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은 사회적 책임으로써 ‘직업교육’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직업교육에 대한 정부의 ‘제도보완·재정지원’, 기업의 ‘책임의식·교육역량’이 선결되어야 한다

권혁시 칼럼 | 입력 : 2017/12/08 [00:20]

‘교육’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어떻게 교육할 것인가? 교육을 ‘정의’(定義)하기란 간단치 않다. ‘가르치고 기른다’ 그것이 교육(敎育)의 말뜻(어의 語義)이며, 수많은 개념의 해석 가운데서도 가장 명료하고 적절한 표현이 아닌가싶다. 여기에 ‘본받아 깨닫고 터득하다’(效也 覺也 효야각야, 朱子 주자), 그 ‘배움’(學 학)의 뜻을 더하면 기본적인 교육 방법론을 대략이나마 인식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아울러 ‘education’(교육)은 ‘밖으로-끌어내다’(라틴어 E-ducare), 그 원의대로 인성·능력·비전의 ‘잠재력 계발’의 함의를 갖는다. 그래서 흔히 말하듯 교육은 인격적 인간, 자발적(자연적) 자기발전, 지속적 사회개혁, 인간영혼(정신) 완성을 추구한다. 부연하면, 사람들로 하여금 인간답게 최적의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최선의 사고방식, 행동양식을 갖추게 하는 방편이 아닌가 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11월 9일, 특성화고 실습생인 이민호군이 현장에서 사고를 당하여 입원 가료하던 중 19일 오전에 사망했다.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은 29일, 사과와 애도의 뜻을 전하고 유가족을 위로했다(현장실습 업체 대표는 사망한 지 16일이 지난 12월 4일, 공식 사과했다). 이 교육감은 30일,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교육부의 현장실습제도 개선방안을 기반으로 중지를 모으겠다고 말했으나, 아직 이에 대한 별다른 언명이 없다.

 
그리고 극히 지엽적인 안전의 구조적 문제를 주로 거론하며, 심도 깊은 분석도 하지 않고 특성화고 현장실습 제도를 폐지하자는 신중치 못한 즉흥적인 주장이 각계에서 제기되었다. 그래서인지 지난 1일, 제4차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정부는 직업계 고등학교의 ‘조기취업 현장실습’ 전면폐지, 실습지도·안전관리의 측면에서 ‘학습중심 현장실습’ 제한적 허용의 수박 겉핥기 식 미봉책을 결정, 제시하였다. 


그래서 생각건대, 교육감협의회·장관회의 결과에서 나타난 것처럼 교육당국은 이번 사고의 핵심, 우리나라 ‘직업교육’의 근본적인 문제를 제대로 인식치 못한 듯하다. 따라서 사회전반, 특히 교육·노동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모범 국가인 독일의 교육사례를 ‘직업교육’ 중심으로 개관하고자 한다. 그 주된 목적은 우리나라와 비교(yardstick)분석·연구를 통하여 교육의 문제점을 밝혀내고, 이를 수정, 보완하기를 바라서다.

 

독일의 교육제도는 크게는 두 갈래로 이루어져 있다. ‘일반교육’(general education)과 ‘직업교육’(vocational education)이 그것이다. 일반교육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3년제(베를린, 브레멘 지역 6년제)의 초등교육과, 그 다음 단계로 김나지움(9년제), 레아르슈레(실과중학교, 6년제), 하우프트슈레(일반중학교, 5년제)로 나누어지며 기본교육을 마친 학생들은 이 3가지 학교 가운데 택일하여 수학한다.


김나지움은 인문, 자연과학, 사회과학 계열로 분류되며 학자(연구자), 교사(교육인), 공무원(공직자), 변호사(법조인), 공인회계사 등, 전문직을 원하는 학생들이 입학한다. 이 학교의 졸업은 국가레벨로 인정되는 엄격한 시험을 통과해야 하며, 졸업을 하면 대학입학자격을 부여한다. 레아르슈레는 산업분야 진출을 위한 직무교육을 희망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김나지움과 같이 대학진학을 할 수도 있는데, 고등전문학교(3년제)를 졸업해야 대학입학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


하우프트슈레 역시 일반교육을 실시하지만, 직업교육을 이수하여 조기에 산업분야의 직업인이 되기 바라는 학생들이 공부한다. 그래서 졸업 후에는 4가지 진로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바, 직업전문학교(2년제), 직업상급학교(4년제, 3년제 고등전문학교 졸업시 대학입학자격 부여), 상급김나지움(6년제, 졸업시 대학입학자격 부여), 그리고 기업, 사무소, 사업장 등에 소속하여 직업교육을 받는 동시에 인근의 직업학교에서 수강(주 1~2일, 4시간 강의)하는 교육과정을 택할 수 있다.


이는 학교와 산업현장의 학업을 융합한 교육방식인데 다시 말하면, 자신의 미래에 대한 진로를 직업코스로 확실하게 결정한 경우에는 하우프트슈레를 졸업하고 직업의무교육 연한(年限) 중에 회사에 소속하여 직업교육을 이수한다. 기업 내에서 실무교육을 받으면서 외부의 직업학교에서 이론과 일반교양 교육을 병행하는 것이다(레르닝, 3년 내지 3년 반). 이 교육과정을 마친 후에는 전문기능자 자격시험을 치러야 하며. 합격하면 동일직종의 어떤 직장에서든 아무런 차별 없이 직업인 대우를 받는다.

 

직업교육의 패러다임·발상전환

-중요성의 인식강화, 교육제도재편·학습프로그램개발

 

독일의 직업교육은 예컨대, 제조업에서는 현업직, 사무직, 기술보조직 등 세 가지 분야로 대별되고, 수많은 직종으로 세분하여 분류된다. 교육 이수기간은 3년~3년 6개월이며, 1년 단위로 관할 상공회의소가 중간시험을 실시한다. 불합격자는 재시험이 가능하지만 합격하지 못하면 직종을 변경해야 한다. 그렇게 직업교육을 이수하고 상공회의소가 주관하는 필기나 실기에 의한 자격인정시험에 합격하면 완전한 직업인, 곧 전문직능인으로 취업하여 산업분야에 종사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듯 독일은 직업능력 배양, 습득을 위한 다양하고도 집중적인 직업교육을 실시한다. 그러한 과정에서 대학교육의 기회를 다층적으로 부여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각자의 희망은 물론 적성과 능력을 최종적으로 확인, 결정하여 이에 부합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교육제도를 확립, 완비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독일 국민은 어떤 특정한 시기에 학업을 마쳐야 하고, 더구나 대학졸업을 못하면 안 된다는 강박감이 전혀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한 교육풍토가 가능한 이유는 물론 다른 나라들과는 다르게 길드로 거슬러 올라가는 특유의 전통, 즉 ‘마이스터제도’(meister system)에 힘입은 바 크다.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나라도 독일식 교육의 ‘기본정신’과 제도의 ‘기초원리’를 벤치마킹하고 롤 모델삼아야 한다는 생각이다(‘마이스터제도’는 철두철미한 전문기능교육, 직업훈련을 포함한 ‘국가직업제도’의 총칭이다).

 

그러나 직업교육의 문제와 이에 대한 개선, 보완을 말하기 전에 특별히 주목해야 할 특기할 만한 사실은 독일은 엄정한 ‘국가시험제도’를 실행하며, 이 시험에 합격해야만 대학졸업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어떤 대학 출신이냐는 중요하지 않고, 전혀 문제가 되지도 않는다. 독일인은 학벌은 물론 어느 회사, 기관에 대한 사회적 평가와 이에 재직하는 자체를 개인의 능력과 동일시하는 법이 없다. 


그것은 오직 국가·사회적으로 인정하는 ‘직능자격’이 말해 줄 뿐이다. 이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독일은 특정분야의 직무수행 능력을 갖춘 직업인, 또는 고도의 전문직 직업인의 육성이 최종 목적인 ‘인간형성’의 교육철학, 지도이념을 명정하게 확립한 데 따른 더없이 바람직한 결과인 것이다. 그래서 독일은 김나지움, 레아르슈레를 졸업한 학생들이 대학진학을 선택하는 비율이 30~40퍼센트이며, (다각도로 교육기회를 부여하는데도) 국민 전체로는 30퍼센트 정도에 불과하다.


그리하여 60퍼센트 이상의 학생들은 하우프트슈레에서 대다수가 만 16세가 되면 직업교육을 시작하는데, 졸업생의 과반수가 앞서 말한 대로 특정 기업, 기관의 시설(예컨대 직업훈련소)에 취업이 아닌 직업교육의 이수를 목적으로 수용된다. 직업교육의 시작은 거주지 관할 상공회의소나 수공업협회에 등록하여 기업 또는 사업장을 배정받는다. 그런 다음 보호자와 계약을 체결하며, 충실한 직업·직능교육은 물론 ‘견습’에 대한 일정금액의 (임금이 아닌) 법정수당을 지급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어떤가. 독일과는 정반대로 산업분야의 직업인이 되기 위해서도 대학학력을 갖추지 못하면 안 된다는, 필수라는 왜곡되고 호도된 사회적·개인적 인식, 고정관념이 매우 견고하다. 그와 맞물린 한국적 교육 실태에서는 일시적 학습부진, 중도의 학력미달 상태의 청소년들이 겪는 열패감과 좌절감, 그로 인한 자포자기의 가능성이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런 경우에도 이를 만회할 수 있는 교육제도는 물론, 국가·사회적 차원의 지원(직업교육, 취업지도 등) 시스템 역시 지극히 미흡한 실정이다. 


가뜩이나 그런데다가 교양(일반교육)과 직능(직업교육)으로 철저하게 이원화하여 단절된 교육의 이중구조도 큰 문제다. 오히려 그로 인한 역작용으로 대학교육이 일반직장의 취업코스로 전락하였고, 망국적 학벌제일주의·패권주의마저 가세하면서 고비용·저효율의 ‘전 국민 대졸화’, 그 무모하고 우매한 현상이 확산, 지속되고 있으니 개탄을 금치 못할 노릇이다. 그런 탓에 아이러니컬하게도 대학진학률이 세계 최고수준인 한국의 실재(잠재실업 감안) 청년취업률은 최하위로 60퍼센트 정도에 불과하다(OECD 상대적 ‘청년실업률’ 1위 한국; 30~50세 대비 독일 1.58배 최저, 한국 3.51배 최고, 평균 2.29배. 2013년 현재)

 

기업주도의 ‘직업교육’ 실시

-사회적 책임, 사회중시 경영의 실현

 

독일(서독)은 1971년, ‘연방직업훈련촉진법’을 제정하여 우수 직업인 육성 및 재교육을 철저하게 실행하고 있다. 법적으로 국가지원이 강력하게 뒷받침되고 있으나, 실재로는 그다지 큰 의미가 없다. 왜냐하면 직업교육의 주체이자 그 책임은 기업이라는 의식이 확고하거니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social responsibility), ‘사회중시 경영’(socially responsible management)의 기업이념과 경영철학이 일반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유수한 기업들은 매출액(매상고)의 1~3퍼센트의 직업교육 비용을 자발적·자주적으로 투자하여 적어도 3년 이상 과정의 직업교육을 수행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관점에서는 적이 의아스럽지만) 그렇게 교육과정을 이수한 자격인정시험 합격자들 대다수는 자회사가 아닌 타 회사, 기관에 취직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다. 그러니 아이러니하게도 직업교육을 실행한 회사에 결원이 생기면 다른 회사에서 직업교육을 받은 입사지원자들을 선발하여 충원하는 것이다.


견습생의 자사 정착도가 이처럼 저조한 바와 같이 직업인으로서 자기 주관적 선택을 존중하고 자율성을 우선시하는 민주주의적 사고방식, 나아가서 확대재생산의 미래지향적 사회인식이 놀랍고도 부럽기까지 하다. 기업·회사는 오로지 최상의 직업교육을 완수하여 우수한 인재양성의 역할과 책임을 다함으로써 기업 본연의 위상, 신인도와 이미지를 제고(업그레이드)하고, 나아가서 사회적 책임을 실현하는 것으로 만족할 따름인 것이다. 이 얼마나 훌륭하고 멋진 기업이념, 경영철학의 실천인가.

 

유독 우리나라는 회사나 기관의 이익을 위해서 실습 위주의 단편적인 직업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보통이다. 다발하는 사고뿐 아니라, 개인적·사회적 성장, 발전에 크게 기여치 못하는 중요한 교육적 문제가 형식적이고 부실한 교육프로그램과 시스템으로부터 비롯된다. 특히 간과할 수 없는 사태는 이민호군의 사고에서 여실이 드러났듯이 위탁교육 학생들이 ‘교육권·노동권’마저 침해당하는 것이다. 그러나 대기업을 위시한 독일의 기업들은 많게는 수천 명, 적어도 수백 명의 양성공, 견습공들을 교육하여 우수한 직업인으로 육성한다. 


이를 위해서 무용한 임시방편 식의 교육이 되지 않도록 전담 ‘교육센터’를 설치, 운용한다. 이를 통하여 종합적·체계적 시스템(systematic) 교육 확립실행, 교육교재 개발 작성, 효율적 커리큘럼 편성, 학습효과 실험측정, 교육훈련 방법(교수법) 개발개선(상당기간 테스트, 효과확인)에 진력한다. 아울러 유능한 직업교육 전문교관, 직종별 세분화된 교육프로그램, 고성능 기계장치 및 시청각 교보재, 최고 설비의 기숙사, 체육관, 휴게소, 오락시설 등등, 완벽한 교육체제와 학업환경을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학급 편성은 1반 15~20명 한도에서 전임교관을 선정배치하고, 학습시간은 오전 8·9~오후 2·3시까지 스텝 바이 스텝 방식(Step by Step system)으로 교육을 진행한다. 게다가 피교육자에 관한 학업성취도의 상세한 기록 관리와 함께 학습부진, 과실에 대하여 효과적인 조언과 면대면(man-to-man) 방식의 지도가 실행되며, 철저한 기초·기본교육(보통 5~9개월)을 실시하는데, 회사가 선정한 40가지의 항목 습득을 의무화하여 통일·표준화된 방법론을 적용, 교육훈련을 실시한다. 


더욱이 주목해야 할 대목은 박사학위를 능가하는 마이스터제도의 완결을 지향, 추구하는 ‘재교육’이다. 우리나라는 기존의 직장인은 더 말할 나위 없고 하물며 학교를 졸업한 후, 직업능력 개발을 위해서 교육훈련을 받는 청소년조차 전체의 15퍼센트(OECD 평균 40%)도 안 되는 저조한 상태여서 언감생심일 뿐이거늘 독일은 완숙한 전문작업자, 숙련노동자에 대해서도 ‘계속교육’(continuing education)을 실행한다. 


이는 상위레벨의 교육이므로 직업교육이 아니라, ‘직능·기능교육’으로 별칭하며 취업(노동)시간 동안 코스 외에 야간에도 동일한 학습과정을 개설하여 교육한다(재교육·계속교육에 참여하더라도 임금은 변동 없이 지급한다). 그리하여 마이스터제도의 완전한 목적 달성에 한 치의 착오도 없는 지속적이고 충실한 전 국민 ‘직업교육’의 일상화를 달성하는 것이다. 


요컨대 독일은 일반교육, 직업교육 공히 전적으로 ‘국민경제’(national economy)의 측면에서 실행된다. 따라서 교육의 기본은 사회일반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부응하고 사회현상과 구조에 적절하게 대응한다는 의식이 확고하게 자리 잡고 있다. 나아가서 서두에서 말한 교육의 궁극적 목적인 인격적 인간, 자발적(자연적) 자기발전, 지속적 사회개혁, 인간영혼(정신) 완성의 추구, 즉 인성·능력·비전의 ‘잠재력 계발’을 지향하여 완결시키는 일련의 노력을 다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의 제반 상황과 여건에서 독일과 같은 방식을 그대로 적용, 답습할 수 없고 반드시 그럴 필요도 없다. 그러나 정부당국은 교육정책, 나아가서 교육개혁의 차원에서 기업이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직업·직능교육’을 실행할 수 있는 시스템의 개선과 교육프로그램을 재개발하여 보완하여야 한다. 아울러 ‘차별화된 고용보조금제’(에드먼드 펠프스)의 일환으로 유망 중소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교육비용 보조, 즉 재정지원이 절대로 필요하며, 이를 근간으로 직업교육의 강화, 활성화를 유인(誘因)하여야 마땅하다.

 

이러한 필연코 전제가 되어야 할 기본조건을 선결하여 앞서 거론했듯이 독일식 교육의 ‘기본정신’과 제도의 ‘기초원리’를 지금에라도 적극적으로 도입, 적용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그 핵심은 대기업들이 나서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 사회중시 경영의 차원에서 국민 ‘직업교육’의 주체적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 점을 바로 알고, 이를 유념하여 어김 없이 실천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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