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구 교수] 총잡이 선생님들과 공부하게 될 미국 어린이들

미국 보수 정치인들은 사람의 생명이 돈보다 더 귀하다는 걸 언제나 깨닫게 될까요?

이준구 교수 | 입력 : 2018/02/27 [19:27]

트럼프 대통령은 확실히 상식을 초월한 사람 같습니다.


대통령이 되자마자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치겠다느니 다른 나라들에게 무역보복을 하겠다느니 하는 모습이 여느 대통령과는 사뭇 다른 모습입니다. 참신하다는 게 아니라, 아주 위험스런 사고방식의 소유자같이 보인다는 말입니다.

오죽하면 정치 전문가들이 평가한 미국 역대 대톨령 중 꼴찌를 했겠습니까?
아직 임기를 반도 채우지 못한 상황에서 그런 평가가 나오다니요.

얼마 전 플로리다주 학교에서의 총기 난사 사건 이후 트럼프가 보인 행동을 보고 또 한 번 혀를 찼습니다. 교사들을 무장시켜 그런 사건에 대비하면 된다구요? 서부 개척시대의 총잡이들을 교사로 배치해 총기 사고를 막을 수 있다는 말입니까?

 


허리에 권총을 찬 선생님이 초등학교 아이들을 가르치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어이가 없을 지경입니다. 이걸 대책이랍시고 내놓은 트럼프는 우리와 전혀 딴 세상에서 살다온 사람 같습니다. 혹시 병원에서 총기 사고가 나면 의사와 간호사를 무장시키면 된다는 말까지 나오겠네요.

총기 사건을 일으키는 친구들 보면 대부분 자동소총 정도의 화기를 사용합니다.
트럼프가 말하는 교사들의 무장은 대체로 권총 정도일 텐데 그걸로 자동소총에 대적할 수 있겠습니까? 그렇다면 교사들도 자동소총으로 무장해야 된다는 말인데,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리입니까? 교문에다 아예 기관총과 대포를 걸어놓으면 되겠네요.

문제의 핵심은 총기소유에 대한 엄격한 규제입니다.
그 동안 미국에서 일어난 수없이 많은 끔찍한 총기 사건들이 모두 아무나 총기를 자유로이 소유할 수 있게 만든 데 기인하고 있습니다. 정신이 이상한 사람들까지도 마음대로 총기를 소유할 수 있게 만드니까 그런 사고가 계속 발생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러나 전미총기협회(NRA)의 막강한 로비에 휘둘리는 공화당은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총기규제를 한사코 반대하고 있습니다. 트럼프도 그런 라인에 서있기 때문에 근본적인 대책을 찾을 생각은 하지 않고 교사들에게 무장을 시키자는 뜬금없는 소리나 하고 있는 것이지요. 그들은 독립전쟁 시대의 정신을 들먹거리지만, 몇 백 년 전 일을 들먹이며 바로 이 순간에 일어나는 야만적 사고에 눈감고 있다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2월 17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 주 포트로더데일 연방법원 앞에서 많은 시민들이 피켓을 들고 총기 규제를 촉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밀(J.S. Mill)은 "자유론"(On Liberty)에서 개인의 자유는 그 어떤 구실로도 제약될 수 없는 신성불가침의 권리임을 설파했습니다. 그런 그도 개인의 자유가 제약을 받을 수 있는 단 한 가지 예외적인 상황은 인정했습니다. 즉 어떤 사람의 자유가 남에게 피해를 입힐 경우에는 그의 자유를 제약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아래의 구절이 바로 그 말을 하고 있습니다.

That the only purpose for which power can be rightfully exercised over any 
member of a civilized community, against his will, is to prevent harm to others. 

자유로운 총기의 판매와 소유는 많은 죄없는 사람의 생명에 위협을 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당연히 규제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미국의 보수적 정치인은 이런 지극히 상식적인 자유의 개념조차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지요.

내가 늘 강조하는 바지만, 미국에서 배울 점이 많지만 절대로 배워서는 안 되는 점도 아주 많습니다. 미국의 금권정치(plutocracy)는 넌더리가 날 지경입니다. 돈이면 뭐든 할 수 있고, 돈 많은 사람들이 마음대로 국정을 주무르는 모습을 보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우리나라가 아직 그 정도까지 가지는 않은 것이 큰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웃기는 발상일지 모르지만, 우리나라가 그 길로 가는 걸 결정적으로 막은 사람들이 바로 이명박과 박근혜 두 대통령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 두 대통령 이전에는 그런 길로 계속 나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내가 대학시절 즐겨 듣던 팝송 중에 Blowing in the Wind라는 것이 있습니다.
베트남 전쟁에 반대하는 메시지가 담긴 노래였는데, 거기에 이런 가사가 나옵니다.

How many deaths will it take 'til he knows
That too many people have died?

전쟁터에서 수없이 많은 젊은이들이 죽어가고 있지만 정치가들은 모른 척 시치미를 뗀다고 비꼬는 말이지요.

요즈음 미국에서 계속 터져나오는 끔찍한 총격 사건들을 보며 이 노래를 문득 머리에 떠올립니다. 과연 미국의 보수 정치인들은 언제나 되어야 사람의 생명이 돈보다 더 귀하다는 걸 깨닫게 될까요?

 

출처 : 이준구 전 서울대 경제학 교수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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