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2조 적자' 쌓이는동안 미국 본사로 1조5천억 흘러가

한국GM의 적자 원인은 공장의 문제가 아니라 착취와 부실경영

서울의소리 | 입력 : 2018/02/15 [08:09]

미국에 본사를 둔 자동차 분야 다국적 기업 제너럴모터스(GM)가 한국GM 군산공장 폐쇄를 결정하여 논란과 비판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GM의 위기는 신차 부진과 제품 라인업 부족을 초래한 경영진의 실책과 미국 GM 본사의 '착취' 구조 등이 주된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4일 한국GM의 경영 실적 등을 보면, 지난 5년(2012~2016)간 한국GM의 누적적자는 2조원에 이르고 이중 지난해에만 6천억원 이상의 적자를 본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쌓아놓은 자본금을 모두 소진해 현재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지난해 자동차 판매량도 전년보다 12% 줄어든 52만여대에 불과했다. 한때 한해 판매량이 100만대에 육박했던 것에 비해 거의 절반이 된 것이다.

한국GM의 실적이 이렇게 부진한 것는 기본적으로 차가 안 팔리기 때문이다. 경쟁 업체에 비해 신차가 제대로 나오지 않으면서 타격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한국GM이 지난해 출시한 신차는 '올 뉴 크루즈'와 '볼트 전기차(EV)' 2개 차종뿐이다. '올 뉴 크루즈'는 양산을 시작한 지 사흘 만에 에어백 부품 불량 문제로 생산을 중단하기도 했다. 선호도가 높은 SUV 라인업은 부재했고, 기존 모델의 노후화는 판매 부진과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GM은 매년 6천억원의 연구개발비를 지출했다. 쌍용차와 르노삼성이 연간 1천억원의 연구개발비를 쓴 것에 견주면 상당한 액수임에도 신차를 제대로 내놓지 못한 것은 경영진의 실책”이라고 말했다.

 


노동조합은 한국GM의 적자가 높은 인건비나 낮은 생산성 때문이 아니라 한국GM이 GM 미국 본사에 지급하는 과도한 비용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사무지회가 감사보고서 등을 토대로 분석한 자료를 보면, 한국지엠의 2012~2016년 누적적자 1조9787억원 가운데 76%에 해당하는 1조5067억원은 지엠 본사로 흘러갔다. 본사가 한국GM에 빌려준 돈에 따른 이자비용이 4955억원, GM이 유럽·러시아에서 철수하면서 들어간 비용 부담분 5085억원, 연구개발비·구매비용 분담금 3730억원, 본사 업무지원비가 1297억원 수준이다. 노조는 이에 대해 “이런 비용을 조금이라도 줄였어도 적자가 이 정도 규모에 달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노조는 한국GM이 연구개발비만 지출하고 그 이익은 미국 본사가 챙기는 구조도 지적했다. 노조는 “한국지엠은 같은 기간 연구개발비로 2조9926억원을 썼는데 본사로부터 받은 돈은 4771억원에 그친다”며 “비슷한 외국 투자 기업인 르노삼성의 경우 연구개발과 관련해 같은 기간 본사로부터 7990억원을 받고 7205억원을 지출했다”고 밝혔다. 소형 SUV 트랙스나 전기차인 볼트도 한국지엠이 개발한 차종이지만, 볼트는 한국에서 생산하지 않고 미국에서 생산돼 수입되고 있다. 사무지회 관계자는 “우리가 비용을 들여 개발한 차종은 한국에서는 생산하지 않고 로열티만 본사가 챙겨 가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런 의사결정의 경위와 구체적인 경영정보를 노조가 요구해도 책임있는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 GM과의 협상 테이블에서 따져봐야 할 것은 또 있다. 이전가격(移轉價格, Transfer price)은 다국적 기업에서 여러 나라에 흩어진 관계회사들끼리 제품이나 서비스를 주고받을 때 적용하는 가격이다. GM의 경우 미국 본사는 한국GM에 부품 등 원재료 가격을 비싸게 넘기고 한국GM이 만든 차는 싸게 받아 한국GM의 경영난이 가중됐다는 분석이 제기되어 왔다.

한국GM 경영난의 원인이라고 제시되는 이른바 '고비용 구조'에 대해서는 달리 봐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자동차 업체별로 생산 차종이 다르고 설비의 자동화 수준과 노동자 평균 숙련도도 달라 단순 추정 비교로 '생산성이 낮다'고 하는 것은 올바른 분석이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한국GM의 부실 원인과 책임 문제는 앞으로 GM 본사과의 협상에서 쟁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이러한 지적이 주목된다. 이항구 연구위원은 “GM이 경영 실패의 원인은 가려놓고 그 책임을 한국 정부와 노조에 돌리고 있기 때문에 그냥 끌려가서는 안 된다. 실태 파악을 제대로 해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의견쓰기 전체의견보기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 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