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보는 눈, 현상과 본질은 다르다

학교는 왜 지식만 가르치고 세상을 볼 수 있는 지혜를 가르치지 않는가?

서울의소리 | 입력 : 2017/09/27 [00:29]

내가 보고 듣고 배워 알고 있는 것은 모두 사실일까? 눈으로 보이는 것은 부분일뿐, 전체는 아니다. 현상은 시신경으로 인지 되는 부분이요, 본질은 시각으로 인지할 수 없는 부분이다. 사람들은 시각으로 인지되는 현상을 객관적인 진실이라고 믿는다. 인간의 시력은 너무 크거나 너무 작은 것을 인지하지 못한다. 보이는 것은 시각으로 인지, 지각되지만 사람들은 본질을 덮어두고 현상은 객관적인 진실이라고 믿는 경향이 있다.

 

<루벤스의 "노인과 여인">


젊은 여인이 부끄럼도 없이 젖가슴을 드러내고 있고 거의 벗다싶이 한 노인이 젊은 여인의 젖을 빨고 있다. 푸에르토리코 국립미술관 입구에 걸려 있는 그림이다.얼핏보면 딸 같은 여자와 놀아나는 노인의 부적절한 애정행각을 그린 포르노(현상)가 아닌가 하고 생각이 든다. 그런데 사실(본질)은 커다란 젖가슴을 고스란히 드러내 놓고 있는 저 여인은 노인의 딸이다. 푸에르토리코의 자유와 독립을 위해 싸운 이 노인을 독재정권이 체포해 감옥에 넣고 '음식물 투입 금지'라는  가장 잔인한 형벌을 내렸다. 아버지가 곧 돌아가실 것 같다는 연락을 받은 딸은 해산한지 얼마 되지 않은 무거운 몸으로 감옥으로 찾아가 아버지를 위해 가슴을 풀고 불은 젖을 아버지의 입에 물리고 있는 모습이다.  

 

위기철씨가 쓴 ‘논리야 놀자’라는 책에도 이런 현상과 본질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한다. 이 책에는 현상과 본질을 설명하기 위해 도둑이 경찰을 잡아 가는 그림이 나온다. 눈으로 보이는 현상은 도둑이 경찰을 잡아 가는 것 같지만 본질은 경찰복을 입은 도둑을 사복경찰이 잡아 가는 그림이다. 아이들의 철학적 사고력을 길러주기 위한 예화지만 현실에서도 이와 유사한 일들이 수없이 벌어지고 있다.

 

흑인은 비위생적이고 더럽다? 외모가 잘 생긴 사람은 도덕적이다? 일류대학을 나온 사람은 준법정신이 강하다? 학력이 높은 사람은 윤리적이고 예의 바르다? 공부를 잘 하는 학생은 인성도 좋다? 인상이 좋은 사람은 매너도 좋다? 유명회사가 만든 제품은 안심하고 먹어도 된다.... 참일까 참일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다. 사람들은 이렇게 사람들은 조금씩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 현상과 본질을 구별하지 못하는 성향도 그렇다.

 

모든 광고는 사실일까? 자본주의에서 자본의 본질을 모르고 사는 사람들은 광고에 속아 낭패를 당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약을 먹으면 무조건 병이 낫는다거나 병원에 가면 무슨 병이라도 다 고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 약 속에 독이 들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마트나 홈플러스같은 매장에서 팔고 있는 아이들의 과자류는 안심하고 먹어도 좋은가? 아이들의 건강을 지켜줄까? 방사능이나 GMO식품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건강을 유지할 수 없다. 자본주의 사회, 상업주의가 지배하는 세상에는 본질을 알지 못하고 선택하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농업사회는 생산과정이 단순하고 자연의 순리에 따른 삶을 살기 때문에 현상과 본질을 몰라도 피해를 당하는 경우가 별로 없었다. 그러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지식산업사회나 금융자본주의, 신자유주의 사회에서는 눈으로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 눈으로 보고도 알 수 없는 제품, 겉과 속이 다른 상품들이 유통되고 있다. 자본은 소비자들의 이런 약점을 이용해 폭리를 취하거나 불량품을 만들기도 한다. 자본의 논리는 이익이 선이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소비자들의 건강을 먼저 생각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사람을 볼 줄 아는 안목이 없는 사람은 배우자를 잘못만나 평생후회하거나 친구를 잘못만나 불행한 일을 당하기도 한다. 그 정도가 아니다. 자신이 선택을 잘못한 결과는 자기 한사람의 피해로 끝나지만 투표권을 잘못 행사하는 경우 남에게 엄청난 고통을 안겨 주기기도 한다. 유권자들은 후보자가 말을 청산유수처럼 잘하거나 학벌이나 경력을 보고 지도자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현상과 본질을 구별 못하는 사람들.. 지난 세월 우리는 가해자를 지지하는 사람들로 인권을 유린당하거나 복지의 사각지대에 매몰려 고통을 당하고 살아야 했다. 

 

쿠데타로 국민의 권력을 도둑질한 박정희를 지지했던 사람들, 광주시민을 학살하고 뻔뻔스럽게도 민주정의당이라는 정당을 만든 살인자 전두환 일당을 지지한 사람들... 4대강 사업을 위해 22조를 투입해 녹조강산으로 만든 이명박을 지지한 사람들... 이런 사람을 지도자로 선택해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주권자들의 인권을 짓밟았다. 살인자 전두환을 '전사모'라는 단체를 만들고 4자방 사업으로 189조를 날린 이명박은 전직대통령으로 국가원로로 존경받으며 살고 있다. 

 

재벌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는 정치인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노동자들이다. 부자들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는데 왜 가난한 사람들이 지지하고 열광할까? 역사의 고비마다 우리는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주권자들의 인권을 유린한 독재자들을 지지하고 짝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다. 피해자가 가해자를 지지하고 짝사랑하는 이유는 현상을 보고 본질을 보지 못하는 철학의 빈곤 때문이다. 독재자들이 민주의식과 판단능력을 찬핵하기 위해 써 먹던 우민화교육의 결과다.

 

학교는 왜 지식만 가르치고 세상을 볼 수 있는 지혜를 가르치지 않는가? 

 

출처: 김용택의 참교육이야기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제목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