게 프란치스코 교황과 교황청의 일관된 메시지다”(9월 7일자 한국일보, 김희중 대주교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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