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TF “노 전 대통령 관련 태광실업 세무조사 권한 남용”

부산기업을 서울청 조사4국이 담당, 조사 마무리 전 검찰에 박연차 고발, 노 전 대통령에게로 수사 확대

서울의소리 | 입력 : 2017/11/22 [04:33]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로 이어졌던 ‘박연차 게이트’의 시발점인 국세청의 태광실업 세무조사(2008년)에서 “중대한 조사권 남용이 있었다”는 국세행정개혁 태스크포스(TF)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 
 

▲ TF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의 촉발점이 됐던 ‘박연차 게이트’에 대한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대해 TF는 ‘중대한 조사권 남용이 행해졌다’고 결론 내렸다. ⓒ뉴시스

 
국세청은 TF가 작성한 ‘과거 세무조사 점검 결과 및 처리 방안 권고’를 20일 공개했다. 국세청은 세무조사 개선 등을 위해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를 단장으로 외부 위원 10명을 포함해 19명이 참여한 TF를 지난 8월부터 운영했다. TF는 국회와 언론 등에서 문제를 제기한 62건의 세무조사에 대한 자체 점검을 했다. 
  
태광실업에 대한 세무조사는 대표적인 정치적 표적 조사로 의심받아 온 사안이다. 태광실업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원자로 알려진 박연차 회장이 이끌었다. 국세청은 2008년 7월 30일 태광실업에 대한 특별 세무조사에 나섰다.
 
태광실업은 부산 소재 기업이었는데, 부산지방국세청 대신 ‘대기업의 저승사자’
로 통하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조사를 담당했다. 태광실업뿐 아니라 관계사 및 협력사 수십 개에 대한 세무조사도 이어졌다. 이후 국세청은 같은 해 11월 25일 박연차를 검찰에 고발했다. 이례적으로 세무조사가 마무리도 되기전에 검찰 고발이 이뤄졌다.
 
검찰은 대대적인 수사에 나서 박 회장을 구속했다. 이어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박연차가 노 전 대통령에게 15억원을 빌려줬다는 내용의 차용증을 확보했다. 수사망이 전직 대통령에게까지 뻗친 것이다. 
 
뉴스타파에 따르면 태광실업 세무조사가 정치적 세무조사였다는 주장을 제기해 온 안원구 전 대구지방국세청장은 자신이 겪은 일을 이렇게 이렇게 설명했다.
 
"태광실업 세무조사가 시작된 2008년 7~8월경, 두 번에 걸쳐 한상률 당시 국세청장을 만나 태광실업 세무조사와 관련된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한 청장은 자신이 이명박에게 매주 한 두 차례 독대해 태광실업 세무조사 문제를 보고한다고 말했다. 명예를 회복해 주겠다며 나에게도 세무조사 투입을 지시했다. 태광실업 세무조사가 정권과 국세청이 손잡고 만들어낸 사건임을 보여주는 결정적인 증거다."
  
국세청, 감사원 감사 청구나 검찰 고발 검토 
  
이듬해 4월 30일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소환조사가 이뤄졌다. 하지만 같은 달 5월 23일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하며 이 사건은 종결 처리됐다. 이후 당시 야권을 중심으로 “이명박 정부가 태광실업에 대한 세무조사를 통해 노 전 대통령에게 ‘정치적 보복’을 가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TF는 태광실업과 관련 기업에 대한 세무조사 과정에서 여러 조사권 남용 혐의가 발견됐다고 봤다. 특히 부산청이 아닌 서울청 조사4국을 조사에 투입한 ‘교차 세무조사’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교차 세무조사는 특정 지역의 사업자에 대해 관할 지방국세청이 아닌 다른 곳에서 조사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지역 유착’을 끊고 공정성을 높이려는 의도다.
 
TF는 이런 교차 세무조사의 본래 취지가 지켜지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TF는 “교차 조사 신청 사유가 명확하지 않고, 신청 및 승인 기간도 이례적으로 짧았다”며 “근본적 개선 방안을 마련해 즉시 시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세청은 이 사안에 대해 감사원 감사를 요청하거나 검찰에 고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미 9년 전 사건이라 직권남용 혐의(공소시효 7년)를 적용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면 다른 혐의가 드러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계 드러난 세무조사 개혁…'TF는 국세청이 걸러준 자료만 봐야 했다' 

 

한편 국세행정 개혁TF가 정치적 세무조사 규명 관련 처음부터 한계가 있음을 인정했다. 현행 법상 민간위원들이 국세청 내부 자료에 대한 직접적 접근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내부 개혁이 없다면 근본적인 해결은 어렵다는 뜻이 된다.

 
국세행정 개혁TF는 20일 과거 세무조사 점검결과를 발표하며, 외부위원들이 세무조사 자료 열람 등 직접적 접근이 어려웠던 점 등 TF활동에 한계가 있었다고 밝혔다.
 
국세기본법 제81의13에 따르면, 국세청은 업무상 자료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다.  국가기밀·군기밀을 제외하고 법률을 통해 업무상 비밀사항을 제출받을 권리를 보장받는 국회나 감사원도 마찬가지다.  두 기관이 정작 받는 건 국세청 내부에서 검토한 한정적 자료뿐이다. 
 
국세행정 개혁TF의 활동도 같았다. 국세행정 개혁TF는 세무조사 자료를 직접 보지 못한다. 유일한 검토 수단은 요청을 통해 전달받는 자료뿐이다. 이 자료도 국세청 내부 감사반이 한차례 거른 자료다. 관련자 대면질의도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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