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물에 걸린 ‘法꾸라지’ ‘法피아’들이 풀어준다

국정농단 최후의 1인 우병우 구속 뒤에 숨겨진 1인치 묘수

선데이 저널 리차드 윤 기자 | 입력 : 2017/12/23 [08:39]

두 번이나 구속 위기를 넘겼던 ‘법꾸라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결국 세 번째 구속영장은 피해가지 못 했다. 우 전 수석이 구속된 건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에 대한 ‘보복 사찰’ 때문이다. 이 전 감찰관에 대한 우 전 수속의 보복사찰은 지난해 본지가 보도했던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의 대우조선해양 수사가 단초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병우와 조선일보의 싸움 – 이석수 감찰지시 –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시작 – 박근혜 탄핵으로 이어진 지난 정권의 막장 드라마는 결국 우 전 수석의 구속으로 또 하나의 매듭을 짓게 됐다. 하지만 검찰이 우 전 수석의 각종 불법행위를 처단하기 위한 강한 집념을 가지고 그를 구속시켰다기보다는 여론의 화살을 피해가기 위한 방탄 수사일 가능성이 크다.

 

검찰은 우 전 수석과 관련한 중요한 혐의들에 대해서는 정작 들여다보지 않았고, 구속된 혐의마저도 결국 법원에서 다툼의 여지가 많다. 검찰은 결국 세 번의 영장 청구로 생색은 내면서도 우 전 수석이 법원에서 빠져 나갈 길은 만들어준 셈이다. 우 전 수석과 관련한 죄부 시나리오를 <선데이저널>이 추적했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우병우가 구속 후 첫 소환 조사를 위해 18일 호송차에서 내려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으로 향하고 있다.

우병우 전 수석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진행한 서울중앙지법 권순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혐의사실이 소명되고 특별감찰관 사찰 관련 혐의에 관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구속 사유를 설명하며 이 전 감찰관에 대한 불법사찰 혐의를 따로 언급한 대목이 관심을 모았다.

 

우 전 수석과 이 전 감찰관의 ‘악연’은 지난해 7월 시작됐다. 공직자의 비위행위를 살펴 대통령에게 보고하거나 검찰에 고발하는 역할을 했던 이 전 감찰관이 우 전 수석을 상대로 감찰을 벌이면서부터다. △우 전 수석의 아들이 의경 복무 중 보직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 △우 전 수석이 처가 회사를 통해 재산을 축소 신고했다는 의혹 등이 감찰 대상이었다. 이 일로 우 전 수석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했다. 이 전 감찰관이 감찰 내용을 토대로 검찰에 수사의뢰를 한 것이다.

 

우 전 수석은 이 전 감찰관이 자신을 감찰한 사실이 알려지자 강하게 반발했다. 지난달 우 전 수석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 전 감찰관의 법정진술에 따르면 우 전 수석은 전화를 걸어 “선배가 나한테 이럴 수 있느냐. 섭섭하다”는 취지로 노골적인 불만을 토로했다고 한다. 우 전 수석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 전 감찰관을 상대로 형사처벌 가능성까지 언급하면서 감찰 중단을 요구하고, 위력으로 현장점검을 방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더 나아가 우 전 수석은 국가정보원을 동원해 이 전 감찰관을 불법 사찰하는 데까지 이르렀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민정수석의 권한을 사적인 감정을 담아 보복성이 짙은 일에 썼다는 점에서 검찰은 사안이 중대하다고 본다. 우 전 수석은 이 일로 이날 새벽 결국 구속을 피하지 못했다. 두 사람의 악연에서 비롯된 검찰 수사와 법정 다툼이 우 전 수석의 구속으로 일단락된 것이다.

 

앞서 우 전 수석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국정농단을 돕거나 알고도 묵인했다는 혐의 등으로 두 차례 구속 위기에 몰렸으나 번번이 법망을 빠져나갔다.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된 주요 인물들 중 유일하게 구속을 면하며 ‘최후의 1인’으로 남았지만 결국 개인적인 이해관계로 민정수석의 권한을 함부로 쓴 일에 발목이 잡혔다.

 

朴 등에 업고 무소불위 권력 남용

 

우병우 전 수석이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과 싸우게 된 것은 우병우 전 수석의 비위 혐의에 대해 이 전 감찰관이 감찰을 지시하면서부터다. 당시 이 전 감찰과는 게임회사 넥슨이 우 수석 처가 소유의 강남땅을 고가에 매입해줬다는 의혹과 화성 땅 차명보유 의혹, 의경 복무 중인 아들의 ‘꽃보직’ 특혜 논란, 그리고 가족회사 정강을 통해 세금을 적게 내고 재산을 축소 신고한 의혹 등을 들여다봤다.

 

 

당시 우 전 수석의 혐의에 대해 포문을 연 것은 조선일보였다. 조선일보는 우 전 수석의 넥슨 땅 관련 의혹을 보도했고, 이에 감찰이 시작됐다. 우 전 수석은 조선일보에 대한 자신의 공격이 시작되자, 곧이어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에 대한 반격에 나서며 공격을 시작했다. 당시 본지가 송 전 주필이 대우조선해양 회장 연임 로비 의혹에 연루돼 수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보도했고, 이에 본국에서는 파장이 점점 커졌다.

 

특히 본지는 우 전 수석이 송 전 주필을 공격한 것이 청와대 내부 권력투쟁에서 비롯됐다고 했는데, 결국 이것이 모두 사실임이 드러났다. 특히 송 전 주필을 공격하는 과정에서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국가정보원 아니면 획득하기 어려운 정보들을 폭로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당시 국정원의 국내 정보 담당은 우 전 수석의 최측근으로 꼽히던 최윤수 전 서울중앙지검 3차장이었다. 우 전 수석은 이외에도 조선일보 방상훈 회장 사주 일가의 비리를 폭로할 카드도 준비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어쨌든 우 전 수석은 권력투쟁에서 결과적으로 패배했고, 오늘날의 구속으로까지 이어진 셈이다.

 

문제는 우 전 수석이 구속된 혐의가 과연 직권남용 하나 이였겠느냐 하는 점이다. 그동안 우 전 수석과 관련해서는 수많은 의혹들이 제기됐는데 모두 면죄부 수사였거나, 영장이 기각됐다. 일단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검찰이나 특검이 수사했을 때 우 전 수석 앞에서만큼은 모두 발톱 감춘 고양이나 다름없었다.

 

우 전 수석을 불러다 황제조사를 하는가하면, 수사 정보가 시시각각으로 유출됐음을 의심하는 정황 증거들이 여럿 발견됐다. 심지어 우 전 수석과 1000번도 넘게 통화했던 법무부 고위 간부가 우 전 수석 수사를 마친 검찰 간부들에 돈 봉투까지 돌리는 사건도 벌어졌다. 누가 봐도 검찰이 정상적으로 수사했다고 보기 어려운 부분이다.

 

그럼에도 검찰은 우병우 전 수석에 대한 구속영장을 결국 발부받았다. 남들은 삼고초려에 빗대 검찰의 수사의지를 높게 평가하지만, 사실 검찰은 이 전 감찰관에 대한 우 전 수석의 직권남용 카드를 오래전부터 고려해왔다. 다만 이것을 범죄사실에 포함시키지 않고 싶었을 뿐이다. 본지가 검사 실명을 직접 거론하며 보도한 것처럼 검찰 내에는 여전히 우병우 사단들이 주요 보직을 꿰차고 있다.

 

이들은 검찰에 대한 비난 여론을 잠재우면서도 우 전 수석도 사법처리하는 방법들을 계속 고민해왔다. 이를 위해 순차적으로 혐의가 가벼운 것부터 영장을 청구해 나갔으나 결국 법원이 이를 기각했고, 검찰은 세 번째 만에 이 전 감찰과에 대한 불법 감찰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애초부터 1인 가족회사 정강 등에 대한 횡령은 법적으로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 법조계 전반의 의견이었다.

 

여론 비난 피하기 위한 눈물겨운 꼼수

 

검찰은 결국 3번에 영장 청구 끝에 영장을 발부받으면서 여론의 비난을 피해갈 수 있게 됐다. 최선을 다한 수사라고 내세울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우 전 수석에 대해 검찰이 적용한 혐의는 법원에서 다툼의 여지가 있다. 우 전 수석이 그동안 검찰이 직권남용 혐의를 들이댔을 때 통상적 업무의 연장선상이라고 변호하다, 이번에는 대통령 지시라고 말을 바꾼 것도 이 때문이다. 우 전 수석이나 문고리 3인방 모두 결국 박 전 대통령의 탓으로 자신의 불법혐의를 돌리고 있다.

 

결국 검찰은 자신들의 조직을 방어하되, 법원 재판 과정에서 우 전 수석에게 길을 열어주는 묘수를 둔 것이나 마찬가지다. 검찰이 우 전 수석에 대해 보다 엄중하게 수사했다면, 본지가 제기했던 그의 그림 관련 개인 비리 의혹을 보다 자세하게 파는 게 맞았다. 하지만 검찰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법원이 어디까지 우 전 수석의 편을 들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우 전 수석은 박근혜 정권에서 사법 전반에 대해 막대한 영향력을 끼쳤다. 이미 본인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구속 영장 이외에도 다른 영장들이 전부 기각된 것을 보면 그에 대한 법원의 분위기가 어떤 지 짐작해 볼 수 있다.

 

법원은 지난 11월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가 우 전 수석의 장모 김장자씨가 대표로 있는 삼남개발과 관련해 법원에 청구한 압수수색영장을 기각했다. 삼남개발은 우 전 수석의 처가 소유인 경기도 동탄의 기흥컨트리클럽을 운영·관리하는 회사다.

 

애초 검찰은 삼남개발의 자금 흐름에서 석연치 않은 대목을 발견하고 압수수색을 통해 회계장부 등을 확보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할 계획이었으나 영장을 기각당했다. 당시 법원은 검찰이 우병우 이름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는데 희한하게 그 영장만 족집게로 뽑아내듯 기각했다. 앞서 검찰은 2017년 2월과 6월에도 우 전 수석과 관련한 통화기록 확보를 위해 영장을 청구했다가 연거푸 기각을 당한 바 있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은 2017년 10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우 전 수석과) 통화한 상대방이 우 전 수석과 통화하고 나서 누구와 통화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통신영장을 청구했는데, 한번 기각당한 뒤 재청구했는데도 기각됐다. 이런 수사는 하지 말라는 모양이다. 더는 진행할 수가 없었다”고 솔직한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수사의 기본이 휴대폰 등 통신사실 확인이라는 것은 상식적이다.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7년 말까지 청구된 통신사실 확인조회 영장 중 기각된 것은 1%에 불과했다. 우 전 수석은 또 다른 의미로 대한민국 1%에 포함되고 있다.

 

조응천 의원은 “구속영장 기각률은 약 19%지만 통신사실조회영장 기각률은 약1%, 압수수색영장 기각률도 약 1%”라며 “구속영장 기각 2번, 통신사실조회영장 기각 2번에 압수수색영장까지 연달아 기각될 확률은 2500만분의 1로 대한민국 성인 중 단 1명의 확률”이라고 말했다.

 

결국 이런 과정들을 보면 이전에 기각된 우 전 수석 관련 영장들도 기각할 만한 사유가 정당했냐는 데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이런 검찰과 법원의 분위기를 보면 우 전 수석은 무죄 또는 적어도 집행유예 정도에서 마무리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법조계 중론이다.

 

선데이 저널 리차드 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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