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진, 불의를 고발한 정의는 처벌, 비리엔 면죄부

'군 내부 비리 제보자' 색출 지시한 부도덕한 똥별 김관진..'이제야 죄값 받나?'

서울의소리 | 입력 : 2017/10/07 [22:28]

불의를 고발한 의인은 수년째 좌절감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지만 불의를 저지른 자들은 오히려 떳떳하게 살고 있다. 황 중령 사건의 총책임자인 똥별 김관진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연이어 국방부 장관을 지낸 뒤 올해 5월까지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지내는 등 계속 ‘잘나갔다.

 

똥별 김관진


김관진은 이명박 정부 시절 사이버사령부와 기무사령부를 동원한 대선개입 댓글조작 사건 정점에도 서있다. 원세훈과 달리 2013년 1차 수사 때 이미 한 차례 처벌을 피해간 그도 이제 임박한 검찰 수사를 받을 수밖에 없게 됐다.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황 모 중령(육사 45기)은 잘나가는 헌병 장교였다. 1989년 소위로 임관한 후 위관급 장교 시절 초등군사반, 고등군사반을 전 병과 통틀어 수석으로 마쳤다. 장교들이 소령 때 등록하는 육군대학은 전체 차석으로 졸업했다. 자타가 공인하는 헌병 병과의 선두주자였다.

황 중령은 청와대를 경호하는 33헌병대 제대장, 육군참모총장경호대장, 국방부 조사본부 범죄정보1과장, 3군사령부 헌병대 수사과장 등 요직을 거쳤으며 51사단 헌병대장을 지냈다. 그가 결혼할 때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김관진이 주례까지 서주었다.   

 

그렇게 잘 나가던 황 중령은 지난달 진급 심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2011년부터 일곱번째다. 계급 정년으로 인해 내년 전역을 앞둔 그는 이제 30년 가까이 몸과 마음을 바친 군에서 머물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런 황 중령에게 시련이 닥친 건 역설적이게도 그의 ‘군인다움’ 때문이었다. 2008년 말 당시 박 모 소령은 수도방위사령부 헌병단장으로 재직했던 이 모 전 준장(육사 38기)의 부당한 지시를 거스르지 못하고 범죄에 가담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다 평소 친하던 황 중령에게 고민을 털어놨다.

 
이 전 준장이 자신을 비롯한 3명의 장교에게 예산 관련 문서를 허위로 작성하게 해 현금을 확보했고 이를 이 전 준장에게 건넸다는 내용이었다. 
이 전 준장은 “무조건 현금으로 확보하라는 지시를 내렸고, 병사 부식용 빵 구입비, 사무기기 유지비, 주방용품비, 방탄 헬멧 도색비 등에서 빼돌릴 돈의 액수와 수법까지 알려줬다"는 것이다.

 

‘군대 내 경찰’ 헌병의 ‘넘버 투’를 지내고 예편한 똥별 이 전 준장, 그자가 수도방위사령부 헌병단장 재직 시절 저지른 일은 ‘비리 백화점’이라고 할 만하다. 병사 부식용 빵 구입비마저 횡령했으니 ‘파렴치’라는 말의 산 증인 격이다.       

 

황 중령도 처음엔 그냥 넘어가려고 했다. 하지만 2010년 군 인사철을 앞두고 이 전 준장이 헌병 병과에서 2인자 자리인 육군 중앙수사단장(헌병 병과장)으로 갈 거라는 소문이 돌자 도저히 안 되겠다고 판단했다. 그는 그해 11월 익명으로 당시 중수단장이던 승 모 전 소장(육사 37기)에게 A4용지 5장 분량의 제보편지를 써 보냈다.

 

아닌 걸 아니라고 말한 것도 죄였을까. 황 중령이 제보편지에서 “청렴결백함의 표상이신, 믿을 수 있는, 존경하는 병과장님”이라 칭했던 승 전 소장은 비위를 저지른 이 전 준장에 대한 수사가 아니라 투서자 색출을 지시했다.

 

고민 끝에 작성한 제보편지는 ‘음해성 투서’가 됐고, 영관급 장교들에게 “군 기강 문란 및 이적 행위를 한 제보자를 추적해 잡겠다”는 서신을 보냈다. 결국 이 전 준장은 준장 진급과 동시에 육군 중수단장에 올랐고, 승 전 소장은 헌병 병과 1인자인 국방부 조사본부장에 올랐다.

 

그래도 황 중령은 군 조직과 군 선배들에 대한 기대를 접지 않았다. 2011년 1월 김관진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두번째 제보편지를 보낸 것이다. 하지만 김관진은 어이없게도 제보를 이미 한 차례 묵살한 승 전 소장(당시 국방부 조사본부장)에게 투서자 색출과 처벌, 투서 내용 조사를 지시했다.

 

조사본부는 끝내 황 중령이 제보자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황 중령은 이때부터 ‘선배를 배신한 놈’이란 비난과 전역 압박에 시달렸다. 하지만 군은 이 전 준장에 대해서는 징계도 하지 않고 전역 신청을 받는 것으로 사건을 끝맺으려 했다.

 

그 해 4월 언론에 이 전 준장의 비리가 잇따라 보도되자 김관진은 뒤늦게 재조사를 지시했다. 군 검찰은 황 중령이 제기한 의혹 대부분이 사실임을 확인했다며 전역한 이 전 준장은 민간 검찰에 이첩하고, 이 전 준장의 범죄 혐의를 인지하고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승 전 소장도 징계 의뢰했다고 밝혔다.

 

2011년 6월 국방부 검찰단의 수사결과에 따르면 이 전 준장은 부하들에게 증식비(빵), 사무기기 유지비, 주방용품비, 방탄 헬멧 도색비 등을 빼돌리라고 지시했다. 구체적인 금액과 수법도 일러줬다. 2007~2008년 횡령한 것으로 확인된 금액이 4700여만 원에 달한다. 실제 횡령액은 더 많을 수도 있다. 군 검찰은 “영수증, 부책 등의 관련 자료 폐기, 수사 과정에서 관련자들의 비협조적 태도 등으로 인한 어려움이 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잠깐 시끄러울 때뿐이었다. 군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 이 전 준장 사건은 민간 검찰에서 증거불충분으로 내사 종결됐다. 민간 검찰과 군 검찰로 이원화된 탓에 군이 민간 검찰에 제대로 협조할 리 없었다. 승 전 소장도 2012년 말 아무런 징계 없이 무사히 임기를 마치고 전역했다.

 

비리를 저지르고 묵살한 상급자들과 달리 황 중령은 ‘군 기강을 문란하게 한 죄’로 징계를 받았다. 지휘 계통에 따라 정상적으로 제보하지 않았고(군인복무규율 위반), 개인 노트북으로 투서를 작성했고(보안규정 위반), 다른 이의 이름으로 투서를 보냈다(품위유지 위반)는 이유로 감봉 3개월 처분이 내려졌다. 황 중령의 항고로 견책으로 낮춰지긴 했지만 무언가 잘못된 게 분명해 보였다.

 

황 중령은 징계권자인 육군참모총장을 상대로 징계처분취소소송을 냈고 2012년 10월 1심에서 패소했지만 2013년 5월 항소심과 2013년 9월 상고심에서 승소하며 징계 취소가 확정됐다. 하지만 재판에서 이긴 황 중령은 이미 유일한 목표였던 군인으로서의 삶을 모두 잃은 뒤였다.

 

군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군 내부에서는 황 중령 사건에 대해 내부 비리를 고발한 데 의미를 두기보다 ‘내부 기강을 무너뜨리고 조직을 흔든 사례’로 보는 시각이 여전히 많다”며 “이 같은 문화가 계속된다면 (상급자의 부당한 지시임에도 거부하지 못한) 군 정치개입과 같은 사건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권이 바뀌고 군이 적폐청산을 외치고 있지만 아직 갈길이 멀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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