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베가스 총격 사건, 진범은 따로 있는 걸까?

권종상 | 입력 : 2017/10/08 [04:03]

 

"헤이, 조. 너 총에 대해서 좀 알아?" 동료 우체부 윕이 브레이크(휴식)시간에 제게 물어왔습니다. "잘은 모르지만, 그래도 어느정도는." 미국 친구들이 제게 이런 말을 해 온 것은 아마 제가 정치적으로 나름 액티브하다는 것을 그들이 알기 때문일 겁니다.

 

제 동료들 중 몇몇은 라스베가스 총격 사건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있는 듯 했습니다. 그 점에선 저도 마찬가지고. 라스베가스 총격 사건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범행 동기에 대해 밝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사건 영상을 보면서 보도 초기부터 이런 의문을 가졌었습니다. 저런 총소리가 개인 화기에서 나올 것 같진 않은데?

실제 사격은 연발로 끊이지 않고 꽤 오랫동안 지속됐습니다. 일반 강습총으로 이정도까지 연발 사격을 하려면 도대체 얼마나 큰 탄창이 있어야 하는거지? 하는 생각도 들었고 이건 탄띠로 공급되는 탄환이 있지 않으면 있을 수 없는 거란 생각도 들었었습니다. 급탄이 계속된다 해도 일반 자동소총이라면 저렇게 연사를 하면 잼이 걸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사건이 종료되고 나서 꽤 오랫동안 총기에 대한 정보는 나오지 않았었습니다. 그러다가 AR-15 이나 AK-47류의 어설트 라이플이란 뉴스가 흘러나왔습니다만, 그 짧은 시간 안에 수백명이 저렇게 한꺼번에 죽거나 다치는 게 그런 총으로 가능했다? 글쎄요. 

그런데 범인이 숨진 채 발견됐다는 뉴스를 들었습니다. 더 웃긴 건, 그의 방에서 열 정이 넘는 자동소총류 무기가 발견됐다는 거였습니다. 라스베가스에 그런 무기를 갖고 투숙한다고? 어림없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자꾸 들었습니다. 이 동네는 아직도 공권력보다 마피아 조직들이 알아서 하는 '사적 치안'이 더 강한 곳일 텐데. 조금이라도 평판이 나빠지면 안 되는 곳이라 각 호텔에서도 '알아서' 물관리를 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게다가 스티븐 패독은 전날 동생에게 4만달러의 잭팟을 터뜨렸다는 문자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라스베가스에서 도박을 해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그정도 잭팟이 터지면 그 손님은 바로 '관리를 해 주는 손님'으로 업그레이드 됩니다. 이 사람이 그곳에 더 머물게 해서 돈을 더 쓰게 만드는 것이 경영 전략인것이지요. 

스티븐 패독은, 사실 자살한 것이 아니라 자살 '당한' 것은 아니었을까요? 저는 자꾸 이런 '억측'이 들더군요. 이런 의견을 말하자 윕과 또다른 동료 크리스, 그리고 다른 몇몇이 고개를 끄덕거렸습니다. 우체국엔 군 출신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이들도 이런 의문을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기엔 제 의견도 있지만, 제 동료들의 의견이 섞여 있습니다. 오늘 아침에 함께 이런 이야기를 나눈 동료들의 의견을 취합해 나름으로 '시나리오'를 적어 봤습니다. 물론 이 말은 어디까지나 우리의 추측이고, '억측'일 수 있다는 점을 우선 전제합니다. 

1. 스티븐 패독은 진범이 아니다. 그는 사건이 일어나자마자, 혹은 사건이 일어나기 전 이미 살해당했다. : 오늘 아침에 이야기를 나눈 동료들은 모두 이 점에 공감했습니다. 사건의 규모로 볼 때 절대로 단독 범행일 수 없다는 것이지요. 만 예순 네 살의 노인이 소총의 탄창을 바꿔가며 1분이 넘는 시간 연사를 한다? 여기에 대해서도 동료들은 동의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무엇보다 잃을 것이 많은 사람이었고, 도박을 꾸준히 즐기는 사람이었으며, 그 전날엔 동생에게 4만불을 땄다며 즐거운 문자를 보냈었습니다. 

2. 범행에 사용된 '진짜' 화기는 누군가의 '묵인'하에 반입됐다 : 라스베가스라는 도시는 전술했듯 경찰에 의한 치안보다는 '조직'에 의해 지켜진다는 말이 있습니다. 각 갱단들(지금은 대부분 합법적 사업을 하고 있지만) 이 자기들의 이권을 지키기 위해서도 철저한 치안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열 정이 훨씬 넘는 소총이 반입됐다는 것도 말이 안 되거니와, 라스베가스의 보안은 카지노 사기 등을 막기 위해 엄청나게 이뤄지고 있다는 게 이들의 의견입니다. 그래서, 누군가의 '묵인' 없이는 반입이 불가능합니다. 그렇다면 그 방 안에 있던 화기는 오히려 사건의 진실을 가리기 위한 '소품'이었을 뿐이라는 겁니다. 

3. 적어도 세 정 이상의 총기가 사용됐다 : 이것은 이른바 '건 포렌식'이 이뤄지면 어느정도 이야기가 나올 수 있겠습니다만, 사건 현장을 찍은 비디오에 의하면 격발시 보이는 화염이 세 군데 정도에서 나타난다는 한 동료의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누가 왜 이런 짓을 저질렀을까? 여기에 대해서는 이런 이야기들이 나왔습니다. 

1. 트럼프와 그 추종자들 : 지금 현재 러시아 게이트 문제로 탄핵 위기에까지 몰리고 있고, 트럼프로서는 국면을 전환할 카드가 필요했을 겁니다. 그래서 엄청난 국내 문제를 만들어 놓음으로서 시선을 그쪽으로 끌어 버리며 자기가 위기를 타개하는 지도자의 모습을 보임으로서 현재의 위기를 벗어난다. 저는 동료 크리스가 내 놓은 이야기에 한 가지를 더 보탰습니다. 북한과 미사일과 핵무기 실험으로 인해 군사적 옵션까지 내 놓는다는 등 이야기를 던져 놓았으나, 당장 그 떡밥을 회수하려고 하니 명분이 부족하다. 따라서 국내 문제를 확실하게 해결하는 대통령의 이미지를 만드려고 이같은 기획을 하고 일을 벌였다.

2. FBI와 공화당 : 지금 FBI는 역대 대통령중 가장 사이가 좋지 않습니다. 그리고 공화당 내엔 트럼프의 지지자보다는 오히려 그를 배척하는 분위기가 강합니다. FBI내의 매파와 공화당 내의 반 트럼프 파가 함께 모의해서 이런 사건을 일으키면, 분명히 총기 규제에 관한 이야기가 어느 때보다 가장 강하게 나올 것이며 이런 압력이 트럼프를 더 궁지로 몰아 넣어 탄핵에까지 이르게 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트럼프는 지금까지 미국 내에서 가장 강력한 로비 단체인 NRA의 지지를 받아 왔습니다. 전미총기협회가 지지했다는 것만으로도 트럼프는 지금 궁지에 몰리고 있는 게 사실이긴 합니다. 

3. 러시아 : 트럼프의 갈짓자 외교 행보로 국제적으로 궁지에 몰리게 된 러시아가 자기들이 컨트롤하는 마피아들로 하여금 이런 일을 벌여 트럼프를 정치적으로 매장시킨다. 이건 동료 크리스의 의견이었습니다. 라스베가스엔 전통의 이태리 계 마피아 뿐 아니라 이권이 걸린 조직들이 많고, 이들 중에선 러시아 마피아들과 연계된 조직이 많으며, 러시아 마피아는 푸틴의 러시아 정부와 관련이 있다, 이런 이야기였습니다. 

위에 나온 이야기는 모두 '가정'이고 '소설'일 뿐입니다. 그러나 이런 이야기들이 우리 동료들 사이에서 이렇게 나온 것은 아마 아직도 확실히 해결되지 않은 몇몇 사건들 때문일 겁니다. 아직도 미국인들 중에서 적지 않은 수는 9.11의 진실에 대해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있고, 케네디 암살 당시에 왜 리 하비 오스왈드가 잭 루비에게 암살당했는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분명한 것은 미국을 가장 위협하고 있는 것은 '합법적'이든 그렇지 않든간에 미국 인구 수의 80%에 해당하는 숫자의 민간 소유 총기라는 겁니다. 산술적으로 따지면 미국 인구 열 명 중 여덟 명은 총기를 갖고 있다는 셈인데, 이런 총기가 잘못 쓰이거나 범죄에 쓰이는 일은 오늘도 미국 어딘가에서 하루에 몇십건, 몇백건, 아니면 그 이상도 일어나고 있다는 겁니다.

 

컨비니언스 스토어(잡화상)를 운영하는 제 친구 하나는 가장 일상적으로 갖는 공포가 권총을 들고 들어와 돈을 내 놓으라고 협박하는 강도라고 하고, 실제적으로 그 친구는 몇 번 정도 이런 일을 당했다고 이야길 해 줬습니다. 저도 오래전에 그런 일을 당한 적이 있고. 

그렇다고 미국이 바로 헌법을 고쳐 총기를 금지할 수도 없는 상태라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뭘까 생각해 보게 됩니다. 아마 총기규제를 외치는 정치인들을 지지하고,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그 길이다 싶습니다. 딜레마는 딜레마인 것이, 그렇게 진보적이었고 저도 지지했던 버니 샌더스마저도 총기에 대해서는 매우 보수적인 입장을 보였었다는 것이지요. 아무튼, 총기 규제가 어서 이뤄지는 그런 안전한 미국이 됐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시애틀에서...권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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