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 이재용 판결 비판 논평 "재벌비호 위해 법치주의 훼손"

판결 다음날 논평 통해 항소심 재판부 논리 조목조목 반박

서울의소리 | 입력 : 2018/02/07 [16:47]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은 지난 5일 삼성가(家) 3세 이재용에 대해 집행유예를 선고하여 풀어준 서울고등법원 항소심 판결에 대해 다음날인 6일 재판부의 논리를 조목조목 반박하는 논평을 내놓았다. 사회 개혁을 추구하는 법률가 단체로서 재판부의 '이재용 봐주기 판결'을 법리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민변은 "이 판결을 통해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부조리가 또다시 드러났다"며, "2심 재판부는 재벌을 비호하기 위해 법치주의를 훼손하고 정의를 저버렸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에 대한 근거를 조목조목 제시했다.

 

부정청탁 관련 "박근혜와 문형표가 알아서 이재용을 위해 직권남용 했나"


경영권 승계작업 및 부정한 청탁에 관련해서 민변은 2심 재판부가 "사실오인을 넘어서 명백한 사실왜곡"을 했다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도 경영권 승계의 일환으로 진행된 것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1심과 2심은 모두 개별 현안에 대한 청탁마저 획일적으로 인정하지 않았다"며 "기본에 어긋난 재판"이라고 했다.

 

민변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찬성하도록 직권을 남용한 혐의로 기소된 박근혜 정권 보건복지부 장관 문형표에 대해 해당 항소심 재판부가 "박근혜의 지시가 있었다"고 인정한 사실을 들며, 박근혜와 문형표가 아무런 묵시적 청탁 없이 알아서 이재용을 위해 직권남용을 했다고 보는 것은 "독단적 판결"이라고 밝혔다.
 
영재센터 지원금과 미르 ․ 케이스포츠재단 출연금에 대해 부정한 청탁이 인정되지 않아 무죄라고 판단한 부분도 "사실관계에 대한 오인이자 판단의 모순"이라고 했다. 재판부가 박근혜와 최순실의 공동정범성을 인정하고 영재센터와 미르․케이스포츠 재단이 사실상 최순실의 지배력에 놓여 있는데, 영재센터나 각 재단을 독립된 ‘제3자’라고 판단한 것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박근혜나 최순실이 재단을 통해 얻으려던 것은 사업기회와 돈이었음에도, 존재하지도 않은 '출연금 납부 의무'가 있었던 것으로 하여 '이재용이 이를 대납한 것이 아니다'라는 식으로 판단한 데에 대해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재용 승계작업’의 핵심은 ‘이재용으로의 승계’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이재용이 얼마나 적은 돈으로 얼마나 많은 지배력을 확보하느냐’의 문제"라며, 항소심 재판부는 증거의 의미를 축소하고, 궤변적 논리로 ‘이재용으로의 승계작업’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것을 문제삼았다.

 

뇌물공여 관련 "특경법을 피해 형량을 깎아주려는 의도"

 

민변은 정유라가 사용한 말 관련 뇌물공여에 관해서도, 재판부가 "뇌물공여죄에 있어 뇌물의 개념에 관한 법리를 완전히 오해한 것"이라며, “뇌물죄에서 뇌물의 내용인 이익이라 함은 금전, 물품 기타의 재산적 이익뿐만 아니라 사람의 수요 욕망을 충족시키기에 족한 일체의 유형, 무형의 이익을 포함한다”고 한 대법원의 판례를 들었다. 정유라가 사용한 말에 대해 "말과 차량의 사용이익과 각 대금·보험료는 불가분의 일체로서 제공된 무형적 이익"이라며, 1심도 잘못 판단하였고 2심은 더 잘못했다고 밝혔다.

 

또한 2심이 마필과 차량의 사용이익 산정을 위해 어떠한 노력도 기울이지 않은 채 그저 '산정불가'라고만 판단했다며, 2심이 특경법(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을 피해 형량을 깎아주려는 의도를 의심했다. 횡령 금액이 50억원을 넘는 경우 법정형이 5년 이상이기 때문에, 마필과 차량의 사용이익을 횡령금액에서 제외하여 총 횡령금액을 36억여원으로 확정했다는 것이다.

 

뇌물약속죄 관련 "뇌물의 액수가 아니라 당사자의 의사표시가 있으면 성립"

 

1심과 2심 재판부는 삼성전자와 코어스포츠 간의 용역대금 총액인 213억 원에 대해 '모두를 지급하겠다는 최종적 합의'가 없어 뇌물죄를 인정하지 않았다. 민변은 뇌물약속죄가 "직무와 관련하여 장래에 뇌물을 주고받겠다는 양 당사자의 의사표시가 확정적으로 합치하면 성립"한다며, "뇌물의 가액이 얼마인지는 문제되지 아니"하기 때문에 '최종적 합의'가 없더라도 뇌물죄가 성립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2심 재판부가 "기본적 법리마저 외면"했다고 비판했다.

 

재산국외도피죄 관련 "횡령한 돈 도피시켜도 '자신이' 직접 사용하지 않으면 무죄인가"

 

재산국외도피죄 관련 2심 재판부의 판단에 대해서는 "사회 일반의 통념 및 형법의 취지에 어긋난다"고 밝혔다. 재산국외도피는 장차 '자신이' 사용하기 위해 재산을 국내에서 국외로 빼돌린 경우에만 해당하기 때문에 이재용은 무죄라는 재판부 판단에 대해, "2심의 논리대로라면 횡령한 회사 돈을 국외로 도피시켜도 ‘자신이 직접’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제3자’가 사용하도록 한 경우라면 재산국외도피죄가 성립하지 않게 된다"며 관련 대법원 판례를 들어 비판했다.

 

마필구입대금 37억원은 예금거래신고 목적대로 사용되었으므로 허위신고가 아니므로 재산국외도피죄 무죄라는 판단에 대해서도, 범죄 목적으로 거래했다면 유죄로 봐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서 "2심의 논리대로라면, 해외의 부동산을 뇌물로 제공하려고 ‘주택 구입을 위한 대금 지급’이라 예금신고만 한다면 재산국외도피죄에 해당하지 않게 된다"며, "2심의 궤변으로 인해 추적이 힘든 해외를 통해 뇌물이 제공될 가능성이 한층 더 높아지는 결과가 초래되었다"고 지적했다.

 

범죄수익은닉규제법 관련 "삼성 최고위층이 죄도 없이 허위계약서 작성했겠나"

 

1심과 달리 2심에서 이재용에게 범죄수익은닉규제법을 적용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정유라는 삼성전자와 전혀 무관한 말들을 소유하고 있는 것처럼 계약서 등 관련 서류를 허위로 작성하고, 허위매매계약에 따른 매매대금을 지급받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용역대금을 부풀렸다"는 공소사실이 증거상 명백하다며, "2심의 논리대로라면, 삼성과 최순실은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삼성이 최순실에게 말을 제공한 것을 감추기 위해 삼성그룹 최고위층이 앞장서서 허위매매계약서를 작성하고 용역대금을 부풀렸다는 것"이 되는게 이는 누구도 납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안종범 수첩' 관련 "형식적 논리에 숨어 사건 실체 판단 외면"

 

2심에서 증거로 인정되지 않은 '안종범 수첩'과 '김영한 업무일지'에 대해서는 2심이 "형식논리에 치우쳤고 실체진실 발견을 위한 구체적 타당성이 결여되어 있다"고 비판했다. 안종범 수첩은 박근혜가 안종범이나 이재용에게 수첩에 쓰인 말을 했다는 사실 자체에 대해 증거능력을 가지는데, 대법원 판례에 비추어 보면 이를 넘어서 안종범의 진술을 보강하는 정황증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1심 판단에 따르면, 안종법 수첩은 박근혜가 안종범에게 지시한 내용 및 박근혜와 이재용의 대화 내용을 인정할 간접사실에 대해서는 전문증거(서면이나 타인진술 등으로 법정에 전달된 것으로 보통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는다)가 아닌 본래증거(법정에서 증언한 내용 등으로 증거능력이 인정된다)로서의 증거능력과 증거가치를 가진다고 보았다. 그러나 2심은 이에 대한 판단 없이 수첩에 적힌 내용(서면)은 어떠한 경우에도 증거능력이 없다고 보았는다. 민변은 이에 대해 "형식적 논리 뒤에 숨어서, 사건의 실체에 대한 구체적 판단을 외면"했다고 비판했다.

 

민변 "면죄부 주기 위한 억지 논리... 사법부의 치욕, 상고심에서 바로잡아야"

 

민변은 이러한 2심의 판단에 대해 "모든 이 사건이 최고층 자본권력과 최고층 정치권력이 결탁한 ‘정경유착’ 사건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재판부가 "정치권력과의 뒷거래를 배경으로 한 문어발식 사업 확장, 거액의 불법․부당대출, 국민의 혈세로 조성된 공적 자금의 투입 등과 같은 전형적인 정경유착의 모습을 이 사건에서는 찾을 수 없다"고 한 데 대해 "오로지 면죄부를 주기 위한 억지 논리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은 법관이 사건의 진실과 실체를 직시하여 줄 것이라 믿고 있는데, 오히려 법관이 궤변으로 사건의 본질을 외면하고 말았다"며, "2심은 자본권력이 무도한 정치권력을 이용하여 재벌들의 공동현안인 원샷법, 서비스산업발전법, 규제프리존특별법 등 재벌친화적 법안과 정책 추진에 활용한 사실을 눈감아 버렸다"고 비판했다.

또한 각종 법정진술, 공문서, 삼성내부문서, 이메일 등 수많은 증거들로 입증된 삼성과 박근혜의 유착관계를 인정하지 않은 항소심 재판부에 대해 "눈 앞에 놓인 증거능력 있는 증거들마저 외면하고, 이 사건의 본질을 왜곡했다"며 규탄했다.

2심이 "박 전 대통령의 승마지원 요구를 쉽사리 거절하거나 무시하기 어려웠다고 보이고, 이러한 요구에 따라 수동적으로 이 사건 범행에 이르렀으며, 업무상횡령 범행의 피해를 회복하였고, 아무런 범죄전력이 없다"고 삼성을 피해자인것처럼 포장한 것에 대해서, "36억원이 넘는 돈을 횡령하고, 뇌물을 제공하며, 온 국민이 보는 국회청문회에서 위증을 한 사람에 대해 형의 집행을 유예하는 것이 과연 온당한가"라며, "국민들은 이런 행태를 두고서 ‘유전무죄, 무전유죄’라고 호소하는 것인바, 이 재판이야말로 그런 호소에 걸 맞는 ‘전형’적 재판"이라고 지적했다.

 

민변은 이번 판결에 대해 "국정농단과 정경유착의 범죄를 엄단해야 할 사법부가 오히려 진실을 저버리고, 법치주의를 농단하며,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고 말았다. 이는 사법부의 치욕이다. 상고심이 바로 잡지 않는다면, 이 치욕은 오래 기억될 것이다"라는 입장으로 논평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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