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을 막고자하는 행동들이 전쟁을 재촉할 수 있다

[정욱식 칼럼] 북미대화는 '요행'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 입력 : 2017/09/27 [23:21]

"긴장이 조금 완화되면서 한숨 돌려야 가능합니다.

지금처럼 잔뜩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는 섣불리 다른 해법을 모색하기도 어렵죠.

지금은 북한에 대해서 국제사회가 한목소리로 압박하는 것 외에는 지금은 달리 다른 방법 없을 것 같습니다.

이 고비가 넘어서고 북한이 도발을 중단한다면 그때는 좀 더 여러 가지 근본적인 해법이 모색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미국 뉴욕에 위치한 유엔본부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뉴욕 일정을 마치고 귀국행 비행기에서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한 기자가 북핵 문제의 '창의적 해법'을 묻자 내놓은 답변이다. 긴장 완화와 북한의 도발 중단이 있어야 지금까지와는 다른 미래를 기약할 수 있다는 취지이다. 아마도 머지않아 북미 간의 대화가 시작될 수도 있다는 일각의 기대감을 문 대통령도 공유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한다. 

하지만 이러한 요행에 한반도의 운명을 맡겨두기에는 상황이 너무나도 엄중하다. 우선 북미 관계에는 시간과 조건의 '불일치'가 도사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을 상대로 말 폭탄과 무력시위, 그리고 경제 제재를 총동원하고 있다. 

아마도 그의 뇌리 한편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회 위원장을 자신이 원하는 협상의 조건에 순응시키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연목구어(緣木求魚)와 같은 일이다.

김정은 역시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트럼프와의 정면 대결도 불사하겠다는 언행을 보이고 있다. 그의 머릿속에도 "국가 핵무력 건설"을 조속히 완성해 트럼프와의 담판을 시도해보겠다는 속셈이 똬리를 틀고 있을 것이다. 핵탄두 장착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다종화·다양화된 핵 억제력을 보유함으로써 '공포의 균형'을 이룬 상태에서 말이다.

"북한의 도발", 즉 핵실험이나 탄도미사일 발사가 잠잠해지는 시점은 북한이 "핵무력 건설을 완성한" 이후부터가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 트럼프가 김정은의 담판 시도에 호응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  

더구나 북한의 핵탄두 장착 ICBM 보유는 문재인 대통령이 말한 '레드 라인'에 해당된다는 점에서 문재인 정부가 북미 대화를 중재하거나 미국에 대북 대화를 요구하는 것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군사적 긴장 완화와 북한의 도발 중단을 희망하면서 사실상 '기다리기 전략'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위와 같이 충분히 예견되는 상황은 이러한 기다리기 전략이 문제 해결과는 더더욱 거리가 멀어질 것임을 예고해준다. 

더구나 문재인 정부의 긴장 완화 노력도 부족한 상태이다. 문 대통령은 유엔 총회 연설에서 "긴장을 격화시키거나 우발적 충돌로 평화가 파괴되는 일이 없게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하지만 한미정상회담에서 미국의 전략 자산 순환 배치를 확대키로 했다. 심지어 문재인 정부는 미국이 B-1B 전략폭격기를 동원해 동해 상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초강경 무력시위를 벌일 계획을 '한미 공조'라는 이름 하에 동의해주고 말았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줄곧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하고 트럼프의 대북정책을 지지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이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를 상대로 그나마 영향력을 행사하려면 미국과의 마찰을 없애야 한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촉즉발의 위기를 불러올 수 있는 무력시위에 동조한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

갈등은 통합의 전제이다. 갈등이 두려워 미국에 계속 끌려 다니다보면 어느 순간 한국의 손발이 묶여버릴 수 있다. 이걸 깨닫는 순간은 이미 늦는다. 또한 전쟁을 막고자 취하는 행동들이 전쟁을 재촉할 수 있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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