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욕이라도 들어드리는 게...

공정이 생명인 언론의 모습

서울의소리 | 입력 : 2017/12/26 [22:07]
 
약장수가 청산유수로 말을 한다. ‘산에 가야 범을 잡고 물에 가야 고길 잡고 아들인지 딸인지는 낳아봐야 알고. 쉬이. 애들은 가라.
 
비얌(구렁이)을 팔에 칭칭 감고 곰 가죽 위에서 청산유수로 떠들어 대는 약장수의 입에서는 침이 튀지만 약을 사 본적은 한 본도 없다.
 
초딩 꼬맹이들이 열띤 토론을 하고 있다. 내가 옳으냐 니가 옳으냐. 한 꼬마가 결정적인 한 방을 날렸다.
 
“짜샤. 텔레비에 났단 말야”
 
텔레비란 한 방에 입을 닫은 꼬마. 반격할 방법이 없다. 그러나 진실인가. 약장수의 말과 텔레비를 동격으로 취급하느냐고 항의를 하겠지만 진정하라. 신뢰가 떨어지면 도리 없이 듣는 소리다.
 
세월호 승객 전원구조가 오보가 아니고 낚시 배 전복사고나 제천 화재가 오보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언론의 오보는 국민의 가슴에 못을 박는다. 천부당만부당 그럴 리는 없지만, 요상한 목적을 위해 언론을 이용한다면 벼락을 맞아도 싸다. 그만큼 큰 죄라는 것이다. 잘못된 것만 지적한다고 하겠는가. 잘한 것도 많다. 그러나 칭찬을 바라지 말라. 언론이 당연히 할 일을 한 것이다.
 
며칠 전 JTBC 정치부회의 기자와 긴 대화를 나눴다. 원래 내가 좋아하는 프로그램이기도 했지만, 막내아들 벌밖에 되지 않는 기자는 처음부터 신뢰를 준다. 내가 사람 하나 보는 눈은 있지 않은가. 신뢰가 으뜸이다. 언론의 시각이 저 친구만 같다면 기레기가 왜 날아 다니는가.
 
이것이 ‘혼밥’의 실체인가
 
참 재주들도 좋다. 말 만들어 내는데 천재가 따로 없다. 요즘 언론이 떠들어대는 ‘혼밥’. 혼밥이 뭔지 아는가. 혼자서 밥 먹는 것이다. 그러니까 혼자 자면 ‘혼잠’ 혼자 마시면 ‘혼술’ 혼자 죽으면 ‘혼사’다.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에 가서 식사했는데 중국의 고위층과 함께 먹지 않아서 ‘혼밥’이라는 것이다. 헌데 저의가 고약하다. 즉 문재인이 중국 고위층에게 괄시를 받아서 푸대접을 받아서 혼자서 밥을 먹었다는 것이다.
 
사실인가. 아니다. 그럼 왜 사실도 아닌 것을 떠들어 대는가. 수행기자 한 명에 물었다. 대답이 기차다. ‘딱 하기두 하슈. 몰라서 묻습니까.’ 할 말이 없다. 바보가 된 기분이었다.
 
작년 5월,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베트남을 방문했을 때 그는 베트남의 대표적 서민 음식인 쌀국수 식당을 찾아 식사한 적이 있었다. 그때 사진은 전 세계의 외신을 탔다. 한국 언론들도 베트남 국민과의 친밀감을 드높인 쌀국수 외교라는 이름으로 해설과 함께 큼지막하게 보도했다.
 
대표적 보수언론인 TV조선은 오바마가 서민 스킨십에 화해를 담았다며 쌀국수 외교가 진짜 정말 부럽다고 입에 침이 말랐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서민 식당 방문에 대해서는 두 끼 연속 혼자 밥을 먹었다며 깎아내렸다. 외교적 목적이 분명한 문 대통령의 의도를 무시하며 중국 총리가 의식적으로 대통령과의 식사를 피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를 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서민 식당에서 쌀국수 한 그릇 먹은 건 '쌀국수 외교'고, 우리 대통령이 중국 현지 서민식당을 찾은 건 홀대냐는 얘기다. 오바마는 칭송하며 부럽다고 한 한국 언론이 문 대통령의 서민식당 식사는 나홀로 ‘혼밥’으로 내리깎는 걸 보면서 참으로 그렇게 기사 쓰기도 힘들겠다고 생각을 했다. 이건 아무렇게나 나온 프레임이 아니다. 악랄의 극치다.
 
보수매체는 ‘혼밥’을 계속 보도했다. 이유가 뭘까. 대통령이 홀대를 당했다고 할 때 홀대를 한 쪽은 중국이다. 한데 정작 중국의 매체들은 그런 평가를 안 한다. 환장할 노릇이다. 선동하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혼자서 밥을 먹을 만큼 무시당했다는 음해, 이런 것을 일컬어 반민족적 프레임이라고 하는 것이다.
 
‘혼밥’이 어때서
 
모든 문제에는 결과가 남는다. 조·중·동 매체의 기대는 어떻게 되었을까. 스스로 뒤통수를 하도 때려서 얼얼했을 것이다. 보수 매체들은 문재인 ‘혼밥’ 프레임을 기찬 아이디어라고 무릎을 쳤을 것이다. 과연 결과는 어떻게 되었는가. 우선 베이징에는 식당에 ‘문재인 세트’가 생겼다. 온라인에서는 주문 메뉴까지 생겼다. 오바마가 다녀온 이후 베트남에 쌀국수집이 명소가 됐듯이 베이징도 마찬가지다
 
문재인 대통령이 방문한 중국의 식당은 초대박이 났다. 오바마가 방문했던 베트남의 쌀국수집이 대박을 낸 것 같은 효과가 나기 시작한 것이다. 문 대통령이 한 아침 식사는 중국 위생부에 정식 메뉴로 등록됐다.
 
국내의 언론은 문재인 ‘흔밥’이 쪽박을 찾으면 춤이라도 추었을지 모르지만, 세상사가 어디 지들 마음대로 되는가. 아무리 문재인 ‘혼밥’에다 재를 뿌려도 국민들은 진실을 안다. 다급하면 들이대는 여론조사를 한 번 보겠는가. 우선 스스로들 가장 신뢰한다는 리얼미터의 여론조사는 국민의 67.9%가 대통령의 중국방문 보도가 불공정했다고 대답했다. 공정하다는 대답은 불과 20.9%였다.
 
연령별로는 ‘불공정했다’는 응답이 40대에서 (불공정했다 80.2% vs 공정했다 11.1%)다. 30대에서는 불공정이 73.8% 공정이 10.5%. 20대는 불공정 71.6% 공정이 22.1%다. 50대는 불공정이 65.7%이고 공정이 25.2%, 60대 이상에서도 불공정이 52.9% 공정이 32.1%다.
 
왜들 이러는가
 
박정희·전두환·이명박·박근혜 시절이 그리운가. 언론의 존재 이유인 공정과 신뢰를 상실한 언론이 얻는 것은 냉소와 증오다. 신분을 밝히지 못하고 취재현장에서 쫓겨나는 기자들과 출입을 거부당하는 기자들의 자괴감을 무엇으로 설명하겠는가. 경영자와 데스크 탓으로만 돌리려는가.
 
언론계가 개혁의 소용돌이 속에서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다. 명예를 찾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어쩌면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힘들게 생각하지 말라. 기자를 시작할 때 결심했던 감시자의 역할을 저버리지 않으면 된다. 존경받는 기자가 얼마나 자랑스러우냐. 부탁한다. 존경 좀 받자.
 
“유가족의 욕이라도 들어드리는 게 대통령이 지금 해야 할 일이다.” 
 
아무나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다. 기레기들이 ‘혼밥’을 먹었다고 음해하는 대통령이 한 말이다.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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