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이명박’

‘저 사람은 도대체 얼굴에 얼마나 두꺼운 철판을 깔고 있을까?

김종철 칼럼 | 입력 : 2017/11/14 [22:18]

일요일인 12일 정오 직전, 점심식사를 하려고 밥상 앞에 앉아 TV를 켜니 ‘대한민국 17대 대통령’ 이명박이 인천공항 귀빈실 주차장에서 승용차 밖으로 나오는 모습이 생중계 되고 있었다. 미리 기다리고 있던 시민들이 “MB 구속·적폐 청산” “다스는 누구 겁니까” 등이 적힌 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는데도 그는 ‘여유 있게’ 미소를 지으며 포토라인에 서서 취재진에게 “수고했습니다”라고 인사를 했다.

 

그러나 귀빈실로 들어가는 이명박을 향해 기자들이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 구속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다스는 누구 것이냐”라고 질문을 퍼붓자 그의 표정은 돌변했다. 싸늘한 얼굴로 “상식에서 벗어난 질문을 하지 마라. 상식에 안 맞는다”라고 꾸짖은 것이다.

 

이명박의 바레인 방문을 앞두고, 측근이라는 한 인물은 그가 인천공항에서 국민들을 향해 ‘짧은 메시지’를 발표할 것이라고 예고했으나, 정작 그 메시지는 궤변과 폭언의 연속이었다. 이명박은 문재인 정부를 노골적으로 공격했다.

 

 

재임 시절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온라인 여론조작 관여 의혹을 받는 이명박이 출국하는 11월12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이명박 구속수사를 촉구하는 시민들이 시위를 하고 있다. / 민중의소리

 

“지난 6개월 적폐청산이라는 명분으로 보면서 이것이 과연 개혁이냐, 감정풀이냐, 정치적 보복이냐, 이런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고 운을 뗀 그는 ‘국론 분열’을 강조한 뒤 국정원과 군 사이버사령부의 정치 개입 의혹에 대해 “군의 조직이나 정보기관의 조직이 무차별적이고 불공정하게 다뤄지는 것은 우리 안보를 더욱 위태롭게 만든다”고 주장했다.

 

이명박의 ‘인천공항 메시지’는 자신의 국정농단을 전혀 없는 것으로 만들면서, 오히려 촛불혁명으로 태어난 문재인 정부에 ‘국론 분열’과 ‘안보 위기’의 책임을 덮어씌우려는 기만적 행위의 산물임이 분명하다. 이명박이 생중계 카메라 앞에서 주권자들을 향해 쏟아낸 말들은 그가 온갖 위법행위와 부정축재로 얼룩진 ‘전과 14범’이라는 사실이 새삼스레 떠오르게 만들었다.  

 

최근 국정원개혁위원회를 통해 봇물처럼 터져 나온 이명박 정권의 국정농단 사례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거액의 국가 예산과 수천명의 인력을 동원해 댓글을 조작하는 등 부정한 방법으로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만들었다는 혐의가 대표적이다. 공권력이 KBS와 MBC를 비롯한 공영언론을 장악하기 위해 ‘비밀공작’과 블랙리스트 작성 같은 반헌법적 행위를 저지른 데 대해 이명박은 국정원 등 정부기구들을 관리·감독하던 최고 책임자로서 주권자들에게 사죄하고 응분의 사법 처리를 받겠다는 뜻을 밝혔어야 마땅하다.

 

특히 지난 11일 구속되기 전에 김관진이 검찰 조사에서 “이 전 대통령에게 사이버사 활동 내용과 인력 증원 등에 대해 보고했다”고 진술한 사실에 관해 이명박은 ‘비상식’이라고 강변하기 전에 무고 또는 명예훼손 혐의로 그를 상대로 민·형사 소송을 제기했어야 한다. 그것이 지극히 ‘상식적’이지 않은가? 

 

이명박이 12일 바레인 출국을 위해 인천국제공항 귀빈실 앞에서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과 관련해 입장을 밝힌 뒤 이동하고 있다. ⓒ데일리안

 

이명박은 왜 최측근이자 ‘심복’으로 알려진 전 국정원장 원세훈(구속 중)에 관해서도 언론과 국민을 향해 단 한마디 해명도 하지 않았는가? 서울고법 형사7부는 지난 8월 30일 열린 파기환송심에서 “심리전단 사이버팀 직원들에게 트위터 등에서 특정 정치인들을 옹호하거나 비방하는 글을 게시하도록 한 혐의(국정원법·공직선거법 위반)”로 원세훈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한 바 있다.  

 

이명박은 인천공항에서 이런 말도 했다. “한 국가를 건설하고 번영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러나 파괴하고 쇠퇴시키는 것은 쉽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와서 오히려 모든 사회, 모든 분야가 갈등이, 분열이 깊어졌다고 생각해서 나는 많은 걱정을 하고 있다.” 참말로 ‘서천 소도 웃을 일’이다.

 

2008년 2월부터 2017년 3월까지 대한민국을 파괴하고 쇠퇴시킨 장본인은 바로 이명박과 박근혜 아닌가? 수십조원의 국가 예산을 퍼부어 국토와 자연을 파괴하는가 하면 아둔하고 음험한 ‘자원외교’로 국고에 큰 손실을 끼치고, ‘방산비리’ 추문으로 나라 안팎에서 호된 비판을 일으킨 것은 이명박 정권이었다.

 

박근혜 정권의 국정농단과 민족공동체 파괴도 그 실상이 송두리째 드러났다. 이명박과 박근혜의 공통점은 자신이 저지른 위법행위를 인정하고 주권자들에게 사죄하기는커녕 ‘나는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정치보복’이라고 주장한다는 것이다. 두 사람에게는 헌법, 민주주의, 국민주권, 공사 구분에 관한 개념이나 인식이 전혀 없다. 그것이 바로 그들이 비극적 종말로 갈 수밖에 없게 만드는 치명적 결함이다.

 

이명박이 인천공항에서 출국하기 전, “이제 우리 국민의 불안을 털어버리고 우리 모두 우리 정부가 힘을 모아서 앞으로 전진해 튼튼한 외교·안보 속에서 경제가 발전해 나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아! 이명박” 하는 신음소리를 억누를 수가 없었다. ‘저 사람은 도대체 얼굴에 얼마나 두꺼운 철판을 깔고 있을까?’ 

 

이명박이 바레인으로 떠나기 이틀 전인 지난 10일부터 청와대 홈페이지에서는 ‘이명박 전 대통령 출국 금지 청원’ 서명운동이 시작되었다. 12일 오후 8시 현재 서명자 수는 8만287명이다. 그가 이미 출국했으므로 이 운동은 이제 ‘이명박 입국 즉시 체포 운동’으로 바뀔 가능성이 클 것 같다. 

 

자유언론실천재단-김종철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ㆍ동아투위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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