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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사이비 언론’에 대한 법원의 집행유예, 온당한가

지금 지역은 사이비 언론의 놀이터...정상적인 언론 역시 침묵하고 있다.   

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기사입력 2018/01/14 [02:06]

지역 ‘사이비 언론’에 대한 법원의 집행유예, 온당한가

지금 지역은 사이비 언론의 놀이터...정상적인 언론 역시 침묵하고 있다.   

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입력 : 2018/01/14 [02:06]
 

연합뉴스는 지난 13일 “군수·군의원 협박한 지역 언론사 사주 2심도 징역형”이라는 제목으로 “군수를 협박하고 공갈로 홍보비 등을 받아 챙긴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지역 언론사 사주에게 2심 법원이 원심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했다”고 보도했다. 

 

2심 법원이 더 무거운 형을 선고했다고 해서 자세히 살펴보니 ‘역시나 집행유예’였다. 법원은 언론자유와 아무 상관없는 오히려 언론자유를 훼손하는 사이비 언론인, 언론사 처벌에 대해 신중함을 넘어 두려움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사진=Getty images Bank

 

창원지법 형사1부(성금석 부장판사)는 경남 거창지역 언론사 사주 A(64)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1년 2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사이비로 확인된 A 씨에 대해 1심이 1년2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고, 2심 재판부가 징역 1년 6개월로 늘렸기 때문에 원심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됐다는 표현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단순 형사범이 아니라 언론자유를 훼손하고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자에게 이런 정도의 판결이 온당한 것인지에 대해선 의문을 갖는다.

 

재판부는 “지역 언론사 사주 신분을 이용해 여러 불법을 저질렀고 범행을 부인하면서 반성하지 않는 점은 양형에 불리하지만 협박·공갈 정도가 무겁지 않은 점을 감안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상습범에 공갈범으로 가중처벌해야 할 사안으로 보인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A씨는 거창군수가 평소 자기 뜻에 잘 따라주지 않는다며 2016년 6월 군청 군수실에 난입해 “자리에서 끌어내리겠다”며 삿대질과 욕설을 하고 군수가 행실이 바르지 못하다는 말을 했다. 

 

또 자신과 친분이 있는 군의원을 의장에 앉히려는 과정에서 군의원 1명이 협조하지 않자 욕설·협박을 하면서 본회의에 참석하지 못하게 해 의정활동을 방해한 혐의도 받았다. 

2015년에는 거창축협 마케팅 담당 직원을 위협, 홍보예산 2천500만 원을 타낸 혐의로도 기소됐다. 재판부는 A씨가 2010년부터 2016년 사이 고소·고발을 82건이나 한 점을 거론하며 A씨에게 좋지 못한 인상을 주면 비판적인 기사가 실리거나 고소·고발 당할 수 있다는 인식이 거창지역에 널리 퍼져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A씨가 저지른 범죄의 성격이나 횟수를 감안하면 지역사회 깡패수준을 능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안하무인 인사가 언론이라는 포장을 덮어쓰고 만행을 저질러도 집행유예로 그친다면 법이 잘못됐거나 판결이 잘못됐거나 둘중 하나로밖에는 생각이 안 된다. 

사이비 언론은 언론자유의 빈틈을 노린다. 지역사회에서 지방자치단체, 공기업, 대학, 병원 등 주요기관은 늘어난 신문사, 정체도 알 수 없는 인터넷 언론사 등의 홍보비 명목의 협박과 광고 구걸에 시달린다. 

 

만연한 사이비 언론 행태에 대해 의외로 소송이 많지 않은 데에는 적어도 세가지 이유가 있다. 소송을 한다면 더욱 날뛰고 더 두고두고 괴롭힐 것이기 때문이다. 이른바 ‘똥이 무서워 피하기보다는 더러워 피한다’는 인식이 팽배해있다. 두 번째는 소송절차가 번거롭고 변호사비를 준비해야 하는 등의 어려움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법부에서 최종 판결로 이겼을 때 실익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집행유예로 나와 자성하고 언론인 본래의 자세로 돌아가지 않는다. 한국의 사이비 언론은 정상적 영업으로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처음부터 사이비로 살 작정을 하고 뛰어든 경우가 많다. 열악한 환경에서 언론 정도를 걷기 위해 노력하는 지역 언론사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주위를 한번 둘러보라. 지방을 더 황폐화시키는 지역 언론사들이 많다. 

 

한국의 사법부가 경제선진국(OECD) 회원국 중 신뢰도 꼴찌 수준에 있는 데는 많은 이유가 있다. 그중에 집행유예를 남발하는 것도 심각한 이유 중 하나라고 본다. 참여연대사법감시센터에 따르면 기업인 배임, 횡령죄에 대한 집행유예비율은 대법원까지 가면 80%에 달한다고 한다. 

 

아동성범죄의 경우 집행유예가 높다는 지적에 따라 2013년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처벌수위를 높였다. 13세 미만 대상 성범죄 양형기준을 강간의 경우 최고 15년으로 올렸지만 효과가 없었다. 특히 장애인 혹은 13세 미만 아동에 대해 강간으로 다치게 한 경우 무기징역에까지 처하도록 했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고 오히려 더 악화됐다. 아동성범죄에 대한 집행유예 비율이 29.2%(2013년)에서 양형기준을 강화한 뒤에도 35.5% (2014년)로 더 올랐기 때문이다. 

 

언론인 집행유예 비율을 조사해보면 최소 90% 이상 나올 것이다. 한국언론사는 한국언론의 부정비리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한축을 사이비 언론이 형성하고 있다. 언론인들은 사이비 경계선이 모호하고 서로 ‘큰 도둑 작은 도둑’ 운운하며 사이비 행태를 정당화, 희석시키려 한다. 공갈, 협박, 명예훼손에 대해 형량 자체가 낮게 책정됐다 하더라도 그 주체가 언론인이라면, 더구나 상습범이고 죄질이 중한 경우라면 집행유예는 가당치 않다. 

 

지금 지역은 사이비 언론의 놀이터로 변한 곳이 적지 않다. 이곳 저곳에서 원성과 신음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법원이 집행유예로 이들 사이비언론인들의 활동을 사실상 부추기는 역할을 하고 있다. 정상적인 언론 역시 이들에 대해선 침묵하고 있다.

 

미디어오늘 로고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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