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사 '굴욕외교'였더라도 칭찬받아야 하는 이유

감옥 갔으나 조각상이 세워진 리스토 뤼튀 핀란드 대통령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 대표 | 입력 : 2017/12/22 [21:55]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 후에 '굴욕외교'니 '혼밥'이니 하는 말들이 나온다. 그러나 설사 굴욕이라고 해도 어떤가? 또 '혼밥'이었다고 해도 어떤가?

 

국가를 위해서라면 홀대를 받아도 외국을 가야 하고, 자존심을 죽이면서도 외교적 목적을 달성해야 하는 자리가 대통령이라는 자리이다. 그런 것을 망각하고, 자국의 대통령에게 비난을 하는 행태를 보면 '무책임'이라는 단어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사실 이번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을 두고 이런 논란을 하는 것은 한가한 얘기이다. 심지어 국가를 살리기 위해 자국의 전임 대통령을 전범으로 감옥에 보내야 했던 나라도 있다. 바로 핀란드 이야기다. 

핀란드는 1918년 좌-우간에 심각한 내전을 겪었다. 그후 내전의 상처를 치유하던 중에 1939년 소련이 핀란드를 침공해서 영토의 상당부분을 빼앗기게 된다. 이 전쟁을 겨울전쟁이라고 한다. 


영토를 빼앗기고 절치부심하던 핀란드는 1941년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독일과 손을 잡고 소련을 공격한다. 그래서 잃었던 영토를 되찾는다(이를 두고 '계속전쟁'이라고 한다). 

문제는 소련의 반격이 시작되면서 독일이 2차 세계대전에서 패전의 길로 몰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독일과 같은 편에 섰던 핀란드는 이대로 가다가는 나라가 망하게 되는 위기로 몰린다. 그래서 핀란드는 외교적 역량을 총동원하여 휴전을 하기 위한 협상에 매달린다. 그래서 소련과 휴전을 하는데 성공한다. 이 과정에서 핀란드 대통령이었던 '리스토 뤼튀'는 책임을 지고 사임하고, 만네르하임이 대통령에 취임한다. 그리고 핀란드는 지금까지 같은 편이었던 독일군과 싸우기 시작한다. 그렇게 해서라도 나라를 살려야 했던 것이다. 

그러나 일은 그리 쉽게 마무리되지 않았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에 소련은 핀란드에게 전쟁을 일으킨 책임을 묻겠다고 한다. 사실은 1939년에 먼저 침공을 한 쪽은 소련이었고, 핀란드는 영토까지 빼앗긴 피해자였다. 그렇지만 2차 세계대전의 승리자가 된 소련은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리스토 뤼튀 핀란드 대통령

ⓒsuomenpresidentit.fi

그래서 핀란드는 막대한 전쟁배상금을 물게 되었다. 그러나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소련은 독일과 손잡고 소련을 공격하기로 한 전임 대통령 '리스토 뤼튀'와 총리 등 핵심인사들을 전범으로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빼앗긴 영토를 회복하려 한 것을 두고 '전범'이라고 몰아붙이는 것이야말로 핀란드 입장에서는 부당한 일이었고, 자국의 전임 대통령을 감옥으로 보내는 것이야말로 더할 나위없는 '굴욕'이었다. 그렇지만 당시에 핀란드 대통령이었던 만네르하임은 이를 받아들였다. 단지 핀란드 법에 따라 핀란드에서 재판을 받게 된 것 정도가 다른 전범재판과는 다른 점이었다. 

 

결국 핀란드의 전임대통령 '리스토 뤼튀'는 전쟁 책임을 지고 징역 10년을 선고받아 감옥으로 갔다. 그는 감옥 안에서 병에 시달리는 등 엄청난 고통을 받았다. 그러나 이렇게 해서라도 나라를 살리는 것이 중요했다. 

지금 핀란드에서는 전범재판을 해서라도 국가를 구하려했던 만네르하임 대통령을 비난하지 않는다. 책임을 지고 감옥으로 간 '리스토 뤼튀'를 비난하지 않는다. 오히려 1994년 핀란드 국회 의사당 옆에는 '리스토 뤼티'의 조각상이 세워졌다.

 

2004년 핀란드 국영방송인 YLE는 위대한 핀란드인 1위에 만네르하임을, 2위에 '리스토 뤼티'를 선정했다. 당시 핀란드의 현직 대통령과 전임 대통령이 짊어져야 했던 짐은 '어떻게 해서든 국가를 보존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지금 한반도를 둘러싼 상황도 만만치 않다. 한반도의 평화와 국가의 안위를 지키는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어깨 위에 지워진 무거운 짐이다. 그것을 위해 굴욕과 혼밥을 감수했다면, 오히려 칭송받아야 할 일이 아닐까? 물론 '굴욕'과 '혼밥'이 맞는지도 의문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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